2026년 09월 24일 (목)

“근육에 웬 쌀알이 가득?”…85세男 다리에 남은 ‘기생충 흔적’ 정체는?

돼지고기 덜 익혀 먹어서 생기는 병과 달라…충란 삼키면 유충이 근육까지 퍼질 수 있어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남성 다리를 엑스레이로 촬영한 사진에서 쌀알 모양 석회 덩어리들이 보인다. 과거 기생충 유충이 근육에 자리 잡았다가 죽은 뒤 석회화된 흔적이다. 사진=큐레우스(Cureus)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한 85세 남성이 다리 통증을 호소해 엑스레이를 찍었다가 정체불명의 '쌀알' 모양 석회 덩어리 수십 개를 발견했다. 덩어리들의 정체는 몸속에 들어간 기생충의 흔적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유구낭미충증(cysticercosis)​이 남긴 흔적이다. 유구조충(Taenia solium)이라는 기생충의 유충이 과거 근육에 자리 잡았다가 죽은 뒤 석회화(칼슘 성분이 쌓여 딱딱해지는 것)된 것이다.

가족들은 남성이 과거 유구낭미충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다만 언제 진단받았고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포르투갈 엔트레 두오루 에 보우가 통합의료원 의료진은 논문에서 “근육 속에 길쭉한 석회화가 근육 섬유와 나란히 배열된 모습은 유구낭미충증의 특징적인 소견”​이라고 설명했다.

오염된 음식·물로 유구조충 알 삼키면…유충이 근육까지 퍼질 수 있어

유구조충 감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덜 익힌 돼지고기 속 유충을 먹으면 장 안에서 성충이 자라는 조충증(taeniasis)​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이번 사례처럼 몸속 조직에 유충이 퍼지는 유구낭미충증은 유구조충의 알(충란)을 입으로 삼켰을 때 생긴다.

충란은 오염된 음식이나 물 등을 통해 몸에 들어올 수 있다. 장에서 나온 유충은 장벽을 뚫고 혈액을 타고 이동한다. 이후 근육이나 피부, 눈, 뇌 등에 자리 잡을 수 있다.

살아 있는 유충이 근육에 자리 잡아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유충 주변에 염증이 생기면 근육통이나 부기, 만져지는 혹 등이 나타날 수 있고, 기생충이 많이 퍼지면 근육이 부어 커 보이거나 경련·피로가 나타나기도 한다.

뇌에 유충이 자리 잡는 신경유구낭미충증은 발작이나 두통 등 신경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다행히 이 남성은 입원 중 다른 이유로 촬영한 머리 CT에서 뇌 유구낭미충증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에 다리에서 발견된 것도 살아 있는 기생충은 아니었다. 유충은 오래전에 죽었고 그 자리에 칼슘이 쌓여 있었다. 따라서 구충제를 쓸 필요도 없어 별다른 치료가 이어지진 않았다.

의료진은 “석회화는 일반적으로 오래된 비활동성 질환을 뜻한다”며 “유충이 이미 죽어 석회화된 상태에서는 구충 치료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심한 다리 통증, 기생충 때문은 아니었다

엑스레이만 보면 다리 통증의 원인이 기생충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의료진 판단은 그렇지 않았다.

남성의 석회화 병변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흔적이었다. 근육 손상을 나타내는 혈액검사도 정상이었다. 염증 수치나 신장 기능, 전해질에도 문제가 없었다. 의료진은 이번 근육통이 기생충 때문이 아니라 고령과 입원 중 움직임 감소, 바이러스 감염이 함께 영향을 준 결과라고 판단했다.

의료진은 이번 사례가 검사에서 눈에 띄는 이상이 발견됐다고 해서 그것을 현재 증상의 원인으로 바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오래된 기생충 흔적에만 집중했다면 불필요한 검사나 구충제 치료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남성은 진통제인 파라세타몰만 복용했고 일주일 안에 근육통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 사례는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최근 게재됐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