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사 116마리를 직접 밟아, 뱀이 언제 사람을 무는지 연구한 과학자들이 올해 이그노벨 생물학상을 받았다. 뱀은 몸 앞쪽을 밟거나 기온이 높을수록 무는 경향을 보였다.
올해 이그노벨 생물학상은 브라질 부탄탄 연구소(Butantan Institute)와 상파울루대 등의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이그노벨상은 기발하고 독특한 연구에 수여하는 상으로 ‘괴짜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연구진은 브라질에서 뱀 물림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독사 자라라카(Bothrops jararaca) 116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사람이 야외에서 뱀을 발견하지 못하고 실수로 밟는 상황을 재현해 어떤 조건에서 뱀이 방어적으로 무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방법은 이그노벨상답게 기상천외했다. 연구진은 특수 제작한 보호 장화를 신고 뱀을 직접 밟았다. 머리와 몸통, 꼬리 등 밟는 부위를 달리하고 뱀의 성별과 크기, 온도 등에 따라 무는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했다.
머리 쪽 밟았더니 더 잘 물었다
실험 결과 뱀은 몸의 앞쪽에 위협이 가해졌을 때 더 적극적으로 무는 경향을 보였다. 머리 쪽에 접촉했을 때 물 확률은 약 44%였지만 몸통은 20%, 꼬리는 11%였다.
이번 실험은 사람이 실수로 뱀을 밟는 상황에서 어떤 조건이 물림 위험을 높이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뱀의 크기와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갓 태어난 뱀은 성체보다 무는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았고, 특히 작은 암컷에서 방어적인 행동이 두드러졌다. 암컷은 기온이 높아질수록 물 가능성이 커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다만 해당 논문은 이후 동물실험 과정과 윤리 승인 범위 등에 문제가 제기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서 철회됐다. 올해 이그노벨상은 이 철회된 연구의 연구진에게 수여됐다.
수풀 지날 땐 발밑 확인…뱀 보이면 접근 금물
해당 연구 결과가 야외에서 뱀을 만났을 때 ‘꼬리 쪽은 밟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뱀 물림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뱀과 접촉할 상황 자체를 피해야 한다.
소방청은 벌초나 성묘 등 야외활동을 할 때 뱀 물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긴 소매와 발목을 덮는 옷, 장화를 착용할 것을 권고한다. 질병관리청 역시 뱀이 구별되지 않는 우거진 풀숲에는 가급적 들어가지 않고, 야외에서 뱀을 발견했다면 절대로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5년간 응급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뱀 물림 사고의 72.3%가 6~9월에 발생했다. 이 가운데 9월이 24.4%로 가장 많았다. 사고는 주로 산이나 밭 등 야외에서 발생했다.
뱀을 발견했다면 종류를 확인하거나 잡으려고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된다. 질병관리청은 뱀을 포획하려다 추가로 물릴 수 있다며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것을 권고한다.
이미 물렸다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119에 신고하고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 상처를 칼로 째거나 입으로 독을 빨아내거나 얼음을 직접 대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깨끗한 옷이나 거즈 등으로 물린 부위를 덮은 뒤 신속하게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