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능이 떨어진 장기를 건강한 장기로 바꾸는 이식 수술을 하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장수하는 사람의 유전자를 이식받으면 오래 살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이처 (Nat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장수 유전자를 생쥐에게 이식한 결과, 생쥐의 전반적인 건강이 개선되고 수명이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긴 수명과 암을 비롯한 여러 노화 관련 질병에 대한 뛰어난 저항력을 모두 갖고 있다.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진은 이전 연구를 통해 이러한 저항력의 일부가 세포외 기질의 젤 같은 구성 요소인 히알루론산에 있음을 밝혀냈다. 히알루론산은 세포 간 소통, 손상 복구, 스트레스 반응 방식에 관여한다.
히알루론산 효과는 분자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고분자량 히알루론산은 항염증 및 조직 보호 작용과 관련이 있는 반면, 히알루론산이 잘게 잘려 생성된 작은 조각들은 염증을 증폭시키는 위험 신호처럼 작용해 종양 진행과 관련된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 연구진은 “고분자 형태의 히알루론산을 보존하고, 더 작고 잠재적으로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조각들로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벌거숭이두더지쥐의 히알루론산 합성효소 2(HAS2) 유전자를 쥐에 이식했다. 모든 포유류는 HAS2를 가지고 있지만, 벌거숭이두더지쥐의 HAS2는 비정상적으로 크고 풍부한 히알루론산을 생성하는 데 특화돼 있다.
연구 결과 유전자 조작 쥐는 자연 발생 종양과 화학 물질 유발 피부암 모두에 대해 더 나은 보호 효과를 보였다. 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건강이 개선되는 징후를 보였는데, 특히 조직 전반에 걸쳐 염증이 감소했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해당 유전자 변이를 가진 쥐는 평균 수명이 약 4.4% 증가했으며, 여러 가지 건강한 노화 지표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는 지속적인 저강도 염증이 노화 관련 기능 저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주목할 만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수명이 긴 포유류 종에서 진화한 독특한 장수 메커니즘을 다른 포유류의 수명 향상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원리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동부 지역에 사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이름처럼 털이 거의 없고 몸길이 8~10㎝에 몸무게는 30~35g이다. 이 쥐는 수명이 같은 크기의 다른 쥐보다 10배 이상인 32년이나 된다. 사람으로 치면 800세 이상 사는 셈이다.
이전의 다른 연구에 따르면 벌거숭이두더지쥐의 cGAS 단백질은 DNA에 손상이 생기면 바로 복구하고, 그래서 이 쥐는 암에 걸리지 않고 장수한다. 반면 생쥐와 인간의 cGAS 단백질은 DNA 복구를 억제해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cGAS 단백질이 다르게 기능하는 것은 돌연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임이 밝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