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 진단 당시 과체중이거나 비만이었던 사람은 정상 체중이었던 사람보다 이후 사망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치매 진단 시점의 체중이 생존 예후와 관련해 유의미한 정보를 줄 수 있으며, 치매 환자가 영양에 더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메일먼 공중보건대학원과 뉴욕대 글로벌 공중보건대학 연구진은 치매 발생 시점의 체질량지수와 이후 사망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Body mass index and mortality in incident dementia’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과체중은 16%, 체질량지수 30~34.9는 27% 낮아
연구진은 미국의 51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건강 및 은퇴 연구(Health and Retirement Study)의 1998~2022년 자료를 활용했다. 분석 대상은 연구 시작 당시 치매가 없었지만 이후 치매가 발생한 4523명이다. 연구진은 이들의 치매 발병 전 및 발생 시점의 체중과 이후 생존 기간을 추적했다.
분석 결과 치매 진단 당시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그룹은 정상 체중인 그룹보다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다. 자세히 보면 정상 체중 그룹과 비교해 과체중 그룹의 사망 위험은 16% 낮았다. 체질량지수가 30~34.9인 1단계 비만 그룹은 27%, 35 이상인 2·3단계 비만 그룹은 22%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치매 전 체중 감소가 결과에 영향을 줬나
연구진은 높은 체중과 낮은 사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체중 변화나 분석 대상의 특성 때문에 나타난 결과인지도 살펴봤다.
먼저 고려한 것은 치매 진단 전의 체중 감소다. 치매 환자는 진단을 받기 훨씬 전부터 체중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같은 연구진의 이전 연구에서도 체중 감소가 치매 진단 최대 10년 전부터 시작될 수 있고, 진단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빨라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진단 당시 정상 체중이었던 사람 중에는 원래 과체중이나 비만이었지만, 치매가 진행되면서 살이 빠진 사람이 포함될 수 있다. 이들이 질병의 진행이나 영양 상태 악화로 사망 위험이 높아진 경우, 체중이 유지된 과체중·비만 집단의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높은 체중 자체가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치매가 발생한 사람만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체중과 사망 위험의 관계가 실제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도 검토했다. 또 비만인 사람 중 다른 질환으로 먼저 사망한 이들은 분석에서 빠지고 상대적으로 건강한 사람만 치매 발생 시점까지 살아남는 ‘생존자 편향’도 고려했다.
추가 분석에서는 이러한 요인들이 과체중·비만 집단의 낮은 사망 위험을 설명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에너지 저장량과 근육량, 가능한 설명이지만 아직 가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치매 환자의 영양 상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가 진행되면 식욕이 떨어지고 혼자 식사하기 어려워져 충분히 먹지 못할 수 있다. 여기에 에너지 소비까지 늘면 체중과 근육이 줄어들게 된다. 이때 몸에 저장된 에너지와 근육량이 충분한 사람은 영양 부족에 따른 체력 저하를 더 잘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에너지 저장량이나 근육량이 사망 위험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과체중과 비만 그룹의 사망 위험이 낮았던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살 찌우라는 뜻 아냐”…체중과 영양 상태 함께 살펴야
비만은 심장병과 당뇨병 등 여러 질환의 위험 요인이다. 특히 중년의 비만은 이후 치매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연구 제1저자인 버지니아 창 뉴욕대 글로벌 공중보건대학 부교수는 이번 연구가 치매 환자의 체중 증가 효과를 시험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근거로 환자가 과체중이나 비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 연구진은 치매 진단 당시의 체중을 다른 건강 정보와 함께 살펴보면 환자의 향후 생존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결과는 치매 환자의 건강을 유지하고 생존을 돕는 데 영양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자주 묻는 질문]
Q1. 치매 환자는 살을 찌우는 것이 좋을까?
A. 이번 연구만으로 체중 증가를 권할 수는 없다. 과체중·비만과 낮은 사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을 뿐, 살을 찌우면 더 오래 산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Q2. 치매 환자의 영양 상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A. 치매가 진행되면 식욕이 떨어지거나 혼자 식사하기 어려워 충분히 먹지 못할 수 있다. 체중과 근육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식사량과 체중 변화를 살피고, 필요하면 의료진과 영양 관리 방법을 상담하는 것이 좋다.
Q3. 비만하면 치매에 걸릴 위험도 낮아질까?
A. 그렇게 해석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는 치매가 발생한 사람의 체중과 이후 사망 위험을 분석했다. 치매 발생 위험을 살핀 연구가 아니며, 중년의 비만은 오히려 이후 치매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