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약국, 이들은 재산을 어떻게 빼돌리나

건보재정 빼먹는 온갖 사해행위들...건보공단, 소송 걸며 쫓아가도 역부족

사무장병원과 사무장약국(면허대여약국 등)이 지금까지 건강보험에서 빼돌린 요양급여비는 3조4천억 원(2023년 6월 현재).

그런데 건보공단에서 실제로 환수한 것은 거기서 6.65%뿐. 10%도 채 안 된다. 이들이 갖은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리고, 수사 진행 단계에서 폐업해 사라져버리기 때문. 강제징수를 하려 해도 징수할 목적물이 없는 것이다.

이들이 재산을 빼돌리는, 사해행위(詐害行爲)는 참으로 다양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1. 15년 전 이혼한 배우자에게 고급 주택을 팔았다

의사 A는 사무장에게 고용되어 ○○병원에서 진료행위를 하고 월급을 받았다. 그러던 차에 사무장과의 사이에 ○○병원 경영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익신고로 건강보험공단 조사가 시작되자, A는 15년 전 이혼한 배우자 B에게 19억 원 상당 고급 주택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은닉했다.

공단은 B를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전부 승소했다. 하지만 B는 이미 그 주택을 다른 이에게 팔아버린 상태. B의 재산을 찾아보니 아파트 한 채가 남아있었다. 공단은 이 아파트를 강제집행하여 4억 원을 환수한 후, B의 임금채권에 압류를 걸어 매달 소액을 환수하고 있다.

#2. 배우자와 가짜 이혼해 상가 건물을 빼돌리고, 자녀에겐 토지를 줬다

사무장에게 고용돼 ○○병원에서 진료를 해오던 의사 C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검찰 기소가 되기 직전, 배우자 D와 가장(假裝)이혼을 했다.

그러면서 본인 소유 상가 건물(29억 원 상당)을 이혼 재산분할 약정으로 전부 이전해주었다. 또 남은 토지도 자녀 E에게 증여해, 본인 소유 재산을 전부 은닉했다.

공단은 배우자와 자녀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그에 따라 적정 재산분할 수준을 넘어서는 10억 원 부분을 승소 후 전부 환수했다. 또 자녀 E에 대한 토지 증여를 취소시킨 후 의사 C 명의로 원상회복해 압류하고 강제징수를 진행하고 있다.

#3. 일부 토지는 자녀에게 주고, 다른 토지는 동업자에게 팔았다

사무장 F는 비영리 법인 명의를 대여받아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가족 아닌 사업 동업자 G에게 재산 가치 4억 8천만 원 상당의 토지를 매매하여 은닉했다. 지방에 있는 다른 토지 일부까지 자녀에게 증여했다. 그러고는 무일푼이 됐다.

공단은 동업자 G 및 자녀를 상대로 재판을 걸어 승소한 후, 자녀 명의 토지는 강제징수했다. 동업자 G 명의의 토지도 강제 징수하여 4억 8천만 원 전부 환수했다.

#4. 부동산 분양업자, 10억원 빼돌리고 이를 사단법인 채무로 넘겼다

부동산 분양업자 H는 메디컬 빌딩이 분양되지 않자 비영리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의료기관을 목적 사업으로 추가한 후 병원 행정원장 직을 맡아 병원을 개설‧운영했다.

병원장은 허울 뿐, 인사부터 모든 행정 업무를 자신이 직접 관장했다. A는 법인 운영자금 3억원을 법인 계좌에 입금하고 5분 후 다시 출금하는 수법으로 자금을 빼돌리는 것은 물론, 월급 1,000만원에 자신의 개인 사업장 비용을 법인 카드로 결제하는 등 약 10억 원의 부채를 법인에 전가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편취했다.

하지만 이런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부동산부터 자동차, 금전 및 신탁까지 재산은닉 유형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 은닉 상대방도 예전 배우자, 자녀에서부터 지금은 거래처 지인, 법인 등으로 넓어졌다.

특히 생협, 의료법인을 이용해 명의를 대여하거나, 병원경영지원회사(MSO, 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를 통해 우회적으로 사무장병원 등을 개설하는 등 그 수법과 규모 역시 고도화, 대형화되고 있다. 불법개설기관 적발부터가 점점 쉽지 않게 돼가는 것.

건보공단, 사무장병원 적발부터 은닉재산 환수까지 발버둥치지만

공단이 2018년부터 사무장병원‧약국의 은닉재산을 환수하고는 있지만, 폐업 후 실체가 없는 대상을 향해 소송 절차만 밟고 있는 형국. 여기에 들어가는 변호사비 등은 또 다른 비용. 이들까지 모두 건보 재정을 축내는 원인이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그나마 빼돌린 재산에 뒤늦게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걸어 일부 환수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으나, 현실에선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현재까지 공단이 제기한 소송은 모두 199건. 공단은 “이를 통해 172억 원을 환수했고, 현재 37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것들 다 합해봐야 환수해야 할 보험금에 비하면 소액에 불과하다.

이에 공단은 사무장병원‧약국 은닉재산에 대한 ‘국민신고 포상금’ 제도를 도입했고, 지난달부턴 ‘재산 조기압류’ 제도도 만들었다.

하지만 자체 조사권이 없다 보니, 발 빠르게 도망가는 사무장병원과 사무장약국을 곧바로 제재할 방법이 마땅찮다. 수사기관에 의뢰하고, 재판을 기다리는 세월 동안 이들은 재산을 남김없이 빼돌리고 있는데도….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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