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9일 (수)

근감소증 노인, 심혈관질환 위험 92% 더 높다

질병청 코호트 추적…근감소증 새로 생기거나 지속되면 사망 위험 역시 최대 67% 늘어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계단을 오르다 예전보다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빠진다면, 단순히 '나이 탓'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노년기 근력이 떨어지면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까지 함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 노인을 장기간 추적한 결과 근력과 신체기능 저하가 심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지난 7월 16일 온라인 게재됐다.

근감소증, 얼마나 흔한가

근감소증은 노화에 따라 근력과 근육량, 신체기능이 함께 줄어드는 노인성 질환이다. 낙상과 골절, 신체장애, 입원,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사망 위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근감소증 유병률은 7.9%였고, 80세 이상에서는 20.0%까지 올라갔다. 노인 5명 중 1명꼴로 근감소증을 겪는 셈이다.

근력만 떨어져도 위험 커져

연구팀은 KURE 코호트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 2,997명을 분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통계청 자료를 연계했다. KURE 코호트는 2012년부터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가 구축해온 지역사회 기반 노인 코호트로, 서울 3개구와 인천 강화군 주민을 대상으로 심혈관·근골격계 질환을 장기간 추적해왔다.

근육량 대신 악력과 '일어서서 걷기 검사'(의자에서 일어나 3m를 걸어갔다 돌아와 다시 앉는 데 걸리는 시간)로 근감소증 여부를 판정했다. 악력 또는 신체수행능력 중 한 가지만 떨어지면 '근감소증 가능 단계', 두 가지가 모두 떨어지면 '기능성 근감소증'으로 나눴다.

분석 결과, 기능성 근감소증이 있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92배, 전체 사망 위험은 1.45배 높았다. 근육량 감소 여부와 무관하게, 악력이나 보행 능력이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가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결과 표=국립보건원

새로 생기거나 계속되면 더 위험

연구팀은 약 4년 후 추적조사까지 참여한 1,990명을 대상으로 근감소증 상태 변화도 살폈다.

그 결과 이 기간 근감소증이 새롭게 발생한 노인은 근감소증이 없던 상태를 유지한 노인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1.56배, 사망 위험은 1.67배 높았다. 근감소증이 계속 이어진 노인도 심혈관질환과 사망 위험이 각각 1.65배 높게 나타났다.

반면 근감소증이 있다가 좋아진 노인은 심혈관질환·사망 위험과 뚜렷한 관련성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연구팀은 이 그룹의 표본과 사건 수가 적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근감소증 상태 변화와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은 한국만의 발견이 아니다.

중국 노인 코호트(CHARLS)를 분석한 2024년 연구에서도 근감소증이 진행된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1.30~1.42배 높아졌다. 반대로 회복된 경우에는 위험이 낮아졌다.

이번 연구의 위험 증가폭이 이보다 다소 컸지만, 두 연구는 대상 연령대(국내는 65세 이상, 중국은 45세 이상 포함)와 근감소증 판정 기준, 추적 간격이 달라 수치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근감소증이 나빠질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지고 좋아지면 위험이 줄어든다는 방향성만큼은 국가와 인종을 넘어 일관되게 나타난다.

다만 이번 연구는 체성분 검사 등 근육량 측정 자료 없이 악력과 보행 검사만으로 근감소증을 판정했다. 또 연구 시작 시점 분석과 4년간 변화 분석은 대상자와 추적 기간이 서로 달라 해석에 유의해야 한다.

연구책임자인 김민주 보건연구사는 "근육량 감소 여부를 중심으로 평가하던 기존 접근에서 나아가 근력과 신체기능 등 실제 '근육 기능'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노년기 심혈관질환 위험을 파악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근감소증이 새로 발생하거나 지속되는 노인에서 심혈관질환과 사망 위험이 높았던 만큼 근감소증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원호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노년기 근력과 신체기능 저하는 심혈관질환과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될 수 있는 만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며 "평소 걷기 등 신체활동과 함께 근력운동과 균형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천하고, 악력 저하나 보행 및 이동기능의 변화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건강한 신체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병뚜껑을 여는 힘이 예전 같지 않거나 걷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면, 다음 건강검진에서 악력이나 보행 속도를 함께 확인해볼 만하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