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는 긍정적"...감정 회복력 높여
성장 가늠 척도가 되며, 가족과 진한 유대감을 가지게 한다
“침울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에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 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입 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에서.
이 두꺼운 소설을 다 읽어 보진 않았다고 해도,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으며 회상에 잠기는 주인공의 고백은 들어 봤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가끔 과거를 그리워하고, 어린 시절이나 성년기에 따듯하고 흐릿한 느낌을 주었던 기억을 애타게 떠올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가벼운 행동 건강(Lightfully Behavioral Health)’의 임상 운영 책임자이자 상담사인 디에나 우드하우스(Deanna Woodhouse)는 "향수는 과거의 무언가를 떠올릴 때 경험하는 긍정적이고 갈망하는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향수는 오래된 사진을 보거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익숙한 향기를 맡음으로써 생길 수 있다.
좋은 옛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건강에 좋은가? 건강 의료 매체 ‘에브리데이헬스’는 향수의 건강한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 관해 소개했다.
향수에 빠지면 행복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대 의대 정신의학과 행동과학과 연구원인 데이비드 뉴먼(David Newman) 박사는 "향수를 떠올리면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적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우드하우스는 "때때로 내담자가 어떤 뿌리나 근거지를 찾는 게 필요할 때, 치료자인 우리는 그들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향수 어린 경험을 떠올리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특히 어두운 시기를 거쳐 가는 사람들이 한때 그들에게 빛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할 때 향수가 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2월 ‘성격 및 사회 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는 “기억을 떠올리고 향수를 느끼는 것은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삶의 의미, 자존감, 낙관적인 시각을 회복하는 것과 관련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향수는 혼합된 감정이며, 항상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간과하지 않았다.
회상에 빠질 때 얻는 다섯 가지 이점은 다음과 같다.
1. 자아의식이 확장된다
2021년 6월 학술지 '인지와 감정'에 실린 연구는, “회상은 과거에 자신이 누구였고, 현재 자신이 누구이며,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도록 돕는다”고 했다. 우드하우스는 "자신의 가치관과 도덕에 부합했던 과거 경험을 떠올리는 것은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아의식이 높아지고 자신감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은 스스로 가치를 재확인하게 하고 진정으로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만나게 해 준다”고 덧붙였다.
2. 성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향수는 현재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 긍정적 경험이 바탕이 된 성장을 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드하우스는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데, 향수는 어떻게 우리 자신의 가치가 높아졌고, 진정한 자아를 찾고 거기에 일치해 왔는지를 가늠하는 좋은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현재 자신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3. 긍정적인 감정으로 회복된다
2021년 4월 ‘의식과 인지’에 발표된 연구도 “향수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현재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고 느낀다면, 향수는 부정적 감정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드하우스는 "향수는 감정을 진정시키고 건강한 대처 메커니즘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부정에서 중립으로 감정을 전환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어릴 적에 행복하게 뛰놀던 운동회를 생각하거나, 할머니가 해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만족스러워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힘을 얻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2021년 ‘신경정신질환’ 저널에 실린 연구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동안, 향수가 마음을 위로하는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4. 친구, 가족과 유대감이 강해진다
2021년 4월 학술지 ‘이모션(Emotion)’에 실린 연구는, “향수는 우리를 다른 사람들과 연결하는 매우 사회적인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연구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회상하며, 홈 비디오를 보거나, 과거의 사진을 보는 것은 서로를 더 가깝고 더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도록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우드하우스는 “완전히 낯선 사람과 과거의 경험을 공유할 때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낯선 이와 90년대 유행했던 만화를 이야기하거나 ‘PC 통신' 같은 전화 접속 연결과 관련된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5. 더 낙관적으로 만들 수 있다
2020년 2월에 발표된 ‘성격 및 사회 심리학 저널’의 논문은 "향수가 낙관론에 빠지게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면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향수는 보통 개인의 삶에서 경험한 어떤 순간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기억이지만 슬픔을 불러올 수도 있다. 뉴먼 박사는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면 그리움은 슬픔을 유발하고,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시간이 더는 존재하지 않아 속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우드하우스도 "우리가 '좋았던 옛날'을 회상하기 시작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기 시작할 때, '만약'과 '있어야 할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며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향수의 경험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그것을 어떻게 떠올리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향수가 낙관적일 수 있다고 밝힌 2020년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는 “ 아무런 자극 없이 낮에 갑자기 향수에 빠진다면 슬픔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상하도록 요청 받으면 사람들은 보통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린다.
‘미국심리학회’는 개인적 향수를 넘어선 역사적 또는 집단적 향수에 대해 "개인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역사의 한때를 갈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먼 박사는 "르네상스 시대에 살지 않았는데도 향수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 향수가 더 큰 유대감으로 이어진다면 긍정적이지만 만약 권력자가 이를 악용한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