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압이 정상 범위보다 살짝만 높아져도 치매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유럽심장학회(ESC)는 고혈압 기준을 강화하면서 ‘상승 혈압’ 구간을 새롭게 도입했다. 상승 혈압이란 정상보다는 높지만 고혈압 진단 기준에는 미치지 않는 범위의 혈압을 말한다.
현재 ESC 가이드라인은 △정상 혈압(수축기 120mmHg 미만이면서 이완기 70mmHg 미만) △상승 혈압(수축기 120~139mmHg 또는 이완기 70~89mmHg) △고혈압(수축기 140mmHg 이상, 이완기 90mmHg 이상 또는 고혈압 진단·약물치료 중)으로 각 구간을 정의하고 있다.
이전 연구를 통해 고혈압이 치매의 주요 위험 인자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상승 혈압 구간이 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학계에서 명확한 근거가 없었다. 이와 관련해 한림대성심병원·분당서울대병원·숭실대·한림대동탄섬싱병원 등 국내 공동 연구팀이 상승 혈압 환자들의 치매 발생 위험을 세계 최초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09년과 2010년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성인 약 280만명을 평균 8년간 추적 관찰했다. 대상자는 ESC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상 혈압·상승 혈압·고혈압 중 하나로 분류됐고, 각 그룹의 치매 발생률과 위험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정상 혈압 그룹에 비해 상승 혈압 그룹은 치매 발생 위험이 1.6%, 고혈압군은 2.9%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뇌혈관 손상으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의 발병 위험이 두드러지게 높아졌다. 정상 혈압 그룹 대비 상승 혈압 그룹의 혈관성 치매 발병 위험은 16%, 고혈압 그룹은 37%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령별로 보면 40~64세 연령층의 위험 증가 폭이 8.5%로 가장 컸고,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증가 경향이 더 뚜렷했다. 특히 여성은 상승 혈압과 고혈압 모두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치매 위험이 나타난 반명 남성은 고혈압 그룹에서만 연관성이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민우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축기 혈압이 120mmHg를 넘거나 이완기 혈압이 70mmHg를 넘는 단계라면 고혈압 진단을 받지 않았더라도 뇌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며 “특히 중년 여성은 혈압이 조금만 높아져도 생활 습관 교정 등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3대 심혈관질환 관련 학술지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