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 년간 심장마비 표준 치료제 중 하나로 사용돼 온 '베타차단제'의 효능을 두고 상반된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장 손상이 거의 없는 대다수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 있으며, 특히 여성의 경우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베타차단제는 심박수와 혈압을 낮춰 심장의 부담을 줄여주는 약물로 최근 40여 년간 심장마비 재발 예방의 표준 치료제로 널리 처방돼 왔다.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되고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동시에 게재된 두 연구가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첫 번째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843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리부트(REBOOT)' 연구다. 연구진은 평균 3.7년간 환자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심장 기능이 비교적 잘 보존된 환자(좌심실 박출율 40% 이상)들은 베타차단제 복용 여부가 사망률이나 심장마비 재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좌심실 박출률은 심장이 한 번 수축할 때 좌심실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혈액을 내보내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심장 기능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 50% 이상일 때 정상, 40~49%는 경미한 손상, 30~39%는 중증 손상으로 평가된다. 현재 전체 심장마비 환자의 80%가 좌심실 박출률 40% 이상, 즉 비교적 심장 기능이 잘 보존된 상태로 진단받고 있다.
반면 노르웨이와 덴마크에서 진행된 심장 기능이 비교적 잘 보존된(박출률 40% 이상) 환자 5574명을 대상으로 한 'BETAMI-DANBLOCK' 연구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베타 차단제를 투여 받은 환자들은 베타 차단제를 복용하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사망이나 주요 심혈관계 사건, 특히 심장마비 재발 위험이 15% 낮은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리부트 연구의 하위 분석 결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학술지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심장 기능이 비교적 잘 보존된 여성 환자의 경우에는 베타차단제를 복용한 환자가 복용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오히려 2.7%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심장 기능이 약간 손상된 여성이나 남성 환자에게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리부트 연구를 이끈 보르하 이바네즈 마운트시나이대 박사는 “현재 단순 심근경색 환자의 80% 이상이 베타 차단제를 복용하고 퇴원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수십 년 만에 심장마비 치료에 있어 이뤄진 가장 중요한 진전 중 하나로 전 세계 임상 지침을 재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는 베타차단제가 사망률을 크게 낮췄지만, 오늘날에는 막힌 관상동맥을 신속히 재개통하는 치료법이 발전해 심각한 합병증 위험이 크게 줄었다”며 “이러한 새로운 상황에서 베타차단제의 필요성은 불분명해졌다”라고 설명했다.
베타차단제는 심한 심부전이나 심장 기능이 크게 저하된 환자에게서는 심부전 악화와 심장마비 재발을 효과적으로 예방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꾸준히 확인돼 왔다. 하지만 막힌 혈관을 빠르게 재개통하는 치료법이 보편화되면서 심장마비 이후에도 심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거나 손상이 경미한 환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전체 환자의 약 80% 수준). 이에 따라 이러한 환자들에게까지 베타차단제를 처방하는 것이 여전히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