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어릴 때 휜 등, 나이 들면 더 굽나?…노년엔 원인이 다르다

청소년 측만증과 퇴행성 변형은 발생 경로 달라…근감소증·골다공증 겹치면 척추 균형 흔들려

어릴 때 휜 등, 나이 들면 더 굽나?…노년엔 원인이 다르다
우리 몸의 기둥이라 할 척추는 어렸을 때부터 성인, 그리고 더 나이 들어서도 늘 틀어질 위험이 있다. 여러가지 심각한 후유증도 남긴다. 그런 척추변형은 그래서 초고령사회 한국의 또 다른 골칫거리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어릴 때도 등이 좀 휘었는데, 나이 드니 허리가 더 굽어요."

진료실을 찾은 70대 환자가 이렇게 말하자 곁에 있던 자녀가 다시 묻는다. "어렸을 때 측만증이 이제 와서 더 심해진 건가요?"

충분히 나올 법한 질문이다. 그런데 척추를 오래 봐온 의사들은 고개를 젓는다. 10대의 휜 등과 노년의 굽은 허리는 '같은 병이 늙은 것'인 경우도 있지만, 원인이 다른 두 개의 사건인 경우가 훨씬 많아서다.

7월 4일 서울부민병원 미래의학센터에서 열린 대한근감소증학회 '제2회 근감소증과 척추변형 심포지엄'은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뤘다.

대한근감소증학회와 부민병원그룹은 4일 서울부민병원에서 '제2회 근감소증과 척추변형 심포지엄'을 열었다. 부민병원그룹 정흥태 이사장이 심포지엄을 시작하며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부민병원그룹

'휜 척추'는 같은데, 왜 다른 병이라 하지?

청소년 특발성 척추측만증(AIS)은 성장기에 뚜렷한 원인 없이 척추가 옆으로 휘는 병이다. 다행히 대부분은 성장이 끝나면 곡선이 안정된다.

청소년 측만증은 성장이 끝났다고 모두 멈추는 것은 아니다. 성장 종료 때 척추가 휜 각도가 30도 미만이면 이후 진행 가능성이 비교적 낮지만, 50도 이상인 큰 곡선은 성인이 된 뒤에도 해마다 약 0.5~1도 진행할 수 있다. 그 사이는 휜 위치와 형태에 따라 경과가 다르다.

'어릴 때 휜 등이 늙어서 더 휘는'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노년 척추변형 전체로 보면 소수다. 이 구분이 핵심이다. '휜 척추'라는 겉모습은 비슷해도, 속을 들여다보면 원인이 갈린다.

그렇다면 노년의 굽은 허리는 왜 생기나? 노년 척추변형의 상당수는 '완전히 새로 생긴'(de novo) 것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에서 척추 측만이 확인되는 비율은 최대 60%대까지 보고된다. 대부분 50대 이후 새로 생긴 퇴행성 변형이다.

젊을 때 곧던 척추도 나이 들면서는 디스크와 척추 뒤쪽 관절(후관절)이 좌우 비대칭으로 닳고, 여기에 골다공증성 압박골절이 겹치면 빠르게 휜다. 옆으로 휘면 퇴행성 측만증, 앞으로 굽으면 후만증(굽은 등)이 된다. 노년 척추변형은 측만과 후만이 대부분 함께 온다.

구분청소년 특발성 측만증(AIS)노년 퇴행성 척추변형
주 원인성장기, 원인 불명(특발성)디스크·후관절의 비대칭 퇴행, 압박골절
생기는 시기10대 성장기50대 이후
잘 휘는 부위등(흉추) 75%·흉요추 25%허리(3·4·5번 요추). 꼬부랑 허리
대표 증상겉모습 변화, 통증은 20대 이후요통, 하지 통증·저림, 보행 장애, 굽은 자세
진행성장 끝나면 대부분 안정나이 들수록 새로 생기거나 악화
치료 방향보조기로 진행 억제, 40도 이상이면 수술약물 효과 제한적, 신경 감압과 고정술 필요

왜 '근감소증학회'가 척추변형까지 다뤘나…진짜 공범은 근육과 뼈

대한근감소증학회 하용찬 회장은 "근감소증은 단순한 근력 저하를 넘어 척추의 안정성과 자세 유지에 영향을 주고, 척추변형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위험까지 겹치면 척추 변형은 더 뚜렷해진다. 진료 현장에서도 두 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근감소증, 즉 근육이 줄어드는 문제와 관련, 경희대 조대진 교수는 "이상적인 척추 정렬이란 최소한의 근육 힘으로 똑바로 선 자세를 유지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균형이 앞으로 무너지면 몸통 근육이 더 많은 힘을 써야 하고, 요통과 피로, 나아가 일상의 장애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등을 받치는 척추기립근이 줄고 지방 침윤이 늘어나면 척추를 지지하는 힘이 약해져, 등이 앞으로 굽는 '후만 변형'이 두드러질 수 있다.

