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4일 (목)

콜라·핫도그 등 4주간 ‘확’ 줄였더니⋯‘마음의 병’에도 극적 반전이?

우울증 평균 13년 앓은 환자 20명, 4주 동안 초가공식품 섭취 85% 줄였더니⋯우울증 척도 57% 낮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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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초가공식품을 먹고 있다. 우울증 환자들이 4주 동안 각종 초가공식품을 85% 줄였더니 증상이 크게 좋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울증을 10년 이상 앓은 환자들이 4주 동안 콜라·감자칩·핫도그처럼 맛있는 초가공식품을 대폭 줄인 결과, 우울증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연구팀은 우울증을 평균 약 13년 앓고 있는 성인 20명에게 4주 동안 각종 초가공식품의 섭취량을 85% 줄여 관찰 및 분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들 참가자의 평균 나이는 43.7세였고, 여성이 70%를 차지했으며, 우울증 투병 기간은 평균 12.9년이었다. 이들은 모두 과체중이나 비만이었고,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을 최소 1개 이상 앓고 있었다.

연구팀은 교차 설계 방식을 적용해, 우선 참가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다. 그 뒤 한 그룹에는 평소대로 초가공식품이 포함된 식단을 4주 동안 유지하게 하고, 다른 그룹에는 연구팀의 안내로 스스로 장을 보며 초가공식품을 대부분 배제한 식단을 4주간 지키게 했다. 이후 4주가 지난 시점에서 두 그룹의 식단을 맞바꾸어 다시 4주간 생활하게 했다. 이들 참가자는 기존에 복용하던 정신과 약물이나 심리 치료, 수면 시간, 운동량 등을 일절 바꾸지 않았다. 연구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의 우울증 심각도를 측정하는 우울 평가 점수(MADRS)가 평소와 같은 식단을 유지한 뒤에는 18.9점이었으나 초가공식품을 대폭 줄인 뒤에는 8.05점으로 약 57%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환자가 스스로 느끼는 우울증 설문 점수(PHQ-9)도 평소 식단을 유지한 뒤에는 8.68점이었던 것이 초가공식품을 대폭 줄인 뒤에는 5.53점으로 뚝 떨어졌다.

이들 우울증 환자의 불안 증세도 함께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식단을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연구 결과(Reducing Ultraprocessed Foods From the Diets of Patients With Depression: A Pilot Crossover Trial)는 최근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 저널 정신의학(JAMA Psychiatry)》(2026년 9월 23일자)에 실렸고 미국과학진흥협회 포털 ‘유레카얼럿’이 소개했다.

가공식품을 즐겨 먹으면 우울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대규모 역학 조사는 과거에도 종종 이뤄졌다. 하지만 실제 오랜 기간에 걸쳐 우울증을 앓아온 환자들의 식단에서 초가공식품을 대폭 줄이게 한 뒤 증상 변화를 직접 입증한 임상 연구는 거의 없다.

그런데 초가공식품을 멀리하는 것만으로 어떻게 마음의 병이 호전될 수 있을까? 의학계는 ‘장-뇌 축’과 전신 만성 염증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초가공식품에는 유화제, 방부제, 인공 감미료, 착향료 등 공학적으로 첨가된 화학물질과 과도한 정제당·트랜스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 이들 성분은 장내 유익균을 파괴하고 장 점막 상피세포를 손상시켜 장벽을 느슨하게 만든다.

장벽에 틈이 생기면(장 누수 현상) 미세한 세균 독소와 이물질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등급이 낮은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 염증을 일으키는 이들 물질이 혈액과 신경망을 거쳐 뇌로 들어가면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을 방해하고 뇌신경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우울과 불안을 부추긴다.

또한 초가공식품은 뇌의 보상 중추를 과도하게 자극해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이는 마약성 중독과 비슷한 갈망을 일으키고 혈당을 급격히 오르내리게 해서, 극심한 피로감과 감정 기복을 낳는다. 정제된 초가공식품을 끊거나 대폭 줄이고, 대신 통곡물·채소·단백질 위주의 자연 식단을 지키면 장 점막이 회복되고 만성 염증이 가라앉으며 뇌의 보상 회로가 제자리를 찾는다.

한국인의 식탁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아동·청소년은 하루 에너지 섭취량의 25.6%를 초가공식품에서 얻는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들의 의존도는 44.8%나 된다. 질병관리청에 의하면 초가공식품 섭취 비율이 10% 높아질 때마다 인슐린 저항성 위험이 30%, 중등도 이상의 대사이상 지방간 위험이 37% 높아진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우울증 치료에서 식단 개선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음식은 항우울제나 상담 치료 못지않게 강력한 치료 수단이 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이처럼 식단을 완전히 바꾸는 과정이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과정의 난이도에 대해 평균 5.74점(10점 만점)을 매기며 식습관 교정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반면 이 과정이 건강에 미친 유용성에 대해서는 8.42점의 높은 점수를 줬다. 우울증 환자가 당장 식탁 위에서 각종 초가공식품을 치우고 원재료 본연의 자연식품을 즐긴다면 뜻밖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시중에서 파는 모든 가공식품을 끊어야 우울증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나요?

A1. 그렇지 않습니다. 공장에서 복합적인 화학 공정을 거친 인공 착향료·유화제·방부제 등이 다량 함유된 탄산음료, 냉동 간편식, 스낵류, 즉석 가공육 등 초가공식품이 주요 제한 대상입니다. 식품 원료를 단순 건조하거나 발효시킨 두부, 플레인 요거트, 단순 냉동 채소나 해산물 등 기본적인 가공식품은 영양학적으로 훌륭한 대체재입니다.

Q2. 초가공식품을 줄인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나요?

A2.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4주간의 단기 식단 전환만으로도 우울증과 불안 척도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됐습니다. 체내 염증 반응과 장 점막 세포의 재생 주기는 수 주 안에 개선되기 시작하므로, 엄격하게 식단을 관리하면 한 달 안팎으로도 기분과 수면 등에서 상당히 큰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Q3. 기존에 먹던 우울증 약을 중단하고 식단만 조절해도 치료가 되나요?

A3. 아닙니다. 절대 자의로 약물을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연구 참가자들도 기존의 정신과 약물 복용과 심리 치료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식단을 개선했습니다. 건강한 식단은 정신과 치료를 보완하고 좋은 치료 반응을 내는 지지 요법이지만, 적절한 약물 처방을 전적으로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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