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의 저주?" 31억원 당첨됐지만...8년 만에 싹 다 잃은 女, 무슨 일?
온라인 로또 31억원 당첨...직장 관두고 여행, 집 구매, 미용실 인수 등, 집이 불에 타면서 평탄치 않았던 삶 살게 된 여성의 사연
로또 30억원에 당첨되면 당신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가? 로또만 당첨되면 지금보다 행복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실제 이면을 들여볼 만 사연이 공유됐다.
영국 웨스트요크셔에 사는 라라 그리피스 현재 54세로, 30대 중반에 로또에 당첨된 후 한동안 행운의 삶을 살았다. 로또의 저주였을까? 그때만해도 로또 당첨 후 자신이 겪게 될 절대적인 지옥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로또 당첨 후 평탄하지 않았던 삶을 영국 언론에 공유한 가운데, 그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2005년 10월 라라는 온라인 로또에 당첨돼 31억 원을 거머쥐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였다. 1997년에 결혼한 라라와 남편 로저는 당시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 각각 공연 예술 교사와 IT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큰딸 루비는 22개월된 아기였다.
이들은 당시 온라인 로또 첫 당첨자로, '당첨 됐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새벽 2시 30분쯤 로저가 라라를 위층으로 불렀고, 컴퓨터 화면에 31억 원이 표시된 것을 보게 됐다. 믿기지가 않았고 장난 같았다. 이후 낮에 영국 내셔널 로또 운영사였던 카멜롯이 전화로 당첨을 확인해줬고, 두 사람은 당첨 사실을 공개했다.
라라는 그때 상황에 대해 “상식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로저와 돈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대화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엄청난 혼란과 황당함만이 가득했던 기억뿐이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곧바로 돈을 막 쓰기 시작했다. 직장을 그만뒀다. 두바이, 미국 플로리다, 프랑스 등지를 여행했고, 약 2억 5천만 원을 들여 미용실을 인수했다. 약 7억 7천만 원짜리 헛간을 개조한 큰 집으로 이사하기도 했다.
꿈같은 삶이 그려지는 것 같았지만 그들의 행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0년 12월, 새로 마련한 고급 주택이 불타기 시작했다. 대형 화재가 발생해 3일 동안 온 집을 잿덩이로 만들었다. 집안에 있던 모든 물건을 잃었다. 화재는 세탁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사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 후 8개월 동안 가족은 호텔과 라라의 어머니 집을 전전하며 살았다. 라라는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딸 키티는 여전히 화재로 인한 PTSD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7월에서야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에도 라라의 불행은 계속됐다. 그 가운데 남편과의 사이도 안좋아져 몇 달 후 로저와 이혼했다. 라라는 이후 2년을 '절대적인 지옥'이었다고 표현했다. 두 딸을 키우고 이혼의 상실감을 겪어야 했다. 2013년 12월 이혼이 마무리됐을 때는 수중에 남은 돈이 없었다.
라라는 “집을 팔아야 했고, 사업도 팔아야 했고, 소유했던 모든 걸 팔아야 했다. 정말 비참했다. 정말 끔찍했다. 난 크론병도 앓고 있어서 당시 체중이 약 38kg밖에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미치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크론병(Crohn's disease)은 소화기계의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자가면역질환으로 간주되며,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소화기계의 조직을 공격해 염증을 유발한다.
라라는 그의 어머니에게 1년간 금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어머니와 두 딸 루비(20세), 키티(17세)가 함께 살고 있다. 현재는 라라는 타투이스트로 재교육을 받아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로또 당첨 이후 겪은 모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라라는 “정말 힘든 순간들을 겪었지만 지금 내 삶을 사랑한다. 돈은 어떻게든 다시 벌 계획이다"고 말했다.
횡재 후 모든 것을 잃는다...'로또 저주' 정말일까?
로또나 큰 금액의 횡재 후 모든 것을 잃는 현상을 일컬어 '로또 저주(Lottery Curse)'라고 한다. 갑작스러운 재산 증가로 인해 개인이나 가족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불운과 불행을 나타낸다. 복권 당첨자의 70%가 당첨 후 수년 내에 파산한다는 주장이 2001년 미국 금융교육기금(NEFE) 심포지엄에서 발표되긴 했지만 신뢰할 만한 근거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복권 당첨 후 재정적 파산이나 개인적 불행을 겪는 사례가 분명 존재하지만, 이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분명 많은 당첨자들이 실제로 과도한 소비와 재정 관리 실패, 인간관계 악화, 정신적 압박 등을 경험하며 재산을 잃거나 심리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의학적 관점에서 로또 저주는 갑작스러운 재정적 변화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심리적 스트레스와 불안 = 큰 금액의 당첨으로 일시적으로 행복감을 느끼지만, 새로운 재산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압박이 큰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코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증가로 신체 건강도 악화될 수 있으며, 이는 만성 스트레스 및 불안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울증과 상실감 = 재산을 잃거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후회와 상실감을 경험하면서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삶의 방향을 잃었다고 느끼거나 돈을 잃은 후 자존감이 하락하면서 장기적인 우울 상태에 빠질 위험이 크다.
결정 장애와 충동 조절 장애 = 큰 금액이 생기면 결정의 폭이 넓어지지고, 심리적 혼란과 함께 결정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소비나 투자를 충동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충동 조절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증가한다.
도박 중독 및 과소비 =갑작스러운 재정적 여유는 도박 중독, 과소비, 기타 위험한 금융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다. 도박 중독의 경우, 도파민 같은 보상 회로 관련 신경 전달 물질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중독 행동이 강화된다.
사회적 고립과 관계 악화 = 많은 돈을 갖게 된 후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주변의 관심이나 요구에 대한 부담, 불신이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로또 저주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상태로 간주되기도 한다. 큰 재정적 변화를 경험할 경우 재정적, 정신적 건강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이처럼 당첨 후 실패한 재정관리로 로또 저주에 이르기도 하지만, 로또에 당첨만 되면 행복시작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미국 UC 버클리대 경영대학원의 심리학자 카메론 앤더슨 박사는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은 처음에는 행복해하지만 곧이어 이들의 행복은 당첨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온다"고 말한 바 있다. 수입이나 재산이 갑자기 늘어난 사람들은 이 새로운 수준에 바로 적응하게 되기 때문에, 돈으로는 행복을 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