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7일 (월)

청소년 자살, 왜 아무도 몰랐나…심리부검 97% '도움 요청' 없었다

[현장 인터뷰] 첫 청소년 심리부검 이끈 홍현주 교수…내년 재개, 부모·교사·친구까지 면담 확대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최근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TV 부문 1위에 오른 드라마 <참교육>은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투신 사건으로 첫 회를 연다. 작품 속 청소년들은 학교폭력과 관계 갈등, 가정 문제로 상처받고 흔들린다. 제때 돌봄을 받지 못한 고통은 다른 학생이나 교사를 향한 폭력으로 번지기도 하고, 끝내 자신을 해치는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참교육>은 국가기관 소속 감독관이 문제 학생과 학부모를 물리력으로 제압하는 설정을 두고, 폭력과 사적 제재를 미화하며 학교 문제를 단순한 선악 구도로 그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작품이 비춘 청소년의 고통은 허구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온 현실이다. 학교와 가정 어디에서도 도움을 청하지 못한 채 버티는 아이들이 있고, 그 침묵 끝에 생을 마감하는 비극도 이어진다.

현실의 숫자는 드라마보다 더 참담하다. 통계청의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10~19세 사망자의 48.2%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명 중 한 명에 가까운 비율로, 자살은 이 연령대 사망 원인 1위였다. 인구 10만 명당 10대 자살 사망률도 2017년 4.7명에서 2018년 5.8명으로 오른 뒤 2024년 8.0명까지 높아졌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지난 1일 진료실에서 코메디닷컴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최지연 기자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1일 코메디닷컴과 인터뷰를 갖고 “청소년들의 자살 원인은 학교와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물론 미래에 대한 불안감·진로 고민·정체성 문제 등 다양하고 복합적이며, 청소년 자살률은 해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대 자살 사망자는 2015년 245명에서 2024년 372명으로 10년간 51.8%나 늘었다. 홍 교수는 “청소년 자살은 특정 이슈가 있을 때마다 ‘반짝’ 하고 사라질 만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며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내년부터 중단됐던 ‘청소년 자살 심리부검’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심리부검 내년부터 재개⋯면담 대상자·면담원 확대 등 매뉴얼 확장 

‘심리부검’은 자살 사망자의 유족이나 지인 등 주변인들과의 면담·진료 기록·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흔적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고인의 사망 원인을 추정하는 조사 방법이다. 보건복지부·성평등가족부·경찰청은 지난 3월 ‘청소년 심리부검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그동안 성인을 중심으로 진행돼 온 심리부검을 내년부터 청소년까지 확대·통합해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청소년 심리부검 사업은 2015년 성인 대상 심리부검과 함께 시작했다가 이후 2022년부터 중단됐다. 홍 교수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살 청소년 심리부검팀을 이끈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이번에도 책임 연구원으로서 관련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2011년 대구에서 한 학생이 학교 폭력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이 사건을 계기로 학교 폭력과 청소년 자살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2012년 ‘학교 폭력과 학생 정신 건강’이라는 주제로 새로운 정책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자살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하려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했다. 특히 자살은 원인도 다양하고 문화적 차이도 커, 외국 데이터나 문헌만 참고하다 보면 간과하게 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2015년부터 자살 학생 부모와의 면담 데이터베이스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청소년 자살 문제는 성인 자살과 구분해 복지부가 아닌 교육부 소관으로 배정된 점, 이에 따르는 예산 확보 문제 등으로 난관에 부딪혔다.

무엇보다도 면담 대상자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2015~2021년간 진행한 상담 건수는 총 36건. 1년에 4~5건 정도가 최대였다.   

“자살로 사망한 자녀를 기억 속에 소환하는 일은 부모에게 심리적으로 굉장히 부담이 되는 일입니다. 면담자 입장에서도 쉽지 않고요. 그럼에도 2~3시간 동안 자녀의 전 생애를 돌아보며 이야기하는 것은 애도의 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개인의 데이터는 후속 자살을 막을 수 있는 주된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비록 면담자 수는 적었지만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도출됐다. 먼저 해외 사례와 달리 우리나라 자살 청소년은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이 드물었고, 이전에 자살 시도나 자해를 한 경우도 20% 미만으로 적었다. 

무엇보다 평소 부모나 교사 등 주변 사람들이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어 자살 충동을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또한 자살 청소년의 97%가 사망 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 교수는 “이는 아이들이 힘든 마음을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하고, 말하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란 확신조차 가지지 못했다는 말”이라며 “자살 위기 신호를 잘 감지할 수 있는 근거 기반의 예방책이 절실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앞으론 부모뿐 아니라 형제자매, 친구, 교사 등 다양한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면담 도구를 개발하고, 청소년 특성을 반영한 매뉴얼과 면담원 교육 체계를 마련하는 등 기존보다 체계를 확대한다. 올해는 도구 개발과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새로운 체계에 따른 청소년 심리부검을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부모 탓으로 쉽게 돌려선 안 돼⋯평소 세심히 자녀 관찰하고 경청하며 위험 신호 감지해야”

평소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던 청소년들에게서 주변인들은 어떻게 자살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을까. 

홍 교수는 지난 6월 발간한 저서 ‘청소년 정신 건강에 관한 모든 질문(주니어태학, 2026)’에서 “아이의 고통을 어른의 기준에서 판단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홍현주 교수는 “청소년 자살 위기 신호를 잘 감지할 수 있는 근거 기반의 예방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최지연 기자

“아이들 입장에선 친구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등의 사건만으로도 ‘인생이 끝났다’고 느낄 수 있다”며 “이들에게 ‘나 때는 더 심했어’, ‘다 지나갈 일이야’ 같은 말은 때론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작정 사망 학생의 부모나 교사를 탓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 교수는 “자살은 한 가지 요인으로만 발생하는 게 절대 아니며, 부모님께 감사와 미안함을 전하는 메시지를 남기며 떠난 학생들도 많다”며 “무조건 ‘가정이나 부모에 문제가 있었나’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남겨진 가족을 더욱 괴롭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모님들도 이미 충분히 잘하고 계실 겁니다. 다만 부모가 알고 있는 바와 아이가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잘 모르겠으면 아이에게 꼭 물어보셔야 합니다. 막상 물어보면 추측하고 있던 것과 다른 상황인 경우도 굉장히 많거든요. 다행히 요즘 아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자기 표현에 훨씬 적극적이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더 용감한 편이고요.”

홍 교수는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하려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들은 삶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계기를 만나거나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는 경험만으로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결국 청소년 자살을 막는 힘은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 사회, 그리고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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