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이 높다’라는 말을 듣고도 “아직 당뇨병은 아니니까 괜찮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시기는 혈당 관리의 골든타임이다. ‘당뇨병 전단계’는 혈당 조절 능력이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상태로, 그대로 방치하면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될 위험이 커진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공복혈당이 100~125mg/dL이거나 당화혈색소가 5.7~6.4%이면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한다. 이때부터 식습관과 운동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혈당을 개선하고 당뇨병으로 진행될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특히 식이섬유와 식물 단백질,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품을 꾸준히 챙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귀리’ 속 베타글루칸, 식후 혈당 상승 늦춰
귀리는 수용성 식이섬유인 ‘베타글루칸’이 풍부하다. 마른 귀리 100g당 식이섬유가 10g가량 들어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베타글루칸이다. 베타글루칸은 물과 만나 끈끈한 형태로 변해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이동하는 속도를 늦추고, 탄수화물의 소화·흡수가 천천히 진행되도록 한다. 그 결과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완화한다.
이러한 귀리 속 베타글루칸의 효과는 무작위 대조시험을 종합한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이 발표한 ‘귀리 베타글루칸이 식후 혈당 및 인슐린 반응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탄수화물과 귀리를 함께 섭취했을 때 식후 혈당과 인슐린 반응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귀리는 식단에 활용하기 좋다. 아침 오트밀에 무가당 우유나 그릭요거트, 견과류를 곁들이고, 밥을 지을 때 쌀에 귀리를 한 줌 섞어 먹으면 된다. 다만 귀리도 탄수화물 식품이므로 평소 먹는 밥이나 빵의 양을 줄인 뒤 귀리로 바꿔 먹는 것이 좋다.
오트밀은 귀리를 찌거나 볶은 뒤 압착해 먹기 쉽게 가공한 식품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즉석 오트밀 중에는 설탕이나 시럽, 향료를 넣은 제품도 있어 영양성분표를 확인하고, 압착 귀리나 통귀리처럼 첨가물이 없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설포라판 함유한 ‘브로콜리’, 혈당 관리 도움
브로콜리 100g에는 식이섬유가 2~3g가량 들어 있으며 비타민C와 설포라판의 원료가 되는 글루코라파닌도 함유돼 있다. 특히 설포라판은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채소를 자르거나 씹을 때 생성되는 성분으로,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준다.
실제 연구에서도 이러한 가능성이 언급됐다. 2025년 스웨덴 예테보리대 연구진이 발표한 ‘브로콜리 새싹 추출물과 장내 미생물이 공복혈당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는 당뇨병 전단계 성인에게 브로콜리 새싹 추출물을 섭취하게 했다. 그 결과 경미한 비만과 낮은 인슐린 저항성 등을 가진 특정 참가자군에서 공복혈당 감소가 관찰됐다.
브로콜리는 데쳐서 식사 초반에 먼저 먹거나 달걀·두부·닭가슴살과 볶아 반찬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잘게 썰어 현미밥이나 볶음밥에 넣으면 밥의 양을 줄이면서 채소 섭취량을 늘릴 수 있다. 오래 삶으면 수용성 영양소가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쪄서 먹거나 2~3분 정도 살짝만 데치는 것이 좋다.

단백질·저항성 전분 많은 ‘병아리콩’…포만감 오래 유지
콩류는 정제 곡물보다 혈당지수가 낮아 혈당 관리 식단에 적합하다. 특히 삶은 병아리콩 100g당 단백질 9g, 식이섬유 8g이 들어 있다. 병아리콩에는 소장에서 쉽게 소화되지 않는 저항성 전분도 일부 들어 있어 쌀밥이나 흰 빵 같은 정제 탄수화물보다 소화·흡수가 천천히 이뤄진다. 또 식이섬유와 단백질까지 함께 섭취할 수 있어 포만감도 오래 유지된다.
병아리콩을 먹을 때는 샐러드에 한 줌을 넣거나 밥을 지을 때 불린 병아리콩을 섞으면 된다. 병아리콩을 곱게 갈아 만든 후무스(후머스)는 통곡물빵에 얇게 바르거나, 오이나 파프리카 등 생채소를 찍어 먹는 소스로도 활용할 수 있다.
마른 병아리콩은 충분히 불린 뒤 속까지 완전히 익혀야 한다. 덜 익으면 식감이 단단할 뿐 아니라 소화가 잘되지 않아 복부 팽만감을 느끼거나 가스가 찰 수 있다. 통조림 제품은 나트륨이 높을 수 있으므로 흐르는 물에 충분히 헹궈 사용한다.
안토시아닌 풍부한 ‘블루베리’…인슐린 기능 개선
블루베리 100g에는 식이섬유가 2.4g 들어 있으며, 푸른색을 내는 안토시아닌 등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하다. 안토시아닌은 체내에서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의 작용을 줄이고,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이다.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해 혈당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블루베리는 과일 가운데 비교적 식이섬유가 풍부하지만, 당질도 포함하고 있다. 생과나 냉동 블루베리를 한 줌 정도 덜어 무가당 그릭요거트, 견과류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오트밀에 넣을 때도 꿀이나 시럽을 추가하지 않아야 한다.
착즙하거나 과육을 걸러낸 주스는 통과일보다 식이섬유 섭취량이 줄고, 혈당이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설탕을 넣은 잼이나 건조 블루베리 역시 적은 양에도 당 함량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생과로 먹고, 냉동 제품도 무가당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