골다공증, 즉 뼈 쪽도 마찬가지다. 서울아산병원 김지완 교수와 아주대 노성현 교수는 "고령화로 골다공증성 척추골절과 이를 동반한 척추변형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아진다.

수술 후에도 문제다. 골밀도가 낮을수록 수술 뒤 나사못이 풀리거나, 인접 부위가 다시 골절되거나, 위쪽 마디가 꺾여 굽는 합병증 위험까지 커진다. 뼈가 약해 압박골절이 생기고, 골절이 쌓여 후만 변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근감소증과 골다공증은 대개 함께 온다(Osteo-sarcopenia). 근육이 척추를 못 받치고 뼈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젊을 때 곧던 척추도 노년에 새로 휜다.

근감소증이 측만증을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등 근육이 약해지면서 척추의 앞뒤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 변형의 직접적인 위험 요인이고, 여기에 근감소증이 악화를 부채질한다.

청소년부터 노년까지, 한 자리에서 다룬 이유

이번 심포지엄은 척추변형의 '일대기'를 하루에 펼쳐 보였다. 오전에는 청소년·성인의 특발성 측만증을 다뤘다. 서울부민병원 김용정척추변형센터를 이끄는 김용정 센터장이 평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 특발성 측만증 2400여 례를 분석, 발표했다.

여기에 연세대 김경현 교수는 성장기 척추를 금속봉 대신 유연한 줄로 묶는 테더링(VBT: Vertebral Body Tethering) 수술을 소개했다. 서울대 현승재 교수는 성인 특발성 측만증(AdIS)과 퇴행성 요추측만증(DLS)의 수술 전략을 비교하며 "두 질환 모두 척추가 휘지만 발생 원인이 서로 달라 수술 접근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오후에는 무게중심이 노년으로 옮겨갔다. 서울부민병원 팀(모은영, 은상수, 성한유)과 김지완, 노성현, 박진훈, 김경현 교수 등이 골다공증 약물치료, 척추성형술(추체성형술, 풍선척추성형술), 골다공증성 골절의 분류, 고정 수술과 변형 교정까지 노년 척추변형의 '뼈' 쪽을 촘촘히 다뤘다.

한 사람의 척추가 10대에 휘는 일과 60대 이후 무너지는 일을, 원인부터 치료까지 나눠 보는 구성이다. 청소년 측만증으로 세계적 경험을 쌓아온 김용정 센터장과 노년 골다공증성 변형을 다루는 국내 전문가들이 같은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가 척추변형을 '생애 전체의 문제'로 보자는 메시지를 압축한다.

초고령사회가 마주한 척추 문제, '나이 탓'만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진료실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초고령사회 한국, 특히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부산·울산·경남 같은 지역에서는 근감소증과 골다공증, 척추변형이 한 사람에게 겹쳐 오는 ‘삼중(三重) 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다.

게다가 굽은 등은 '통증'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소화와 호흡을 방해하고, 낙상 위험을 키우며, 활동과 삶의 질을 함께 떨어뜨린다.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런 복합·고난도 변형 수술을 지역 안에서 감당할 거점이 충분한가이고, 다른 하나는 환자와 가족이 '언제 검사 받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판단할 정보가 있는가다.

굽은 등은 노화의 필연이 아니다. 노년의 척추변형은 근감소증과 골다공증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올린 결과다.

원인이 분명한 만큼 예방도, 조기 발견도, 적기 치료도 가능하다. 근육을 지키고 골밀도를 관리하는 일이 앞당겨질수록, 굽은 등으로 가는 길은 그만큼 멀어진다.

도움말 = 서울부민병원 척추변형센터 김용정 센터장(정형외과).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서울아산병원에서 수련했다. 분당차병원을 거쳐 2000년대 초반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척추변형을 연구하고, 미국 정형외과 평가 1위 병원인 뉴욕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를 거쳐 컬럼비아대 의대 교수를 역임했다. 척추변형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100편 중 3편의 저자이며, 논문 피인용 1만4091회, 연구 영향력 지표 H-index 57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부민병원 추변형센터 김용정 센터장. 사진=부민병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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