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드시고, 체력부터 키우셔야 합니다."
암 수술을 앞둔 환자와 가족이 흔히 듣는 말이다. 근육을 늘리면 수술도, 회복도 수월해질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조언만으론 부족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대장항문외과 강정현 교수·핵의학과 이재훈 교수 연구팀이 대장암 환자의 복부 CT를 분석한 결과, 근육 사이에 낀 지방인 근간지방조직(IMAT)이 많을수록 생존율이 낮아졌다고 5일 밝혔다. 근육이 얼마나 있느냐가 아니라, 그 사이에 지방이 얼마나 끼었는지가 생존율을 갈랐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European Journal of Radiology》에 실렸다.
'양'은 정상, '질'은 달랐다
근육이 얼마나 많은가가 '양'이라면, 그 근육 사이에 지방이 얼마나 끼었는지는 '질'이다. 겉보기엔 근육량(양)이 같아도 이 '질'은 사람마다 다르다.
고기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살코기 양이 똑같아도 마블링(지방)이 촘촘히 낀 고기와 살코기로 꽉 찬 고기는 다르다. 근육도 마찬가지다. 지방이 많이 낄수록 근육량은 그대로라고 해도 실제 기능은 떨어진다.
그동안 체력을 가늠하던 잣대는 주로 근육량과 근육 속 지방이었을 뿐, 근육을 감싸는 막 안쪽에 낀 근간지방조직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강정현 교수팀은 그간 병원 자료를 바탕으로 근감소 관련 지표를 꾸준히 내놓아 왔다. 앞서 혈액 속 알부민 수치와 근육 지방을 함께 본 새 지표를 제시했고, CT 없이 근육 감소를 예측하는 머신러닝 모델도 내놓은 적이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다. 환자 850명을 분석하고 별도로 647명에게 다시 확인한 해외 다기관 연구에서도, 근육 사이 지방이 많을수록 사망·재발 위험이 컸다. 다만 이 연구는 지방의 양과 밀도를 따로 봤을 뿐, 이번처럼 하나로 합치진 않았다.

그래서, 얼마나 위험했을까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수술받은 1~3기 대장암 환자 1080명의 CT로 지방 면적과 밀도를 수치화해 생존율과 비교했다. 두 지표 모두 우연이라 보기 어려울 만큼 생존율과 관련이 있었다.
지방 면적과 밀도를 함께 살펴 환자를 네 그룹(G1~G4)으로 나누자 차이는 더 뚜렷해졌다. 다만 결과는 "지방이 많을수록 나쁘다"는 단순한 비례 관계가 아니었다.
면적과 밀도 둘 다 높은 그룹만 생존율이 눈에 띄게 낮았고, 둘 중 하나만 높거나 둘 다 낮은 나머지 그룹은 생존율에 차이가 거의 없었다. 근육이 많아 보여도 그 사이 지방이 면적과 밀도 양쪽으로 많이 끼어 있을 때만 생존율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양이 아니라 질, 그것도 두 가지 질적 지표가 함께 나빠졌을 때가 문제였다.

필요한 건 '양'만이 아니었다
강정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술 전 골격근 사이에 침착된 지방을 영상학적으로 평가해 대장암 환자의 예후를 보다 정밀하게 예측하고, 개인별 맞춤 치료 계획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특히 침착된 지방의 크기와 밀도를 동시에 고려하는 모델의 우수성을 입증한 연구인 만큼, 향후 다기관 연구를 통해 다양한 인종과 체형을 반영한 검증이 이뤄진다면 임상 적용 범위를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가 강남세브란스병원 한 곳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만큼, 다른 인종과 체형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앞으로 여러 병원이 함께하는 검증을 거쳐야 확인될 부분이다.
수술을 앞둔 환자라면 근육을 늘리는 데서 그치지 말아야 한다. 근육 사이에 지방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끼어 있는지까지 살펴야 온전한 그림이 나온다.
담당 의료진에게 근육량뿐 아니라 근육 사이 지방까지 함께 확인해볼 수 있는지 물어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