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단은 인류에게 생소하고 위험하다. 우선 인류가 걷고 달려온 200만 년을 놓고 볼 때 계단은 최근에 등장했다. 또 계단은 무릎에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평지는 물론이고 오르막이나 내리막에 비해서도 무릎에 더 큰 충격을 준다. 등산하면서 계단 구간을 오래 밟아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경험한 사실이다.
계단은 올라갈 때에도 무릎에 부담을 주지만, 내려갈 때 특히 무릎에 크게 충격을 가한다. 이는 두 가지 모습에서 확인된다. 첫째, 계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올라갈 때에만 계단을 이용하고 내려올 때에는 엘리베이터를 탄다. 둘째, 공공장소에서 무릎이 불편한 사람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천천히, 조심스럽게 동작을 취한다.
무릎이 충격을 받아내지 못하는 원인은 여럿이다. 연골이 마모됐을 수도 있고, 십자인대 등에 부상을 입었을 수도 있다. 어떤 원인에서든 무릎이 약한 사람이 계단을 내려오는 동작은 두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일반적인 방법인 계단을 정면으로 보는 자세 대신 옆으로 몸을 돌린다. 둘째, 무릎이 더 아픈 사람은 아예 몸을 거의 돌려 뒤로 계단을 밟는다.
무릎이 불편하면 왜 계단을 ‘옆으로’ ‘뒤로’ 내려올까?
우리가 응용할 동작은 첫째 유형이다. 먼저 간단한 질문 하나. 무릎이 아프면 왜 몸을 모로 돌려 계단을 디딜까?
계단을 정면으로 보면, 달리 표현하면 진행 방향과 계단이 직각이면, 착지 때 충격 중 대부분이 무릎으로 온다. 그에 비해 몸을 틀어 모로 내려오면서 착지하면 고관절이 충격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다. 무릎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그래서 무릎이 성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계단을 디디면 통증이 올라오지 않는다.
이 착지법을 대거 관찰할 수 있는 상황이 마라톤 결승선 부근 전철역이다. 전철역 계단으로 이동하는 러너들 중 상당수가 몸을 돌려 천천히 발을 디딘다. 그런 러너들 사이에서 평상시처럼 계단을 정면으로 뚜벅뚜벅 내려오는 러너는 고수임이 분명하다(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다. 그는 풀코스를 완주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무릎이 불편한 상황에서 쓰이는 모로 디디는 착지법을 무릎이 성한 사람도 응용해서 활용할 수 있다. 먼저 무릎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응용 착지를 해야 하는지부터 설명한다. 우선 무릎은 성할 때 보호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신호가 올 때에 이르러 대응하면 좋은 방법도 효과가 더디게 덜 나타난다. 또 이 착지는 고관절을 함께 가동하기 때문에 무릎을 보호하는 동시에 고관절도 강화해준다. 일거양득이다.
“발끝을 안쪽으로 모아 착지”...고관절이 충격 분담해 무릎 보호
필자가 제안하는 착지법은 계단을 디디는 발끝을 안쪽으로 약간 트는 것이다. 계단과 직각인 가상의 선을 기준으로 약간만 안으로 돌려도 된다. 이 착지법을 실행할 때에는 고관절이 하중을 분담하는 것을 느끼기를 권한다. 이런 감각은 고관절을 둘러싼 인대와 근육을 적극 가동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착지법은 계단을 올라갈 때에도 활용할 수 있다. 올라갈 때에는 고관절 주위 인대와 힘줄, 근육을 더 가동할 수 있다. 내려올 때보다 더 크게 고관절 강화 훈련을 할 수 있다.
평지에서 걸을 때에도 실행 가능하다. 발끝을 많이 모아서 착지하지 않아도 된다. 두 발이 찍는 발자국이 평행선을 이루는 정도도 좋다. 피할 보행법은 팔자걸음이다. 팔자걸음은 고관절을 거의 쓰지 않는다. 쓰지 않으니 고관절이 단련되지 않는다.
이 착지법은 안짱걸음과 비슷하다. 안짱걸음은 ‘두 발끝을 안쪽을 향해 들여 모아 걷는 걸음’이다. 필자는 안짱걸음 대신 약간만 안쪽으로 모아서, 또는 평행으로 착지하기를 권한다. 이름을 붙인다면 ‘약안짱걸음’ ‘평행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는 참고문헌도, 전문가 코멘트도 없다. 약안짱걸음과 평행걸음은 필자가 궁리해낸 방법이어서다. 이 착지법이 타당한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독자 개개인이 체험을 통해서 검증하실 수 았다.
고관절을 미리 강하게 단련해두면 노령기에 취약한 큰 부상인 고관절 골절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고관절 골절은 장기 와병으로 이어지고, 활동량 감소에 따른 근육 손실 가속화가 돌이키지 못할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인류 중 대다수가 아직 적응하지 못한 위험한 계단. 이제 이 위험을 기회로 적절히 활용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