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걸을 수 있었다. 넘어진 뒤 엉덩이 쪽에 약간 통증은 있었지만, 일상생활이 완전히 막힌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며칠 사이 상황이 달라졌다. 걷기가 급격히 어려워졌다.

병원을 찾은 67세 남성 A 씨의 진단명은 ‘대퇴 경부 골절’. 허벅지뼈 머리, 즉 대퇴골두 바로 아래 ‘목’에 해당하는 부위가 부러져 있었다. 검사 결과는 ‘Garden type 3’. 뼈가 일부 어긋난 형태다. 나이와 골절 양상을 고려하면 나사로 고정하는 방식보다 인공 고관절 치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곧바로 수술대에 올릴 수는 없는 지경. 당뇨병도 앓고 있던 그는 당시 당화혈색소(HbA1c)가 8.8%나 됐다. 최근 2~3개월간 혈당 조절 상태를 보여주는 수치다.
이게 많이 높으면 상처가 잘 아물지 않거나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인공물을 몸 안에 넣는 수술인 만큼, 의료진은 1주일간 혈당을 먼저 조절한 뒤에야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집도의가 주목한 것은 ‘골절’보다 ‘각도’였다
대퇴 경부 골절 ‘Garden type 3’는 인공 고관절 치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근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로봇수술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로봇수술을 선택한 이유는 그 다음 단계에 있었다. 인공관절을 어느 위치에, 어떤 각도로 넣을 것인가의 문제다.
고관절은 공과 컵이 맞물리는 관절이다. 골반뼈에는 절구처럼 오목한 자리인 비구(髀臼, acetabulum)가 있고, 여기에 허벅지뼈의 둥근 머리인 대퇴골두가 들어간다.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에서는 골반 쪽 비구에 인공컵을 넣고, 허벅지뼈 안에는 금속 기둥인 대퇴 스템(stem)을 넣는다. 대퇴 스템 위에는 인공 골두가 연결된다. 이 인공 골두가 비구컵 안에서 움직이도록 맞추는 것이 수술의 기본 구조다.

“비구컵 삽입 각도는 경사각 40도, 전경 22도”
이때 비구컵이 너무 세워지거나 눕거나, 앞뒤 방향이 맞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공관절끼리 부딪히거나 다리 길이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합병증인 탈구 위험도 커질 수 있다. 탈구는 인공관절의 공 모양 부위가 컵에서 빠지는 현상이다.
그래서 인공 고관절 치환술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비구컵의 위치와 방향이다. 특히 이번 환자는 대퇴 전경(前傾. anteversion), 즉 허벅지뼈가 앞쪽으로 돌아간 정도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다. 의료진은 비구컵과 대퇴 스템의 방향을 함께 고려해야 했다.
부산부민병원 관절센터 강승우 과장(정형외과)은 이를 위해 스트라이커(Stryker)의 인공관절 수술로봇 ‘마코(Mako)’를 활용했다. 집도의가 세운 계획을 실제 수술에서 더 정밀하게 구현하도록 돕는 장비.
그는 수술 전 3차원(3D) 시뮬레이션을 통해 앉은 자세에서 인공관절끼리 충돌할 가능성까지 확인했다. 고관절은 서 있을 때만 쓰는 관절이 아니어서다. 의자에 앉고, 일어서고, 바닥에 앉고, 양말을 신을 때는 골반과 허벅지뼈가 더 크게 움직인다. 비구컵과 대퇴 스템, 인공 골두가 서로 부딪히는 충돌(impingement)을 방지하자면 고려해야 할 포인트가 적지 않다.
그렇게 나온 비구컵 삽입 각도는 ‘위아래 경사각(傾斜角) 40도, 전방 전경(또는 전염각) 22도’. 컵 입구가 위쪽으로는 얼마나 열려 있는가, 앞쪽으로는 얼마나 돌아가 있는가를 정확히 찾아냈다. 보통은 경사각 40도, 전경 20도가 일반적이긴 하나, 이 환자는 전경이 작은 탓에 전경 각도를 조금 늘리는 등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절한 결과다.
