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4일 (화)

기억력 멀쩡한데 뇌엔 알츠하이머 흔적…혈액 속 '이 단백질' 수치 낮았다

노인 100명 혈액·PET 분석…아이리신, 증상 전 알츠하이머 위험군 가려낼 후보로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간호사가 한 남성 환자에게서 혈액을 채취하고 있다. 혈중 아이리신은 알츠하이머병 위험군을 조기에 가려낼 바이오마커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억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인 사람을 간단한 혈액검사로 가려낼 수 있을까.

고려대 구로병원은 운동할 때 근육에서 나오는 단백질 ‘아이리신’이 그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인 사람은 치매 증상이 없는 단계부터 혈중 아이리신 수치가 낮았다.

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과정에서 뇌에 쌓이는 단백질이다.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기 여러 해 전부터 축적될 수 있지만, 이를 확인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 검사 등이 필요하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 연구팀은 노인 100명을 대상으로 혈액검사와 아밀로이드 PET, 인지기능 검사를 시행했다.

참가자는 △아밀로이드가 없고 인지기능도 정상인 사람 △아밀로이드는 있지만 인지기능은 정상인 사람 △경도인지장애 환자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 등 네 그룹으로 나눴다.

기억력 정상이어도 혈액 수치는 달랐다

분석 결과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인 세 그룹은 모두 아밀로이드가 없는 정상 그룹보다 혈중 아이리신 농도가 낮았다.

특히 아직 기억력이나 판단력에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겉으로는 정상이어도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인 사람은 혈액 속 아이리신 수치가 낮았다는 뜻이다.

아이리신 농도가 높을수록 뇌의 아밀로이드 축적량은 적은 경향도 확인됐다.

(좌측부터)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평촌성심병원 신경과 정영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핵의학과 이은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김현수 교수 사진=고려대 구로병원

비싼 뇌 검사 전 혈액으로 위험군 찾을까

연구팀은 아이리신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큰 사람을 조기에 가려내는 혈액 바이오마커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앞으로 검사 정확도가 충분히 확인된다면 먼저 혈액검사로 위험군을 추린 뒤, 필요한 사람에게 아밀로이드 PET 등 정밀검사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검사 부담을 줄이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 뇌 변화를 찾아낼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다만 아이리신은 혈당이나 콜레스테롤처럼 낮출수록 좋은 수치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오히려 아이리신 수치가 낮은 사람에게서 뇌 아밀로이드가 더 많이 관찰됐다.

그렇다고 운동으로 아이리신을 높이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이번 연구는 한 시점의 검사 결과를 비교했으며 참가자의 운동량이나 근육량은 따로 측정하지 않았다. 실제 혈액검사로 쓰려면 더 많은 사람을 장기간 추적해 기준값과 정확도를 확인해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 Diagnosis, Assessment & Disease Monitoring》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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