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하다 냉장고에 리모컨을 넣는다거나, 신발장에 장 봐온 배추를 넣는다거나..., 한번 쯤은 정신이 없어서 그랬을 법한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있을 자리가 아닌 엉뚱한 곳에서 물건이 발견되는 일이 잦다면 단순한 실수가 아닌, 치매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영국 매체 미러, 익스프레스 등 보도에 따르면 최근 알츠하이머협회는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두는 행동’이 인지기능 저하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치매는 뇌 기능이 점차 퇴행하면서 기억력, 판단력, 언어능력 등이 서서히 악화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주로 65세 이상에서 발병한다. 영국 내 치매 환자는 약 100만 명에 달하며, 인구 고령화로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2023년 기준 치매 환자는 약 97만 명이며,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치매 환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츠하이머협회 캐나다 지부는 “냉장고 안에서 TV 리모컨이나 안경, 지갑 같은 일상 물건이 발견되는 경우는 단순한 건망증이 아니라 인지장애로 인한 ‘공간 인식 오류’일 수 있다”며 “치매 환자는 물건의 위치나 용도를 혼동해 일상적인 행위의 맥락이 무너지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누구나 일시적으로 물건을 찾지 못할 수 있지만, 치매 환자는 부적절한 장소에 물건을 두고 그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며 “예를 들어 리모컨을 냉장고에 넣거나, 차를 우려 마시려다 티백을 냉동실에 넣는 행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영국 알츠하이머협회도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치매 환자는 물건을 잘못 둔 뒤 다른 사람이 숨기거나 훔쳤다고 의심하는 ‘망상’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며 “이는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므로 환자의 시각에서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행동은 불안감과 통제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져 물건을 모아놓는 ‘저장강박’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협회는 “치매 환자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모두 착각이라고 단정짓기보다, 실제 불편감이나 불안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냉장고, 욕실, 옷장 등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물건이 자주 발견되거나, 가족 간 ‘물건 분실’로 인한 오해가 반복된다면 조기 인지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이러한 미묘한 변화가 치매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