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사를 일으키는 기생충에 일부러 감염돼 살을 빼려는 위험한 다이어트가 소셜미디어에서 퍼지고 있다.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틱톡에서는 ‘설사 다이어트’, ‘사이클로스포라 스키니’ 등의 해시태그를 단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물 설사를 부르는 기생충 사이클로스포라(Cyclospora)에 감염된 뒤 체중이 줄었다는 경험을 공유하거나, 감염을 노리고 채소와 과일을 먹는 모습을 촬영한 콘텐츠다.
미국 동부에서 활동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프란체스카는 채소가 가득 담긴 샐러드를 먹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사람들이 이 기생충으로 7∼10kg를 뺐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나”, “아직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는 문구를 넣었다. 이 영상은 220만 회 넘게 조회됐다.
이 같은 영상은 마른 몸과 제한적인 식사, 극단적인 체중 감량법을 미화하는 소셜미디어 문화인 ‘스키니톡(SkinnyTok)’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식단을 바꾸기 귀찮아 사이클로스포라 감염 위험까지 감수한다”며 채소를 손질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출산 후 설사를 일으키는 기생충에 감염돼 9kg 정도가 빠졌다”고 말했다. 한 남성은 “사이클로스포라에 감염돼 한 달 동안 심하게 앓았지만 약 4.5kg이 빠졌다”며 날씬해진 복부를 보여줬다. “사이클로스포라증에 걸려 여름을 앞두고 날씬해졌다”며 춤추는 영상도 등장했다.
이러한 유행 속에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인영양사 보니 로니는 설사 후 나타나는 체중 감소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설사로 줄어든 체중은 체지방이 아니라 대부분 수분이기 때문이다. 설사가 멎고 수분이 보충되면 체중은 대개 원래 수준으로 회복된다.
로니는 “식품 매개 감염병은 장 건강에 오래 영향을 줄 수 있고 음식과의 관계도 해칠 수 있다”며 “단기간 수분이 빠져 얻는 체중 감소는 이런 위험을 감수할 만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 이후 미국 34개 주에서 사이클로스포라증 환자 1645명이 확인됐다. 연방정부와 주 보건당국은 패스트푸드 체인 타코벨의 음식이 감염 확산과 관련됐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미리 잘라 판매하는 샐러드 키트와 채소 섭취에 주의하고, 농산물을 충분히 씻으라고 권고했다. 음식 준비에 사용한 조리대와 칼, 도마 등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생채소 표면에 묻은 ‘사이클로스포라’…씻어도 완전히 제거 안 될 수 있어
사이클로스포라의 정식 명칭은 ‘사이클로스포라 카예타넨시스(Cyclospora cayetanensis)’로,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단세포 기생충이다. 국내에서는 ‘원포자충’이라고 부르며, 이 기생충이 일으키는 장 감염병은 ‘원포자충 감염증’ 또는 ‘사이클로스포라증’이다.
사람이 오염된 음식이나 물과 함께 기생충의 알에 해당하는 ‘난포낭’을 삼키면 소장에서 껍질이 벗겨진다. 안에서 나온 기생충은 소장 점막의 상피세포에 침입해 증식하며 염증을 일으키고, 수분과 영양분의 흡수를 방해한다.
감염 후 보통 1주일 안팎에 잦은 물설사가 시작된다. 식욕 저하와 복부 경련, 복부 팽만, 가스 증가, 메스꺼움, 피로, 체중 감소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수주에서 수개월 이어지거나, 좋아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감염자의 대변으로 나온 난포낭은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지 못한다. 외부 환경에서 며칠 이상 성숙해야 감염력을 갖기 때문에 사람 간 직접 전파 가능성은 낮다. 대변에 오염된 관개용수나 세척수가 농산물에 닿고, 이를 충분히 씻거나 익히지 않은 채 먹을 때 주로 감염된다. 표면에 주름과 틈이 많고 생으로 먹는 라즈베리, 잎채소, 고수와 바질 같은 허브류를 먹고 집단감염이 자주 보고되는 이유다.
흐르는 물에 채소와 과일을 꼼꼼히 씻으면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기생충을 완전히 없앤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난포낭이 농산물 표면의 틈에 달라붙을 수 있고 일반적인 염소계 소독제에도 잘 견디기 때문이다. 비누나 세제, 표백제로 농산물을 씻어서는 안 된다. 가열할 수 있는 식품은 70℃ 이상으로 익혀 먹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한국에선 발생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흔한 감염병으로 보기는 어렵다. 질병관리청은 원포자충 감염증을 제4급 장관감염증으로 분류해 표본감시하고 있다. 지정 의료기관에서 확인된 환자는 2022년 0명, 2023년 10명, 2024년 2명이었다. 같은 기간 매년 수천 명이 보고된 노로바이러스나 살모넬라균 감염증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 이 수치는 전국 모든 의료기관의 환자를 집계한 것이 아니라 약 200개 표본감시기관의 신고 결과여서 국내 전체 감염자 수와 같지는 않다. 증상이 가볍거나 별도의 기생충 검사를 받지 않은 환자는 통계에서 빠질 수도 있다.
중남미와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따뜻하고 위생 기반이 취약한 지역을 여행했거나 수입 생채소 과일을 먹은 뒤 물설사가 며칠 넘게 이어진다면 의료진에게 음식 섭취력과 여행력을 알리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자주 묻는 Q&A
Q1. 사이클로스포라에 감염되면 실제로 살이 빠지나?
설사와 식욕 저하, 탈수로 체중이 줄 수 있다. 빠진 체중은 체지방보다 수분과 장 내용물 감소에 따른 비중이 크다. 설사가 멎고 수분과 음식을 다시 섭취하면 체중도 대부분 회복된다. 감염을 체중 감량 수단으로 삼으면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 영양 부족 등을 겪을 수 있다.
Q2. 사이클로스포라는 사람 사이에서도 옮나?
감염자의 대변으로 오염된 물이나 농산물을 먹었을 때 주로 감염된다. 배출 직후에는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없고, 외부 환경에서 며칠에서 몇 주간 성숙해야 감염력을 갖는다. 이 때문에 사람 간 직접 전파 가능성은 낮지만, 화장실을 사용한 뒤와 음식을 준비하기 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Q3. 채소와 과일을 씻으면 감염을 완전히 막을 수 있나?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으면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사이클로스포라를 완전히 제거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비누나 세제, 표백제로 농산물을 씻어서도 안 된다. 단단한 채소와 과일은 깨끗한 솔로 문지르고, 잎채소의 겉잎은 떼어낸다. 가열할 수 있는 식품은 중심부까지 70℃ 이상 익히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물설사가 며칠 넘게 지속되거나 증상이 되풀이되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