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사하구에 사는 김 할머니(82)는 반평생 살아온 집 앞길이 요즘은 무섭다.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과 불규칙한 보도블록을 걷던 중, 살짝 휘청하며 발을 헛디딘 것이 화근이었다.
크게 엉덩방아를 찧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날 이후 할머니는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병원 검사 결과는 뜻밖에도 ‘척추 압박골절’.
"넘어지지도 않았는데 뼈가?"…노년기 척추, ‘기침’ 한 번에도 무너진다
많은 고령 환자가 김 할머니처럼 "세게 넘어지지도 않았는데 왜 뼈가 부러지느냐"며 당혹해한다. 하지만 80대 초반 노인들에 척추 압박골절은 낙상만큼이나 흔하면서도 무서운 적이다.
가장 큰 원인은 골다공증으로 인해 푸석푸석해진 뼈의 강도다. 여기에 부산처럼 고지대와 경사로가 많은 지형은 척추에 가해지는 물리적 스트레스를 더 높인다. 오르막 오를 때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자세는 척추 앞부분에 체중의 몇 배에 달하는 압력을 가한다.
특히 우리 몸의 등뼈(흉추)와 허리뼈(요추)가 만나는 ‘흉요추 이행부(T12~L1)’는 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한 지점. 갈비뼈가 붙어 있어 단단하게 고정된 등뼈, 그리고 움직임이 유연한 허리뼈가 만나기에 하중이 집중되면서 문제가 생길 땐 대나무 마디 깨지듯 쉽게 주저앉는다.
부산 더탄탄병원 이형수 척추센터장(신경외과)은 "80대 어르신들은 골밀도가 낮아진 상태라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무거운 장바구니를 드는 것만으로도 척추가 주저앉을 수 있다”면서 “특히 흉요추 이행부는 압력이 집중되는 구간이라 한 번 골절이 시작되면 위아래 뼈가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도미노 골절'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했다.
이때, 척추 골절로 생긴 통증을 단순 근육통으로 치부하거나 방치하면 척추 변형은 물론 신경 마비까지 초래할 수 있다.
80대 고령 환자, 전신마취 부담 없이 ‘척추내시경’으로 마비 잡는다
과거 80대 고령 환자에게 척추 수술은 ‘남은 생을 누워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전신마취와 대량 출혈에 대한 부담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최근에는 의료기술 발달로 그럴 위험을 많이 낮췄다.
척추 압박골절로 인해 뼈 파편이 신경관을 누르거나 협착증이 동반된 경우, ‘양방향 척추내시경’(UBE)을 활용하면 0.5~1.0cm 내외의 최소 절개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부분마취 상태에서 진행되므로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 있는 고령자도 안전하게 시술 받을 수 있다.

내시경을 통해 병변 부위를 고화질로 직접 보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파편이나 염증 조직을 정교하게 제거하기에 수술 후 회복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것도 장점.
이에 대해 이형수 센터장은"최근의 척추내시경 수술은 초고화질 카메라를 통해 신경 손상 없이 병변만을 타격한다”면서 “70~80대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보행'인데, 걷지 못하면 여러가지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라 했다.
내시경은 근육 손상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수술 당일 혹은 다음 날 바로 보행이 가능하다. 이는 고령층에게 치명적인 폐렴이나 혈전 등 와상 합병증을 막아주는 핵심적인 역할도 한다.
무너진 기둥 세우는 ‘척추체 복원술’… 수술 후 ‘근육 저축’이 도미노 막는다
그런 신경 압박 없이 척추뼈 높이만 낮아진 경우라면, 내시경보다는 ‘풍선 척추체 복원술(Kyphoplasty)’을 해볼 수도 있다. 주저앉은 뼈 사이에 특수 풍선을 넣어 공간을 확보한 뒤 의료용 골시멘트를 주입해 뼈의 높이를 복원하는 방식. 이를 통해 척추의 무게중심을 바로잡아야 2차, 3차 연쇄 골절을 원천 차단할 수 있어서다.
물론, 수술이 끝은 아니다. 척추를 지탱하는 힘은 결국 ‘뼈의 질’과 ‘근육’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골형성 촉진제(테리파라타이드 등)로 뼈 강도를 근본적으로 높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술 후 일정 기간 척추 보조기를 정확히 착용해 외부 하중을 분산시키는 물리적 보강, 통증이 완화되는 즉시 걷기 운동과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을 해주는 재활 치료가 뒤따라야 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이 센터장도"치료의 완성은 수술이 아니라 '사후 관리'에 있다”고 했다. 골다공증 수치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약물 치료와 함께, 척추 기립근을 키우는 재활 치료가 필수다. 자신의 몸에 맞는 ‘천연 복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특히 경사가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경우, 평소 지팡이나 유모차 형태의 보행 보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하중을 분산시키는 생활 습관이 척추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 된다.
도움말=부산 더탄탄병원 척추센터 이형수 센터장(신경외과). 고신대 의대를 나와 강릉아산병원 수련을 거친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전임의(펠로우) 경력을 쌓았다. 척추 질환 치료에 두루 밝고,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