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 후반부(50-60대) 여성들이 초가공식품 중독에 가장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저지방 쿠키, 전자레인지용 간편식 등 다이어트 식품이 범람하던 시기에 성장하며, 특정 발달 시기에 초가공식품에 노출된 첫 세대라는 점에서 위험성이 두드러졌다.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 교수 애슐리 기어하트 교수팀은 노화건강정책혁신연구소가 진행하는 '전국 노화 건강 여론조사(National Poll on Healthy Aging)'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 성인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최근 국제 학술지 ⟪중독(Addiction)⟫에 발표했다.
과학매체 사이언스데일리 등의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예일 식품중독 척도 2.0 수정판(mYFAS 2.0)’을 활용해 중독 여부를 측정했다. 이 도구는 본래 물질 사용 장애 진단 기준에서 파생된 것으로, 강한 갈망, 줄이려는 시도의 반복적 실패, 금단 증상, 과식 우려로 인한 사회적 활동 회피 등 13가지 항목을 포함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술이나 니코틴 대신 사탕, 패스트푸드, 가당 음료 같은 초가공식품을 ‘중독성 물질’로 간주했다.
미시간대 심리학과 루시 K. 로크 대학원생은 “이번 연구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척도로 초가공식품 중독을 다룬 드문 사례”라며 “현재의 중장년층은 국가 식품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던 시기에 성장했기 때문에, 이들의 중독 실태를 확인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여성들 대상으로한 식품 마케팅 영향, 여성에서 더 높은 중독률 보여
알코올이나 담배와 같은 전통적인 중독성 물질은 남성에서 더 흔하게 나타나지만, 초가공식품 중독은 여성에서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 연구진은 그 이유 중 하나로 1980년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저지방’ 다이어트 식품 마케팅을 지적했다. 저지방 쿠키, 전자레인지 간편식 등은 체중 조절을 위한 건강식으로 홍보됐지만, 실제로는 중독성을 강화하는 성분 조합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았다.
연구 책임자인 애슐리 기어하트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초가공식품 중독 비율은 같은 연령대의 술이나 담배 중독률을 훨씬 웃돈다”며 “특히 정신 신체 건강이 나쁘다고 답했거나 사회적으로 고립감을 호소한 집단에서 위험성이 크게 높았다”고 강조했다.
초가공식품 중독, 과체중 인식, 건강 상태, 사회적 고립과도 연관
연구 결과, 체중 인식은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 50~80세 여성 가운데 자신을 ‘과체중’이라고 답한 경우, ‘적정 체중’이라고 답한 여성보다 초가공식품 중독 위험이 11배 이상 높았다. 남성은 무려 19배에 달했다.
정신 건강 상태가 ‘보통 이하’라고 답한 남성은 중독 위험이 4배, 여성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체 건강이 좋지 않다고 답한 경우에도 남성은 3배, 여성은 2배 가까이 높았다. 또한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고 답한 남녀는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중독 위험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어하트 교수는 “체중 조절을 원하는 사람들이 ‘저지방’, ‘고단백’, ‘저칼로리’라는 라벨이 붙은 초가공식품에 더 쉽게 현혹된다”며 “사회적 압력이 강한 여성들이 이러한 마케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50~60대는 평생 대부분을 초가공식품이 지배하는 식품 환경에서 살아온 첫 세대”라며 “특히 아동·청소년기의 특정 시기가 중독 취약 시기일 수 있는 만큼, 조기 연구와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청소년과 아동은 X세대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초가공식품에서 섭취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래 세대의 중독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며 “다른 중독성 물질과 마찬가지로 조기 개입이 장기적인 위험 완화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재단 대학원연구펠로십과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의 지원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