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5일 (수)

'넘어질까 봐 집에만'⋯스마트폰 카메라로 위험군 86% 가려낸다

[로코모티브 신드롬] ④ 잘 걷는 사람도 의자에서 일어나는 속도만 보면 위험 보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일본 정형외과 분야에서는 뼈·관절·근육·신경이 약해져 이동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로코모티브 신드롬’으로 정의하고, 노쇠와 장기요양을 앞서 읽는 건강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코메디닷컴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양말 신기, 계단 오르기, 횡단보도 건너기처럼 일상에서 먼저 드러나는 몸의 신호를 6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넘어질까 봐 집에만'⋯스마트폰 카메라로 위험군 86% 가려낸다
낙상과 골절은 노인들의 적이다. 일상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온갖 후유증을 남긴다. 그런데, 낙상과 골절이 일어나기 전에 아마 우리 몸은 몇 가지 징조들이 미리 나타낸다는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집 안에서 한 번 미끄러졌을 뿐이다. 욕실 앞에서 발을 헛디뎠고, 다행히 뼈는 부러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이후 몸보다 마음이 먼저 움츠러든다. 계단 앞에서는 손잡이부터 찾고, 버스에 오를 땐 발을 어디에 디딜지부터 살핀다. 혼자 시장 가는 일도 줄었다.

고령층에게 낙상은 단순한 사고가 아닐 수 있다. 크게 다치지 않았어도 “또 넘어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활동량을 줄인다. 덜 움직이면 근육이 빠지고, 균형감각은 더 떨어진다. 그러면 다음 낙상 위험은 오히려 커진다. 넘어짐이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이 다시 넘어짐을 부르는 악순환이다.

‘로코모티브 신드롬’(Locomotive Syndrome)은 이 흐름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뼈, 관절, 척추, 근육, 신경 기능이 함께 약해지면서 걷고 움직이는 힘이 떨어지는 상태다. 우리말로는 ‘운동기능저하증후군’이라 한다. 처음엔 걸음이 느려지고 계단이 버거운 정도로 시작하지만, 더 진행하면 낙상과 골절, 장기요양 위험과 맞물린다.

넘어지는 순간보다, 못 버티는 몸이 문제다

젊을 때도 넘어진다. 그러나 고령층의 낙상은 결과가 다르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약하면 몸이 기울 때 버티기 어렵다. 균형감각이 떨어지면 발을 헛디뎠을 때 자세를 바로잡는 반응도 늦어진다.

여기에 골다공증이 겹치면 작은 낙상도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고관절, 척추, 손목 골절은 노년기 생활을 크게 바꾼다. 고관절 골절 뒤에는 수술과 재활이 필요하고, 척추 골절은 키가 줄고 등이 굽는 변화로 이어진다. 또 손목 골절은 옷 입기, 식사 준비, 장보기 같은 일상 동작을 어렵게 만든다.

유준일 인하대병원 교수(정형외과)는 낙상을 “한 가지 사건으로만 보지 말고, 통증·근력·균형·골절 위험이 맞물린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넘어진 순간만 볼 게 아니라, 그전부터 보폭이 줄고 발끝이 걸리고 활동 반경이 좁아졌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넘어지기 전, 몸은 이미 신호를 보낸다

문제는 이 신호가 병원 검사보다 생활 속에서 먼저 드러난다는 점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이 신호를 사람이 알아채기 전에 기술로 먼저 잡아내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노인병학회 제77차 춘계학술대회(5월 30~31일, 부산 벡스코)에서 동아대 박현태 교수(디지털헬스케어연구실, Digital Healthcare Lab)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카메라 한 대로 자세와 걸음을 분석해 로코모티브 신드롬 위험을 가려내는 인공지능(AI) 모델이 시험대에 올랐다. 131명을 대상으로 한 검증 연구에서 이 모델은 위험군을 가려내는 민감도 0.86, 정확도 0.77을 기록했다. 특별장비 없이도 조기에 걸음 이상을 골라낼 수 있다는 뜻이다.

걸음을 아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연구도 있다. 다리에 작은 센서를 붙이고 걷는 모습을 분석했더니, 로코모티브 신드롬이 어느 정도 진행된 사람은 걸음이 느려지고, 보폭이 좁아지고, 무릎과 발목이 움직이는 범위도 줄어 있었다.

더 흥미로운 건 그 다음 연구다. 걷는 모습을 다 볼 필요도 없이,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 딱 한 장면만 보고도 이상을 알아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의자에서 일어날 때 몸을 앞으로 숙였다가 다리 힘으로 쭉 펴며 일어난다. 이때 몸이 얼마나 '빠르고 힘차게' 튕겨 일어나는지를 보면, 아직 걸음걸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람도 미리 가려낼 수 있었다. 마치 아직 잘 걸어 다니는 사람이라도, 소파에서 일어날 때 유난히 굼뜨고 힘겨워 보인다면 다리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인 것과 같은 이치다.

낙상 위험을 발과 직접 연결해 보려는 시도 역시 있다. 압력 센서를 내장한 스마트 인솔로 걸을 때 발바닥 압력 분포와 무게중심 이동을 측정하면, 좌우 불균형이나 자세 불안정을 조기에 짚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박현태 교수는 일본 로코모티브 신드롬 연구계의 이런 흐름에 대해 “낙상이 발생한 뒤 확인하는 방식에서 낙상 전(前) 단계의 변화를 생활 속에서 먼저 잡아내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짚었다. 걸음 수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측정 기기가 낙상을 모두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밖에 덜 나간다”, “계단을 피한다”, “버스를 무서워한다”, “집 안에서 자주 발끝이 걸린다”는 변화는 가족도 알아차릴 수 있는 신호다.

집 밖으로 나가는 힘을 지켜야 한다

낙상 예방은 운동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욕실 바닥, 문턱, 전선, 미끄러운 실내화, 어두운 조명은 모두 위험 요인이다. 밤에 화장실을 자주 간다면 침대에서 화장실까지의 동선도 봐야 한다. 시력 저하, 어지럼을 부르는 약, 수면제나 혈압약 복용 여부도 점검 대상이다.

골다공증이 있다면 뼈 치료도 함께 필요하다. 넘어지지 않는 것만큼, 넘어졌을 때 부러지지 않도록 미리 뼈를 관리하는 일이다.

그래서 고령층에게 ‘꽈당’ 한 번은 가벼운 해프닝이 아닐 수 있다. 그 뒤로 집 밖이 멀어지고, 몸은 더 빨리 약해질 수 있다. 넘어지지 않는 힘, 그것이야말로 노년에 필요한, 가장 현실적인 ‘건강 자산’(健康 資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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