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4일 (화)

입맛 뚝 떨어지고, 소변 잦고, 무기력한 40대男...뜻밖에 ‘이런 병’이?

자가면역병으로 혈전, 빈혈, 뇌·심장·콩팥 등 장기 손상 일으키는 병, 즉 ‘면역매개 혈전성 혈소판감소성 자반증’으로 판명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중년 남성이 입맛이 없는 듯한 표정으로 식탁에 앉아 있다. 식욕 부진, 잦은 소변, 심한 피로감을 느낀 40대 남성이 면역체계의 오작동으로 인한 혈액병(면역매개 혈전성 혈소판감소성 자반증) 진단을 받은 사례가 보고됐다. 사진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0대 남성이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지고 소변이 잦고 심한 피로감을 느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 환자는 과로 탓이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며 며칠을 보냈지만, 몸 상태는 눈에 띄게 더 나빠졌다.

환자는 문득 거울을 보거나 옷을 갈아입다가 왼쪽 허벅지를 볼 때마다 깜짝 놀랐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자줏빛 멍(자반)과 붉은 점 모양의 출혈(점상 출혈)이 다리 전체에 넓게 퍼져 있었다. 벌레에 물리거나 물체에 부딪힌 적이 없는데 배꼽 주위에도 자줏빛 멍이 흉하게 생긴 걸 봤다. 피부가 썩거나 고름이 차진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환자는 서둘러 응급실로 갔다.

포르투갈 ‘유니다데 로컬 데 사우데 도 알가르베-파로 병원’ 연구팀에 의하면 이 46세 남성 환자는 피부병인 건선과 강직성 척추염을 앓은 적이 있었다. 온몸을 짓누르는 극심한 피로감(무력감)과 함께 식욕이 뚝 떨어지는 증상이, 어느 날 불현듯 그에게 찾아왔다. 평소와 달리 소변량이 부쩍 늘었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일도 잦아졌다. 그는 발열·구토·설사 등 증상은 보이지 않았고, 최근 어떤 병에 걸리거나 새로운 약물을 복용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정밀 혈액검사 결과는 사뭇 충격적이었다. 온몸의 혈액 세포가 소리 없이 파괴되고 있었다. 빈혈 수치(헤모글로빈)는 정상치의 절반 수준(7.3g/dL)으로 뚝 떨어져 있었고, 피를 멎게 하는 성분인 혈소판 수치는 정상치(15만~40만)에 한참 못 미치는 2만 2000개(22×10⁹/L)로 매우 심각했다. 콩팥(신장)도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계속 손상되고 있었다.

연구팀은 생소한 혈액병인 ‘면역매개 혈전성 혈소판감소성 자반증(iTTP)’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진단이 더 늦었다면 온몸의 장기가 완전히 망가지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환자의 심각한 혈소판 감소와 빈혈 증상을 확인한 즉시 응급 조치에 나섰다. 해로운 자가항체를 몸 밖으로 걸러내고 부족한 효소를 건강한 피로 채워주는 ‘치료적 혈장 교환술’과 강력한 염증 억제제인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을 시작했다. 또한 혈소판이 엉겨 붙어 혈전(피떡)이 되는 것을 막아주는 표적치료제(카플라시주맙)와 해로운 자가항체를 만드는 면역세포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주사제(리툭시맙)를 잇달아 투여했다.

치료는 성공적이었다. 며칠 간격으로 피검사를 하며 정밀 모니터링을 한 결과, 해로운 자가항체의 양(역가)이 80U/mL에서 점차 줄어 절반 수준까지 뚝 떨어졌다. 파괴되고 있던 혈액 세포가 급격히 회복되면서, 환자는 장기 손상이나 후유증 없이 혈액학적 관해, 즉증상이 사라지고 수치가 안정된 상태에 이르렀다. 환자는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Severe Immune-Mediated Thrombotic Thrombotic Purpura With High-Titer ADAMTS13 Inhibitors: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이 환자에게 발생한 ‘면역매개 혈전성 혈소판감소성 자반증’은 인체의 면역체계가 오작동해 생기는 병이다.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핏속에서 혈전 생성을 조절해 주는 핵심 효소(ADAMTS13)를 적으로 오인해, 이를 공격하는 해로운 자가항체를 만들어내면서 발병한다. 이 효소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 속에 혈전을 일으키는 큰 물질이 끊임없이 쌓인다.

그 결과 온몸의 미세한 혈관 곳곳에 많은 혈전이 맺히고,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혈소판이 급격히 소모된다. 뇌·심장·콩팥 등으로 가는 혈류가 막혀 조직이 손상된다. 과거에는 적절한 치료법이 없어 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면역매개 혈전성 혈소판감소성 자반증으로 콩팥이 급격히 손상되면, 초기에 콩팥의 농축 기능이 떨어지면서 소변량이 크게 늘어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인 콩팥병과는 달리, 소변이 많이 배출되는 특이한 증세가 나타나므로 초기 발견이 쉽지 않은 편이다.

이 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으로는 혈소판 감소, 적혈구가 파괴되는 빈혈(미세혈관병성 용혈성 빈혈), 신경 이상 증상, 콩팥 기능 장애, 발열 등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징후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환자는 전체의 10% 미만에 그친다. 증상이 다 나타날 때까지 무턱대고 기다렸다간 손을 아예 쓸 수 없을 수도 있다.   

이 병은 한 번 앓고 끝나지 않는다. 언제든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재발할 수 있는 만성 자가면역병이다. 퇴원 후에도 정기적인 혈액검사로 효소의 활성도를 계속 추적해야 한다. 어떤 물체에 부딪힌 적이 없는데도, 피부에 원인 모를 붉은 점이 돋거나 자줏빛 멍이 자주 생기고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온다면, 속히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치명적인 혈액병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물체에 부딪혀서 생기는 일반 멍과 사례 속 환자가 앓은 병으로 인한 피부 반점(자반)은 어떻게 다른가요?

A1. 부딪혀서 생기는 일반적인 타박상 멍은 시간이 지나면서 노란색이나 초록색으로 바뀌면서 서서히 흐려집니다. 반면 이 병으로 인한 출혈 반점이나 붉은 점(점상 출혈)은 특별한 충격이 없었는데도 팔·다리·배에 한꺼번에 나타납니다. 특히 손가락으로 반점을 꾹 눌렀을 때, 일시적으로 붉은빛이 흐려지거나 살빛으로 돌아오지 않고 선명한 자줏빛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Q2. 최종 확진 검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연구팀이 서둘러 치료를 시작한 까닭이 있나요?

A2. 그렇습니다. 이 병은 혈액 속에 생긴 많은 피떡이 장기로 가는 혈류를 순식간에 막는 초응급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효소의 활성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최종 확진 검사는 외부 전문 기관에 분석을 맡겨야 하는 경우가 많아 결과를 얻는 데 여러 날이 걸립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뇌졸중이나 심장마비가 올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환자의 기본 혈액 수치와 증상만으로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면 즉시 치료(혈장 교환술 등)를 시작해 장기 손상과 사망 위험을 막아야 합니다.

Q3. 증상이 완전히 사라져 퇴원한 뒤에는 안심해도 되나요?

A3.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이 병은 치료를 통해 피검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겉보기에 완치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몸속 면역계의 조절 능력이 언제든 다시 고장나면 해로운 자가항체가 활성화해 재발할 수 있습니다. 퇴원 후에도 정기적으로 담당 의사를 만나 혈소판 수치가 잘 유지되는지, 피떡을 막아주는 효소가 정상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