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 속에 전 세계 노동자들과 취약계층의 건강 문제가 갈수록 악화할 조짐을 보이자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기상기구(WMO)가 마침내 칼을 뽑았다.
두 기구는 지난 22일 지구온난화 속 노동자를 보호할 ‘기후 변화와 직장 내 열 스트레스’라는 제목의 새로운 보고서 및 기술 지침을 발표했다고 WHO 홈페이지가 밝혔다. 기후변화와 노동자 건강과 관련해 유엔기구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보고서 및 지술 지침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기후변화가 본격적으로 인간 건강, 질병, 안전, 노동생산성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공식 지정된 셈이다.
WHO, 폭염 따른 노동자 건강주의보 내린 셈
이 보고서 및 기술지침은 WHO와 WMO가 노사 양측과 보건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마련했다. 보고서 및 기술지침은 폭염으로 인한 건강 위해를 줄이기 위해 특정 산업과 지역에 맞춰 직업적 열사병 대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WHO는 각국의 정부·사용자·보건당국·지자체에 지역 기상 패턴, 직업별 특성, 노동자 취약성을 고려해 직업적 ‘열 건강 대책’을 맞춤형으로 개발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중년·노년 노동자, 만성 질환자, 신체건강 수준이 낮아 열 스트레스의 영향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는 사람 등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추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응급의료 요원과 의료 전문가, 사용자 및 노동자를 대상으로 열 스트레스 증상에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인식을 높이라고 촉구했다. 열 중독 증상이 초기에 오진이 잦아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정부·지자체·사용자에 기후변화·폭염 맞춤 대책 권고

한마디로 각국 정부와 지자체, 사용자 등에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미치는 건강 위해도를 각각의 환경에 맞춰 마련할 것을 요구한 셈이다. 물론 이는 강제 규정이 아닌 권고사안이기는 하다. 하지만 앞으로 각국에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조치와 노력이 나올 수밖에 없다.
WHO가 이렇게 나선 것은 기후변화로 폭염 발생이 빈번해지고 강력해지면서 폭염에 정기적으로 노출되는 많은 노동자들, 특히 농업·건설·어업과 같은 분야의 육체노동자들이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폭염 발생 빈도 증가는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노인·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위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기후변화라는 개념이 노동자의 산업재해, 직업병 등 산업 보건의 구체적인 부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폭염의 건강 피해 다양하고 광범위

WHO는 그간 연구를 바탕으로 폭염에 따른 건강 위험으로는 열사병·탈수증·신장기능장애·신경 장애 등이 있으며, 이 모든 질환은 장기적으로 개인의 건강과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와 폭염으로 인한 각종 질환이 다양하고 광범위하다는 이야기다. 제레미 페러 건강증진·질병예방·관리 담당 사무차장은 ”이 지침이 전 세계 수십억명의 노동자를 지구온난화 속에서 생명을 보호하고, 불평등을 줄이며, 더욱 회복력 있는 노동력을 구축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WHO는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폭염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WMO의 코 배럿 부사무총장은 “직업적 열 스트레스는 더 이상 열대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 과제가 됐다”며 “폭염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은 건강 문제를 넘어 경제적으로 필수적인 조치”라고 했다.
WHO와 WMO의 이번 조치는 기후변화가 본격적으로 보건의료 분야로 스며들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