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을 앞두고 전날 저녁을 일찍 먹은 뒤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이 많다. 병원에서 혈액검사 전 최소 8시간 금식하도록 안내하기 때문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8~12시간 금식을 권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혈액검사에 이 같은 금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 내과학회지(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렸다.
울산대 의대·인제대 의대·한양대 의대 연구진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성인 10만1148명의 혈액검사 결과 약 976만 건을 분석했다. 한 사람이 여러 차례 검사를 받거나 한 번 채취한 혈액으로 여러 항목을 검사한 결과를 각각 집계한 것이다.
연구팀은 금식 시간을 8시간 미만, 8~12시간, 12시간 초과로 구분해 금식 시간에 따라 121개 혈액검사 항목의 수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했다.
분석 결과, 대부분의 검사 항목은 금식 시간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았다. 반면 혈당과 중성지방, 간 기능을 확인하는 감마-GT(GGT), 췌장효소인 리파아제 등 일부 항목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8시간 미만 금식한 사람은 12시간 넘게 금식한 사람보다 혈당 수치가 10.8%, 중성지방은 20.1% 높았다. 감마-GT와 리파아제 수치도 각각 14.8%, 36.4% 높게 나타났다.
특히 혈당은 금식 시간이 길어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금식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마다 혈당 수치는 약 4.3mg/dL씩 감소했다. 연구팀은 정확한 공복혈당 측정이나 당뇨병 선별검사를 위해서는 기존처럼 8시간 이상 금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8~12시간 금식한 사람과 12시간 넘게 금식한 사람 사이에서는 검사 수치에 의미 있는 추가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혈액검사 전 금식을 권고하는 이유는 음식 섭취가 혈액 속 포도당이나 중성지방 등 일부 성분의 농도를 변화시켜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에 따른 일시적인 수치 변화를 줄여 정확한 검사 결과를 얻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금식 시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검사 항목도 다수 확인됐다. 연구팀은 모든 혈액검사에 일률적인 금식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검사 항목에 따라 금식 여부와 시간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한 병원의 과거 검사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금식 시간에 따른 수치 변화가 실제 진단이나 치료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는 평가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검사 항목별 금식 기준을 마련하려면 여러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건강검진에서는 한 번의 채혈로 여러 항목을 검사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 일반건강검진에서도 공복혈당을 비롯해 간 기능, 신장 기능, 빈혈 관련 수치 등을 함께 확인하며, 연령과 성별에 따라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검사도 진행한다.
따라서 일부 검사 항목이 금식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더라도 공복혈당처럼 금식이 필요한 검사가 포함돼 있다면 정확한 검사 결과를 위해 최소 8시간 금식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