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다른 증상이 없던 게실염이 갑자기 장 파열을 일으키는 바람에 응급수술까지 받은 4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클레어 라지(42)는 2025년 10월 밤 출산 진통과 비슷한 극심한 복통으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이송됐다. 그는 3단계 게실염을 앓고 있었지만 평소 아무 증상이 없었다.
클레어는 “평소처럼 잠들었다가 밤중에 복통으로 깼다”며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통증이 견딜 수 없었고, 아기를 낳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CT 촬영에서는 대변 덩어리 약 50개가 장에 막혀 있고, 장이 파열된 사실이 확인됐다. 대변은 복부 안으로 퍼져 있었으며, 의료진은 그가 집으로 돌아갔다면 12시간 안에 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직장과 연결된 장 일부를 절제하는 하트만 수술을 즉시 시행했다. 클레어는 응급 장루 주머니를 달고 약물로 유도한 혼수상태에 들어갔지만, 수술 뒤에도 3주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이 기간 패혈증과 복막염, 양측 폐렴을 겪었고, 의료진은 가족에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알렸다.
의료진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기관절개술을 시행해 스스로 숨을 쉴 수 있는지 확인했다. 클레어는 이틀 뒤 의식을 되찾았고, 이후 6주간 더 입원하며 다시 걷는 법부터 배웠다. 그는 “복부 상처가 성인 남성의 머리만큼 컸다”며 “봉합하지 못한 채 열린 상태로 두고 아물게 해야 했다”고 말했다. 현재 상처는 동전 크기만큼 줄었다.
클레어는 의료진이 양쪽 다리를 심하게 다친 뒤 약 1년간 활동량이 줄었던 일을 연관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장루 복원술과 절개부 탈장 교정술을 받을 예정이며, 현재는 수술 뒤 생긴 절개부 탈장으로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게실염, 왜 장에 구멍이 날까
게실은 대장벽의 약한 부위가 바깥쪽으로 밀려 만들어진 작은 주머니다. 게실만 있는 상태는 ‘게실증’, 그 주머니에 염증이 생긴 상태는 ‘게실염’이다.
게실증이 있다고 모두 게실염을 겪는 것은 아니다. 2026년 국내 진료지침에 따르면 대장 게실증이 있는 사람 중 약 4%가 평생 한 번 이상 급성 게실염을 겪는다.
게실염은 갑작스럽고 심한 아랫배 통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왼쪽 아랫배 통증이 전형적이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오른쪽 대장 게실염도 흔해 오른쪽 아랫배 통증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열과 오한, 메스꺼움과 구토, 변비나 설사, 배를 눌렀을 때 느끼는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복통 양상만으로 확정하지 않으며, 복부 CT로 염증 범위와 농양, 천공 여부를 확인한다.
발병 원인을 한 가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이, 비만, 흡연, 신체활동 부족, 저섬유질·고적색육 식사,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나 스테로이드 사용은 게실염 또는 합병증 위험과 연관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염증이 깊어지면 대장벽이 약해져 미세한 구멍이 생길 수 있다. 공기와 장내 세균, 대장 내용물이 장 바깥으로 새면 대장 주변 농양이 생기거나 복막염으로 번질 수 있다.
대장 주변에만 국한된 미세천공은 상태가 안정적이면 항생제 치료와 관찰을 먼저 시행하기도 한다. 반면 복강 전체에 퍼진 복막염을 동반한 천공은 응급수술 대상이다. 복통이 갑자기 더 심해지고 열 오한, 반복 구토, 심한 압통이 함께 나타나면 천공을 포함한 합병증을 신속히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