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4일 (화)

혈액을 보면 뇌·심장·폐 등 11개 기관 ‘노화 정도’ 알 수 있다?

美연구팀, 혈액 속 3000여개 단백질 수치로 판단...3년뒤 상용화 목표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스탠포드대 연구팀이 인체 11개 장기의 생물학적 노화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탠포드대 연구진이 혈액으로 인체 각 장기의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토니 위스-코레이 스탠포드 의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혈액 단백질 분석을 통해 11개 주요 장기의 노화도를 측정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고 9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했다.

15년간 노화 연구에 매진해온 위스-코레이 교수는 "이 도구가 의료 접근법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질병 치료 중심에서 건강 관리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사람들이 스스로 몸을 돌볼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혈액 속 3000여 개의 단백질 수치를 특정 연령대의 평균 수치와 비교 분석한다. 이를 통해 AI 알고리즘이 뇌, 심장, 폐, 간, 신장 등 인체 11개 기관의 '생물학적 나이'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약 4만5000명의 건강 정보를 분석해 기술의 정확성을 검증했다. 그 결과, 생물학적으로 노화된 장기를 가진 사람은 해당 장기와 관련된 질병에 걸릴 위험이 뚜렷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이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노화되면 심부전 위험이, 폐가 노화되면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위험이 커지는 식이다.

특히 뇌의 생물학적 나이는 알츠하이머 뿐만 아니라 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나타났다.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극도로 노화된 뇌(상위 7%)’를 가진 사람은 '극도로 젊은 뇌(하위 7%)’를 가진 사람보다 향후 10년 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12배 이상 높았다. 또한, 뇌가 극도로 노화된 사람의 15년 내 사망 위험은 182% 증가한 반면, 뇌가 젊은 사람의 사망 위험은 40% 감소했다.

연구팀은 또 흡연, 음주, 빈곤, 불면증, 가공육 섭취 등이 장기 노화를 가속하는 반면, 격렬한 운동과 기름진 생선 섭취는 노화를 늦추는 요인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론적 연구를 마친 연구팀은 실제 사람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에 참여한 폴 콜레타 씨는 당시 60세였지만 신장의 생물학적 나이는 68세로 측정됐다. 콜레타 씨는 "일반적인 신장 생체지표는 모두 정상이었지만, 후속 초음파 검사에서 왼쪽 신장에 큰 낭종이 발견됐다”면서 “(검사 덕분에) 조기에 악화 신호를 찾아내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베로 바이오사이언스'라는 회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했으며, 3년 내 검사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상되는 검사 비용은 200달러(약 28만 원) 수준이다. 위스-코레이 교수는 이에 대해 “질병 치료 중심에서 예방적 건강 관리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술 상용화를 둘러싼 윤리적 우려도 제기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말리아 풀러턴 워싱턴대 생명윤리학 교수는 미국 언론사 머큐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도구가 전반적인 기술로서는 매우 유망해 보이지만, 적용 과정에서 여러 윤리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장수를 원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노화하는 장기를 제거하고 새 장기로 교체하려 할 수 있다”면서 "이미 극심한 부족 상태인 장기 기증 시스템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보험사들이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문제다. 풀러턴 교수는 "건강보험과 고용보험에는 불완전하나마 차별금지 법률이 있지만, 생명보험에는 그런 법률이 없다"며 "보험업계가 이런 정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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