이처럼 고관절 로봇수술은 일반 수술보다 준비 과정이 더 복잡하다. 컴퓨터 속 3D 뼈 구조를 수술대 위에 누운 환자의 실제 골반 위치와 일치시키는 ‘정합’(整合, Registration)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 내비게이션 지도와 실제 도로 위치를 맞춰야 정확한 길 안내가 가능한 것과 비슷하다.
뼈를 깎는 방식도 다르다. 일반 수술은 작은 크기부터 단계적으로 비구를 갈면서 사이즈를 맞춰간다. 반면 로봇수술은 계획한 크기와 방향에 맞춰 비구를 단번에 정밀 가공한다.
강 과장은 “수술 전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앉은 자세에서의 충돌 가능성까지 확인했다”며 “충돌이 반복되면 통증, 불안정성, 마모, 탈구 위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수술 후 통증 크지 않고, 보조기 도움받아 걷기 시작
그렇게 어려운 수술이 끝났다. 실제 수술에서도 비구컵 위치는 계획과 동일하게 구현됐다. 그는 “수술 전 계획된 3D 시뮬레이션을 실제 수술 과정에서 높은 정밀도로 재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로봇이 도움을 준다”며 “수술 정확도와 일관성을 높여주는 것”이라 했다.
수술 후 A 씨의 초기 경과는 안정적이다. 통증은 크지 않았고, 다리 길이 차이도 거의 느끼지 않는 상태다. 현재는 보조기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걷는 재활도 시작했다.
이번 수술 성공으로 고관절 로봇수술이 부산권에서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양한 환자군에서 어떤 기준으로 로봇수술을 선택할지, 장기 결과는 어떨지는 더 많은 경험과 데이터가 필요하다.
다만 흐름은 분명하다. 해운대부민병원에 이어 부산부민병원에서도 고관절 로봇수술이 시행되면서, 부울경 환자들이 지역 안에서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사실. 수술 장비는 달라도 고관절 로봇수술 임상 적용 범위가 커지고 있다는 점만은 뚜렷해졌다.
[FAQ] 고관절 로봇수술, 환자가 자주 묻는 질문
‘Garden type 3’이면 꼭 로봇수술을 해야 하나요?
아니다. Garden type 3는 골절 형태를 나타내는 기준이다. 인공 고관절 치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로봇수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로봇수술 여부는 비구컵 위치, 뼈 상태, 해부학적 구조, 비용 부담, 집도의 판단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로봇이 직접 수술하나요?
아니다. 집도의가 세운 계획을 정밀하게 구현하도록 돕는 장비다. 최종 판단과 수술 진행은 의사가 한다.
핵심 장점은 무엇인가요?
비구컵의 위치와 방향을 수술 전 3D 계획에 가깝게 맞출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탈구 위험을 낮추고 관절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회복이 더 빠른가요?
무조건 그렇지는 않다. 나이, 근력, 기저질환, 재활 참여도에 따라 달라진다.
단점은 없나요?
장비 세팅과 정합 과정 때문에 준비 시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다. 또 로봇 기구가 정확히 작동하려면 수술 부위를 충분히 노출하고 주변 조직을 정리하는 과정도 일반 수술보다 더 요구될 수 있다. 다만 실제 비구 가공 과정은 효율적으로 진행돼, 전체 수술 시간은 일반 수술과 큰 차이가 없거나 약간 길어지는 정도일 수 있다.
도움말: 강승우 부산부민병원 관절센터 과장(정형외과). 울산대 의대 출신으로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에서 수련했다. 이어 울산대병원 임상조교수를 지냈다. 로봇 인공관절수술과 고난도 중증 골절 및 외상 진료를 전문적으로 시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