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4일 (월)

“아픈데 검사엔 잘 안 보인다”⋯AI 활용 '고령층 통증' 맞춤 재활 기술 개발 나선다

여의도성모병원 김종호 교수 등 8개 기관 참여⋯4년6개월간 75억원 투입, 움직임·생체신호·임상정보 통합 연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여성이 매트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한국 연구진이 고령층의 통증과 신체 움직임을 함께 분석해 개인별 운동·재활로 연결하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릎이 많이 아파요.”

고령 환자가 진료실에서 이렇게 호소해도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얼마나 불편한지까지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엑스레이나 자기공명영상(MRI)에 나타난 관절 상태만으로 환자가 실제 생활에서 겪는 통증과 불편을 모두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고령층의 만성 통증을 신체 움직임과 생체신호, 진료정보 등을 이용해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개인별 재활·치료로 연결하는 기술 개발이 시작된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은 정형외과 김종호 교수가 고령층 만성 통증 관리 기술을 개발하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전남대학교병원을 주관기관으로 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 디지털헬스 기업 올쏘케어, 광주과학기술원(GIST),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신테카바이오, 한국디지털헬스케어진흥재단,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 등 8개 기관이 참여한다. 연구기간은 4년 6개월이며 전체 컨소시엄 연구비는 약 75억원이다.

김종호 교수

김종호 교수와 중앙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 이윤규 교수는 공동연구책임자를 맡는다.

‘통증 몇 점’에 실제 움직임 정보까지 더한다

통증은 환자가 직접 느끼는 경험이어서 객관적인 수치 하나로 나타내기 어렵다. 의료현장에서도 환자에게 통증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묻는 방법이 중요한 평가 수단으로 쓰인다.

하지만 같은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은 사람마다 차이가 적지 않다. 어떤 사람은 외출과 계단 이용에 큰 어려움이 없는 반면 다른 사람은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집 안을 걷는 것조차 힘들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환자가 말하는 통증에 실제 몸의 움직임과 기능 정보를 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김 교수팀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령 환자의 관절 움직임과 근력, 신체기능, 재활운동 수행 상태 등을 측정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여기에 환자가 직접 보고하는 통증 정보와 생체신호, 임상자료 등을 함께 분석해 통증과 기능 저하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찾을 계획이다.

여기서 ‘통증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AI가 환자의 아픔을 대신 판단해 몇 점이라고 매긴다는 뜻은 아니다. 환자가 말하는 통증에 실제 움직임과 신체기능의 변화를 더해 일상생활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스마트폰으로 움직임 살펴…집에서 재활 상태 확인 목표

이번 연구에는 올쏘케어가 개발한 AI 기반 근골격계 디지털헬스 플랫폼 ‘아나파(ANAPA)’가 활용된다.

아나파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카메라로 사람의 움직임을 촬영해 관절가동범위와 신체 움직임 등을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관절가동범위는 무릎이나 어깨 같은 관절을 어느 정도까지 굽히고 펼 수 있는지를 뜻한다. 몸에 별도의 웨어러블 센서를 부착하지 않고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병원 진료 때뿐 아니라 환자가 집이나 일상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살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다.

재활운동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운동을 이어가면서 관절 움직임이나 신체기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이런 정보와 통증 유형, 질환 특성, 생활환경 등을 함께 분석해 환자에게 맞는 운동과 디지털 재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교수팀이 개발하려는 것은 이미 완성된 ‘AI 통증 측정기’가 아니다. 움직임과 생체·임상 데이터를 통증 정보와 연결했을 때 실제 환자의 상태를 얼마나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앞으로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잘 재는 데서 끝나지 않고 ‘맞춤 재활’까지

연구의 다음 단계는 측정한 정보를 실제 치료와 재활에 활용하는 것이다.

환자마다 통증이 나타나는 양상과 신체기능이 다른 만큼 같은 운동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상태에 따라 운동 방법과 강도를 달리할 수 있는 관리 모델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고령층의 통증과 기능 변화를 안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디지털 바이오마커’도 찾을 계획이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스마트폰이나 각종 디지털 기기로 측정한 움직임·생체정보 가운데 건강 상태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를 말한다.

김종호 교수는 “고령 환자의 통증은 영상검사나 일회성 진료만으로는 그 정도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통증과 근골격계 기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환자 개개인에게 적합한 치료와 재활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윤구 교수

이윤규 교수는 “아나파의 인공지능 모션 분석과 디지털 재활 기술을 활용하면 의료기관뿐 아니라 환자의 가정과 일상생활에서도 근골격계 기능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임상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개발하고, 고령층 통증 관리의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번 과제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의 지원으로 수행되는 ‘2026년도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RFP7 VISTA’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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