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1일 (금)

계산대서 사탕·탄산음료 치웠더니⋯탄산음료 줄고 사탕 판매는 그대로

버클리 11개 매장 58개월 추적⋯탄산음료 감소, 대용량서 더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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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계산대 주변에 간식을 진열하는 것은 사실 철저히 의도된 마케팅 전략이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한 대형 매장 계산대 근처에 다양한 제품이 진열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 대부분의 마트나 식료품점 계산대 근처에는 사탕이나 초콜릿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이 진열돼 있다. 이는 충동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철저히 의도된 마케팅 전략이다.

마트를 돌며 장을 보는 소비자는 수많은 상품의 가격과 품질을 비교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진한다. 계산대에 도착한 시점에선 이미 뇌가 지쳐서 유혹을 뿌리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간식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간식은 계산을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을 시각적으로 달래주기도 한다. 이미 몇만 원어치의 물건을 담은 상황에서 단가가 낮은 간식 몇 개를 추가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지도 않다. 유통 업계에서 일명 ‘계산대 효과’라고 부르는 구매 유도 방식이다.

미국 한 소도시의 실험…계산대 근처에서 간식 못 팔면 어떻게 될까?

2021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는 전 세계 최초로 ‘건강한 계산대 법령’을 제정했다. 대형 매장 계산대 바로 옆에 사탕과 단 음료, 초콜릿 등을 놓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다.

해당 법령에 따라 버클리 시내 대형 식료품점과 마트 등의 계산대에는 기본적으로 1회 제공량당 첨가당이 5g 이하·나트륨 200mg 이하의 영양기준을 충족한 식품만 진열해야 한다.

이와 관련, 보스턴대·캘리포니아대·워싱턴대·스탠퍼드대 등이 참여한 미국 공동 연구팀은 버클리 시에서 추진한 정책이 실제 간식 구매 감소로 이어졌는지를 추적했다.

연구팀은 정책 시행 24개월 전(2019년 3월)부터 시행 34개월 후(2023년 12월)까지 버클리 시내 매장 11개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정책 시행 후 버클리 시내 매장의 분기당 탄산음료 판매량은 평균 2478리터 줄었다. 이는 정책 시행 전 버클리 시 평균과 비교했을 때 약 23.4%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정책을 위반한 매장에 대해 처벌이 가능해진 2022년 1월 1일 이후로만 한정하면 감소량은 3981리터(정책 시행 전 대비 39.5% 감소)로 집계됐다.

“계산대에서 못 팔게 한다고 덜 사는 건 아니더라”

다만 버클리의 탄산음료 구매량 감소는 독특한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그간 계산대 근처에서 주로 판매되던 500ml 이하 소용량 탄산음료의 구매가 줄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 분석 결과 탄산음료 구매 감소량의 대부분은 대용량 탄산음료에서 발생했다.

다만 줄어든 탄산음료의 대부분이 계산대에서 주로 팔리는 소용량이 아니라 대용량 제품이어서, 판매 감소를 계산대 진열 제한의 효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사탕도 마찬가지였다.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 탄산음료 구매량과는 다르게, 버클리 시내 전체 사탕 구매량은 정책 시행 전후 큰 변화가 없었다. 일부 슈퍼마켓 매장을 중심으로 90g 이하의 작은 사탕 제품 구매가 약 35% 줄어들기는 했지만, 오히려 대용량 사탕 판매가 크게 늘면서 효과가 반감됐다.

이에 연구팀은 “계산대 효과를 막는다고 해서 실제 간식 구매를 막을 수는 없었다”면서도 “사탕 대신 계산대 진열장을 차지한 견과류나 씨앗류 등 건강 간식 구매가 늘어나는 효과는 있었다. 버클리의 시도가 아예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던 셈”이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를 주도한 보스턴대 공중보건대 소속 저스틴 화이트 교수는 “하나의 정책으로는 설탕 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가당 식품에 대한 포장 앞면 라벨링을 의무화하고 설탕세를 부과하는 등 다양한 수단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랜싯 공중보건(The Lancet Public Health)》에 9일(현지시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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