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성장하고 변화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0세부터 90세까지의 뇌 확산 M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간의 뇌 발달은 아동기부터 노년기 후반까지 총 5개의 단계를 거치며, 이 과정 사이에 4번의 핵심 전환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전체 4216명 가운데 신경학적으로 건강한 3802명의 뇌 스캔을 분석해, 구조적 연결망이 연령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했다.
뇌 발달의 시작, 불필요한 연결 정리하는 아동기: 0~9세
연구팀은 0~9세를 아동기라고 규정했다. 이 시기 뇌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신경세포 간 과도한 연결을 정리하고 필요한 연결만 선택적으로 남기는 ‘네트워크 공고화’ 과정을 거친다.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과도한 시냅스가 점차 가지치기 되면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신경 경로만 살아남는 것이다.
이와 함께 회백질과 백질의 부피가 빠르게 증가하고, 피질의 두께와 뇌 표면의 특징적인 주름 구조가 점차 안정화된다. 회백질은 기억, 감정, 의사결정 같은 고차원 기능을 담당하고, 백질은 뇌 영역 간 신호를 전달해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가장 큰 전환기, 뇌 효율이 완성되는 청소년기: 9~32세
연구에 따르면, 9세 전후 뇌는 첫 번째 주요 전환점을 맞는다. 이 시점부터 뇌는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되기 시작하며, 이 과정은 30대 초반까지 이어진다. 이때 뇌는 “짧고 빠른 지름길”에 해당하는 신경 연결을 강화하고, 효율이 낮은 경로는 줄이면서 점차 정교해진다.
연구진은 “뇌의 특정 영역 내에서와 영역 사이에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짧은 경로가 형성되거나 강화되면서 뇌의 효율이 더 높아진다”며 “이는 인지 능력 강화와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30대 초반에 정점에 도달하는데, 연구진은 이 시점을 인간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 시기는 정신건강 문제의 위험도 뚜렷하게 높아지는 시기다. 연구진은 “많은 신경발달 장애, 정신건강 문제, 신경학적 질환 모두 뇌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와 관련이 있다”며 “실제로 뇌 배선의 차이는 주의력, 언어, 기억력, 다양한 행동에서의 어려움을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연관성이 정확히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능·성격 안정화되는 성인기: 32~66세
두 번째 전환 이후, 32~66세는 성인기로 분류된다. 이 시기에 접어들면 뇌는 더 이상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뇌 영역들이 점점 더 구획화되며 안정되어 간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를 인용해 이 시기를 지능과 성격이 비교적 안정되는 시기로 설명했다. 다시 말해, 성인기의 뇌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평탄한 구간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정확히 어떤 이유로 나타나는지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서서히 연결성 감소하고 일부 뇌 영역에 의존하기 시작하는 노년기 초기: 66~83세
세 번째 전환은 66세 전후에 찾아온다. 이때부터 인간의 뇌는 노년기 초기에 접어든다. 이 시기에는 뇌의 연결이 서서히 감소하고, 백질의 저하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고혈압 등 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전반적인 연결성 급격히 감소하는 노년기 후기: 83세 이후
뇌 발달의 마지막 단계는 83세 이후 찾아오는 노년기 후기다. 이 단계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다. 뇌의 전반적인 연결이 빠르게 감소하고, 특정 영역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다.
연구진은 이를 “평소 직행 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사람이 노선 폐지로 환승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비유했다. 직행 노선이 사라지면 중간에 갈아타는 정류장이 훨씬 중요해지듯, 일부 연결이 약해지거나 사라지면서 남아 있는 핵심 경로와 영역에 대한 부담과 중요도가 커진다는 것이다.
뇌, 30년간의 재배선 거쳐 비로소 성숙
이번 연구는 인간의 뇌가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굳어지는 것이 아니라 약 30년에 걸친 신경망 재조직(rewiring) 과정을 거치며,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어른의 뇌는 30대 초반을 지나면서 비로소 완성 단계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만약 서른 살이 됐는데도 여전히 철이 들지 않았다거나 어른이 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면, 오히려 그것이 뇌 발달의 시간표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지능과 성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에 도달하는 시점은 30대 중반 이후이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Topological turning points across the human lifespan’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