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 (금)

“하루 60번 구토, 6개월 만에 44kg 빠져”…위 기능 마비된 33세男, 무슨 병이길래?

음식 소화 불능, 지속 구토로 극심한 고통받는 남성의 사연

하루 60차례가 넘는 구토와 극심한 통증 속에서 살아가는 한 남성이, 증상을 유일하게 완화해 주던 치료 장치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면서 위중한 상태에 놓이자 치료비 마련을 위해 도움을 요청했던 사연을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하단=고펀드미

하루 60차례가 넘는 구토와 극심한 통증 속에서 살아가는 한 남성이, 증상을 유일하게 완화해 주던 치료 장치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면서 위중한 상태에 놓이자 치료비 마련을 위해 도움을 요청했던 사연을 전했다.

영국 에식스 콜체스터에 사는 매슈 파스코(33)는 2018년 잘 먹지 못하고 구토가 이어지자 처음에 ‘단순한 바이러스 감염’으로 여겼다. 하지만 6개월 사이 체중이 약 44kg이나 줄고 하루 평균 50-90 차례 구토 할 정도로 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명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고, 결국 집에서 쓰러진 뒤 사설 전문의 진료를 통해서야 ‘위마비증(gastroparesis)’이라는 희귀 위장운동질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마비증은 위의 운동 기능이 마비돼 음식물이 소장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음식 섭취는 물론 일상생활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렵다. 위가 사실상 마비돼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날도 많다.

그의 상태를 안정시키는 유일한 치료는 ‘위 신경자극기’ 삽입이었다. 전기 자극을 통해 위 운동성을 돕는 기술이다. 하지만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의 일반 급여 지원 목록에 포함되지 않아 그는 2019년 치료비 2만 파운드(약 3450만 원)를 모금해 장치를 삽입해야 했다. 이후 통증이 줄고 음식 섭취가 어느 정도 가능해지는 등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

최근 위 신경자극기 장치 배터리가 예상보다 일찍 수명을 다하면서 상황은 다시 악화됐다. 위 신경자극기 배터리는 보통 10~15년을 견디지만, 그의 장치는 과도하게 작동해 7년 만에 수명을 다해 가는 것. 배터리 교체 비용만도 1만5000파운드(약 260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NHS가 비용 지원을 승인하지 않아 결국 온라인 모금 플랫폼 고펀드미(GoFundMe)를 통해 배터리 교체비를 간신히 마련했다. 그는 위마비증에 대한 인식 부족과 제도적 사각지대를 지적하기도 했다.

위가 멈추는 질환, 위마비증, 만성 구토와 영양 결핍 불러와

매슈가 앓고 있는 위마비증은 위에서 소장으로 음식이 이동하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느려지거나 거의 멈추는 질환이다. 말 그대로 위가 기능을 잃어 마비된 것. 핵심은 위 배출 지연에 있다. 정상적인 위는 근육 수축을 통해 음식물을 분쇄하고 장으로 이동시킨다. 하지만 위마비증에서는 이 운동이 크게 저하돼 음식물이 위에 오래 정체된다. 이 때문에 만성 구토, 복부 팽만, 조기 만복감, 소화 불량, 체중 감소, 영양 결핍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원인은 미주신경 기능 저하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가장 흔한 형태로 알려져 있으며, 장기간 고혈당이 미주신경을 손상시키면 위 수축 능력이 떨어진다. 바이러스 감염 후 발생하는 특발성 위마비증, 위 수술 후 신경 손상, 아편계 진통제, 항콜린제 등 약물 영향도 중요한 원인으로 보고된다.

미국소화기학회(AGA)의 권고 기준에 따른 표준 진단은 ‘위 배출 스캔’이며, 식이 섭취 후 4시간이 지나도 음식물의 10% 이상이 위에 남아 있으면 위배출 지연으로 정의한다.

국내에서는 위마비증의 정확한 발병률이나 유병률을 확인할 수 있는 전국 단위 통계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아시아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역학 조사 자체가 부족한 데다, 국내 의료현장에서도 위마비증이 비교적 생소한 질환으로 여겨져 환자들이 여러 진료과를 오가며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통계 산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연구를 참고하면, 미국에서는 일반 인구 10만 명당 남성 약 9.6명, 여성 약 37.8명 수준의 유병률이 보고돼 있으며 여성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특히 위마비증은 당뇨병의 대표적 합병증 중 하나로, 당뇨 환자의 15~40%에서 위 배출 지연이 관찰된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인 당뇨병 유병률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잠재적인 위마비증 환자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위마비증의 치료에는 저지방, 저섬유질, 소량 다식과 같은 식단 조절과 위운동 촉진 약물(메토클로프라마이드, 에리스로마이신 등)이 기본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약물 효과는 제한적이며 장기 부작용이 있어, 중증 환자에게는 ‘위 신경자극기’가 선택된다. 매슈의 사례처럼 전기 자극으로 위 수축을 유도해 구토 빈도와 위 정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난치성 환자에서 증상 개선 효과가 보고돼 있다.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일부 환자는 위관영양이나 정맥영양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위마비증은 단순 소화 장애가 아니라 영양 상태와 전신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장운동질환이라고 평가하며, 조기 진단과 지속적 관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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