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거세와 환관의 거세는 뭐가 다른가?

음경거세 vs. 물리적 거세 vs. 화학적 거세

‘쌍화점’ 홍림의 ‘음경거세’

“거세하라. 뭣들 하느냐 저놈의 뿌리를 뽑아버려라”

영화 ‘쌍화점’에서 고려 왕(주진모)은 그의 호위무사이자 정인인 ‘홍림'(조인성)의

거세를 명령한다. 왕은 홍림과 왕후와의 사랑을 알고는 질투심에 불탄다.  

홍림의 거세는 최근 김길태 강호순 유영철 등 희대의 성범죄자들 때문에 우리

사회 일각에서 발화된 물리적, 화학적 거세와는 다르다.

영화 속 설정이긴 하지만 홈림의 거세는 음경을 자르는 ‘음경 거세’다. 고환만을

제거하는 물리적 거세나, 약물로서 호르몬 분비를 줄이는 화학적 거세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음경거세는 혈관다발인 음경을 잘라버리는 것으로 육체적 고통이 크고 출혈도

매우 심하다.

음경거세를 당한 남자는 성적인 욕구는 그대로 남지만 성행위시 삽입이 불가능해지는

것으로 가장 고통이 크고 야만적인 방법이다. 전문의들은 이런 사고가 일어날 경우

손으로 음경 아래쪽을 꽉 잡아 지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양에서는 음경거세를

시키는 형벌을 ‘궁형’이라고 해서 치욕으로 여겨서 형벌 뒤 생명을 건져도 자결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중국의 사마천은 궁형의 치욕을 당하고도 자결하지 않고

‘사기’를 저술한 것으로 유명하다.

음경거세의 문제점은 배뇨다. 음경은 소변과 정자를 배출하는 요도를 감싸고 있다.

음경이 잘리면 요도도 함께 손상된다. 때문에 음경이 거세 되면 소변을 보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건국대학교 비뇨기과 백성현 교수는 “남성은 요도를 감싼 성기가 돌출돼

있어 서서 소변을 보는데 음경이 거세되면 여성처럼 앉아서 소변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리적 거세’는 고환을 제거

물리적 거세는 정자를 만들고 남성호르몬을 분비하는 고환을 제거하는 것이다.

원래 물리적 거세는 동양에서는 환관을 만들기 위해, 서양에서는 소프라노 음을 내는

남성가수 ‘카스트라토’를 만들기 위해 시행됐다. 의학적으로는 고환암 세포가 너무

퍼졌을 경우 고환을 적출하는 치료의 한 방법으로 발전해 왔다. 고환암은 남성호르몬에

노출되면 더 심해지기 때문에 남성호르몬을 분비하는 고환을 절제하는 시술을 한

것이다.

우리 정치권 일부에서는 성범죄 재발 위험을 막기 위해 성범죄자를 물리적으로

거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체크공화국에서는 성범죄자의 고환을 아예

제거하는 물리적 거세를 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반인의 30%도 물리적

거세를 찬성한다. 물리적 거세는 성범죄예방 효과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물리적 거세를 성범죄자 처벌로 도입하기에는 인권침해의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또 물리적 거세는 성범죄자의 성욕을 상당부분 줄이는 효과가 있으나 완벽한 성범죄

예방책은 아니다. 성범죄 예방에 100%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는 남성호르몬의

95%가 고환에서 나오지만 나머지 5%는 부신에서 나오기 때문. 고환제거만으로는 부신에서

나오는 호르몬을 통제할 수 없다. 또한 호르몬 작용은 적은 양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단 5%라도 성욕을 일으킬 수 있다. 거세를 당해도 성행위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화학적 거세로 인한 심혈관 부작용 최근 크게 줄어

화학적 거세는 남성성범죄자에게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인위적으로 투입해 성욕을 억제시키는 방법이다. 물리적 거세처럼 고환암,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시행돼 왔다. 물리적 거세가 영구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하는 반면

화학적 거세는 일시적이다.

정상적으로 분비돼야 할 남성호르몬이 갑작스레 줄어들면 고혈압 심장병 등 심혈관계

이상이 생기거나 근육의 감소로 인한 복부비만 골밀도감소 안면홍조 등 여성갱년기

증상이 남성에게 나타난다.  

과거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을 주입해 거세하는 화학적 거세로 이런 부작용들이

확인돼 문제가 됐다. 또 이 방법은 성범죄자가 매일 약제를 복용하는 것을 확인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최근에는 ‘황체형성자극호르몬 작용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1~3개월

간격으로 약물을 주사로 주입해 남성호르몬 분비를 감소시킨다. 이 방법은 심혈관계

부작용이 적다. 그러나 여성호르몬 요법과 마찬가지로 갱년기 증상은 생긴다.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기과 박홍석 교수는 “황체형성자극호르몬 작용제를 사용하면

과거 여성호르몬제보다 우려할 만한 심혈관계 질환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화학적 거세도 오래하면 고환 작아지고 정자 줄어

화학적 거세 기간이 길면 ‘고환 위축’이 생기게 된다. 고환이 시각적으로 작아질

수도 있다는 것. 건국대 백 교수는 “전립선암 환자들이 개인차가 있으나 5~10년

정도 치료하다 보면 고환이 위축되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정자수도 줄어

일시 거세가 아닌 진짜 거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거세로 인한 ‘여성형 유방’은 언제쯤 생길까

남성들이 흔히 가장 두려워하는 여성형 유방의 경우 2~3년 정도 약을 투여하면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남성의 가슴에 여성형 유방이 생기는 것은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남성 암 질환을 앓는 이들 중에 성형수술을

결심하는 이가 많다. 가슴에 생긴 지방은 보통 지방흡입술로, 유선조직은 유선조직

절제술로 시술한다.

의사들이 생각하는 ‘거세’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법칙은 현대사회에서는 사라진지 오래다. 도둑질을

했다고 손을 자르지 않는 것처럼 상당수 의사들은 아무리 흉악한 성범죄를 저질러도

처벌 관점에서 거세하는 것은 의학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백 교수는 “성범죄자는 처벌도 해야 하지만 치료도 필요하다”며 “범죄자를

거세하면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주게 되고 더 변태적 성행위에 몰두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여성 거세’도 있을까

여성도 화학 약물로 여성호르몬을 차단시키는 ‘여성거세’를 치료에 사용한다.

남성의 화학적 거세와 원리는 비슷하다. 가령 자궁근종이 있는 경우 약물로 여성호르몬을

차단시켜 조기폐경을 유도한다. 또 여성호르몬 분비를 인위적으로 줄여 유방암세포

증식을 막거나 너무 빠른 2차 성징을 보이는 성조숙증에 사용해 성장기간을 늘리는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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