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에서 12세 소녀가 발열과 호흡 곤란 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진료에서 ‘독감’으로 판단돼 귀가 조치된 뒤, 폐렴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의료 판단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 일간지 일 가제티노(Il Gazzettino), 코리에레 델 베네토(Corriere del Veneto)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도바 남동쪽 산탄젤로 디 피오베 디 사코에 거주하던 아추라 브레다(12)는 12월 말, 발열과 호흡 곤란 증상으로 소아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의료진은 계절성 독감으로 진단하고고, 추가 검사나 입원 조치 없이 돌려보냈다.
집으로 돌아온 뒤 아추라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체온은 40℃까지 치솟았고, 호흡 곤란 증상도 지속됐다. 다음 날 부모는 다시 아이를 응급실로 데려갔고, 이때 의료진은 즉시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입원 조치했다. 하지만 결국 아이는 첫 병원 방문 이틀 뒤인 12월 31일 오전 10시, 폐렴으로 숨졌다.
현지 매체들은 아추라가 기존 질환이 전혀 없는 건강한 아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모인 발렌티나와 마티아는 딸이 평소 운동을 즐기고 활동량이 많았으며, 지난해 10월 실시한 스포츠 건강검진에서도 ‘매우 우수한’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추라는 무용을 했고, 4년간 피아노를 배웠으며 학업 성취도도 뛰어난 학생으로 알려졌다. 가족으로는 부모와 여동생 한 명이 남았다.
사건 이후 사망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시작됐으며, 부검은 1월 12일 실시됐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의료진의 초기 판단과 응급실 대응 과정 전반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감기나 독감과 구분되지 않는 폐렴…호흡과 전신 반응 눈여겨 봐야
사연 속 아추라가 폐렴에 이르게 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초기에 감기나 독감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아·청소년 폐렴은 감염으로 인해 폐의 공기주머니(폐포)에 염증이 생기고, 그 안에 액체나 고름이 차면서 산소 교환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초기 증상이 감기나 독감과 유사해 가볍게 보일 수 있지만, 일부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어 임상적 경계가 필요하다.
원인은 연령대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영유아에서는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 이후 폐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고, 학령기와 청소년에서는 마이코플라스마(Mycoplasma pneumoniae)와 같은 비정형 병원체가 원인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열이나 심한 호흡 곤란 없이 기침, 미열, 피로감 정도만 나타나 환자가 일상생활을 하거나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비교적 멀쩡해 보인다는 데서 이른바 ‘걸어다니는 폐렴’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반적인 증상으로 발열, 기침, 가래, 흉통, 호흡 곤란, 전신 피로감 등 독감과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주의 깊게 봐야 할 지점은 호흡과 전신 반응이다. 숨 쉬는 속도가 또래에 비해 눈에 띄게 빨라지거나, 숨을 들이마실 때 갈비뼈 사이와 명치 부위가 움푹 들어가는 ‘힘겨운 호흡’이 관찰될 수 있다. 평소보다 숨이 가쁘다며 말을 줄이거나, 가만히 있어도 헐떡이는 모습은 폐렴 진행을 의심하게 하는 중요한 신호다. 쌕쌕거리는 호흡음이나 숨을 쉴 때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전신 증상도 단서가 된다. 아이가 평소보다 축 처져 있고 잘 놀지 않거나, 쉽게 피로해하며 누워 있으려 한다면 단순한 상기도 감염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식욕이 급격히 떨어지고 물이나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모습, 잦은 구토나 복통을 동반하는 경우도 소아 폐렴에서 드물지 않다. 영유아에서는 열보다 ‘잘 먹지 않고 반응이 둔해지는 변화’가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호흡이 현저히 곤란해지거나 피부·입술이 창백하거나 푸르게 변하는 청색증, 갑작스러운 혼란 상태, 아이가 잘 깨지 않거나 축 처지는 경우를 응급 경고 신호로 본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체 없이 응급 의료 도움을 받아야 하며 부모가 자가 판단으로 경과를 지켜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