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시간이라도 강도를 높여 운동하면 적당한 강도로 오래 운동했을 때보다 몸에 더 큰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록펠러대 연구진은 운동 강도에 따라 우리 몸이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고강도 운동과 중강도 운동을 비교했다. 그 결과, 중강도 운동을 오래할 때에 비해 짧게 고강도 운동을 할 때 혈액 속에서 건강 및 질병과 관련된 수백 가지 단백질이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폴 코헨 박사는 “흥미로운 점은 단 몇 분의 강도 높은 운동만으로 상당한 분자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30초 전력질주 6번 했더니, 혈중 단백질 714개 변화
연구진은 여러 운동 실험에서 얻은 혈액과 조직 자료를 분석해 운동 강도에 따라 몸속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비교했다.
핵심 실험에는 젊고 건강한 남성 19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10명은 실내 자전거에서 30초 동안 온 힘을 다해 페달을 밟은 뒤 약 4분간 쉬는 과정을 6차례 반복했다. 실제로 전력을 다해 운동한 시간만 더하면 3분이다. 나머지 9명은 중간 강도로 90분 동안 자전거를 탔다.
운동 전후 혈액을 분석하자 두 운동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전력 자전거 운동 직후에는 연구진이 측정한 혈중 단백질 가운데 714개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반면 중강도 운동에서는 반응이 상대적으로 늦게 나타났다. 운동 직후에는 7개 단백질에서 변화가 확인됐으며, 3시간 뒤에는 19개 단백질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우리 몸속에는 수많은 종류의 단백질이 존재한다. 이들은 호르몬이나 신호물질로 작용해 몸속 정보를 전달하거나, 면역반응과 혈관 기능, 손상된 조직 회복 등에 관여한다. 운동을 하면 근육과 지방조직 등 여러 조직에서 단백질과 대사물질이 혈액으로 분비돼 몸 곳곳에 신호를 전달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전력을 다한 고강도 운동 후 혈액 속 단백질의 변화가 중강도 운동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운동 후 혈액, 지방세포에도 큰 변화 일으켜
강도 높은 운동의 영향은 지방세포에서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운동 전후 참가자에게서 채취한 혈액의 혈장을 사람의 지방세포에 처리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봤다. 혈장은 혈액에서 혈구를 제외한 액체 성분으로, 몸 곳곳에서 만들어진 호르몬과 단백질, 대사물질 등이 들어있다.
분석 결과, 전력 자전거 운동 후 채취한 혈장에 노출된 지방세포에서는 에너지를 사용하고 호르몬에 반응하며 영양분을 감지하는 것과 관련된 유전자 활동이 광범위하게 달라졌다. 중강도 운동 후 채취한 혈장을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큰 변화였다.
이는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근육 등에서 혈액으로 나온 물질이 지방조직을 비롯한 다른 조직에도 신호를 보내 몸 전체의 반응을 이끌어낼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운동 후 증가하는 대사물질인 ‘Lac-Phe’도 운동 강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Lac-Phe는 동물실험을 통해 음식 섭취와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기존 연구에서도 강도 높은 운동 후 더 많이 생성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만·당뇨병과 관련된 단백질도 고강도 운동에 더 많이 반응
그렇다면 고강도 운동으로 변한 혈중 단백질은 건강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연구진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UK 바이오뱅크(UK biobank)의 5만 3000여명의 건강 자료와 비교했다.
그 결과 비만과 제2형 당뇨병 등 대사질환이 적게 나타나는 것과 관련된 단백질 33개 가운데 32개가 전력 자전거 운동 후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강도 자전거 운동에서 변화한 것은 3개였다.
연구진은 짧고 강도 높은 운동을 할 때 몸이 필요한 에너지를 빠르게 조달해야 하는 만큼 근육과 지방조직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활발하게 신호를 주고받으며 에너지 사용과 혈당 조절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공동저자인 루크 올슨 연구원은 “서로 다른 강도의 운동이 몸 전체에 각기 다른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를 연결하는 구체적인 분자적 과정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운동 후 혈액으로 분비되는 단백질과 엑서카인(exerkines)이 운동 강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짧고 격렬한 운동이 건강에 이로운 효과를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엑서카인은 운동할 때 우리 몸의 여러 조직에서 분비돼 다른 세포나 장기의 기능에 영향을 주는 신호물질을 통칭하는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반응이 고강도 운동을 처음 접했기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만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참가자가 8주 동안 훈련한 뒤 같은 운동을 다시 했을 때도 운동 강도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
코헨 박사는 “8주간 훈련한 뒤에도 이러한 반응이 관찰됐다는 것은 단순히 몸이 익숙하지 않은 운동에 적응하려고 애쓰면서 나타난 현상만은 아니라는 뜻”이라며 “관찰된 반응은 강도 높은 운동 자체가 일으키는 반응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분으로 90분 운동 대체’ 의미는 아냐
이번 연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이 몸에 상당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3분의 고강도 운동만으로 90분의 중강도 운동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 기준 일주일에 최소 150분 이상의 중강도 혹은 75분 이상의 고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구가 확인한 것은 운동 직후 혈액과 세포에서 나타나는 변화다. 어떤 운동이 체중 감량이나 심혈관질환·당뇨병 예방, 수명 연장에 더 효과적인지를 장기간 직접 비교한 연구가 아니다.
연구 참가자 수도 많지 않았으며 핵심 비교에는 젊고 건강한 남성이 주로 참여했다. 따라서 여성이나 고령자,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도 같은 반응이 나타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또 전력을 다하는 운동은 짧더라도 심장과 근육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 연구에서 사용한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게 운동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운동 시간이 짧더라도 강도를 높이면 우리 몸이 받는 자극과 그에 따른 생리적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분자 수준에서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 메디슨(Cell Reports Medicine)》에 ‘Exercise intensity modulates interorgan communication and is associated with cardiometabolic health outcomes in human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3분의 고강도 운동만으로 90분 운동을 대신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이번 연구는 30초씩 6차례 전력을 다해 자전거를 탔을 때 90분 중강도 운동보다 혈액 속 단백질 등에서 더 광범위하고 빠른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입니다. 체중 감량이나 심혈관질환 예방 등 장기적인 건강 효과가 90분 운동보다 뛰어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Q2. 중강도 운동과 고강도 운동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중강도 운동은 숨이 조금 차지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정도이고, 고강도 운동은 숨이 많이 차서 몇 마디 말하기도 어려운 수준을 말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에게 일주일에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이나 75~150분의 고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권고합니다.
Q3. 고강도 운동은 누구나 따라 해도 되나요?
A. 전력을 다하는 고강도 운동은 짧은 시간에도 심장과 근육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은 연구에서 사용한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자신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춰 운동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