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3일 (월)

국내 의료진 “떠나보낸 환우 추모하며 재능 기부”⋯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주인공도 앓았던 ‘이 병’은?

인하대병원 등 국내 의료진, 美 조로증연구재단 '조로증 핸드북' 한국어판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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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증은 빠른 속도로 신체가 노화하는 극희귀질환으로, 발병 시 평균 14.5세에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미국 조로증연구재단

“얼마 전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된 조로증 환우를 추모하며 이 번역본을 발간하게 됐습니다.” 

인하대병원 의료진은 9일 미국 조로증연구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에 ‘조로증 핸드북(Progeria Handbook)’ 한국어판을 배포하며 이 같은 소회를 전했다. 

‘조로증 핸드북’ 개정판 한국어 번역본은 인하대병원 경인권역 희귀질환 관리사업단과 의생명연구원 의료진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직접 번역을 도맡은 결과물이다. 이번 작업물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진료 가이드라인이 담긴 기존 핸드북을 단순 번역한 것을 넘어, 국내 조로증 환자들이 실시할 수 있는 검사 및 지원 내용, 의학적 조언 등을 함께 담은 ‘한국형 실무 지침서’이기도 하다. 

조로증, 국내 환자 10명 미만의 극희귀질환

조로증은 빠른 속도로 신체가 노화하는 질병으로, 약 2000만 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극희귀질환이다. 김애란 작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2014)에서 강동원과 송혜교 배우의 극중 아들 ‘아름’이 겪었던 병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5~20세 연령대의 환자가 10명 미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하대병원 의료진은 지난해 ‘조로증 핸드북’ 개정판 작업을 앞두고 임상시험 과정 중 또 한 명의 조로증 환자를 떠나보내야 했다.  

2014년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개봉 당시 언론시사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조로증 환아들은 처음 태어날 땐 건강해 보이지만, 생후 첫 1~2년새 급속도로 노화 증상이 나타난다. 키가 자라지 않고 눈이 튀어나오며, 피부 노화, 탈모 등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돼 평균 14.5세에 사망한다. 

원인불명의 희귀난치성 유전 질환, 주요 사인은 조기 심장질환

발병 원인은 체내에 우연히 발생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다. 이 돌연변이로 인해 프로제린(progerin)이라는 비정상 단백질이 만들어지는데, 이 때문에 전신 조직 세포가 빨리 노화하게 된다. 조로증 환자들은 이른 나이에도 노인들이 겪는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질환으로 사망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심장질환은 전 세계 조로증 환자의 사망 원인 1위로 꼽힌다. 

조로증 완치를 위한 치료법은 아직 없다.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이 승인한 유일한 치료제가 있긴 하나, 1회 투여 비용이 14억 원에 달하며 수명을 2.5년가량 연장하는 것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일부 국내외 연구진을 중심으로 조로증 치료를 위한 유전자 연구, 줄기세포 치료 등이 계속 진행 중이다. 

이번 ‘조로증 핸드북’ 번역 작업에 참여했던 이지은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한국어판 핸드북 개정본이 조로증 환자들과 의료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조로증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료진 중 하나로서 환우들이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따뜻한 동행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어판 ‘조로증 핸드북’ 개정판 전문은 조로증 연구재단 홈페이지(www.progeriaresearch.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로증 핸드북’ 제2판 한국어버전 첫 페이지. 사진=인하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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