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1일 (금)

“젓가락 자꾸 놓치고 걸음 휘청”⋯목에서 눌린 ‘척수’ 신호일 수도

목디스크·협착증·후종인대골화증이 척수 압박 원인⋯손 기능·보행장애 계속 나빠지면 수술 시기 평가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젓가락질을 하다 음식을 자꾸 흘린다. 단추를 채우거나 글씨 쓰는 손놀림도 예전 같지 않다. 걸을 때는 다리가 뻣뻣하고 몸이 휘청거린다.

나이 탓으로 넘기기 쉽지만, 손과 걸음이 함께 달라진다면 원인은 목일 수 있다. 목뼈 속 척수가 눌려 손·다리 신경 기능이 떨어지는 '경추척수증'이다.

목디스크나 경추협착증, 후종인대골화증(OPLL)과는 개념이 다르다. MRI에서 척수가 눌려 보인다고 모두 수술하는 것도 아니다. 서울부민병원 이준호 경추센터장에게 경추척수증을 의심해야 할 신호와 수술 결정 기준을 물었다.

“젓가락 자꾸 놓치고 걸음 휘청”⋯목에서 눌린 ‘척수’ 신호일 수도
경추척수증은 목디스크나 경추협착증, 후종인대골화증(OPLL) 등과 증상은 비슷해보여도 질적으로 다른 질환이다. 서울부민병원 경추센터 수술팀이 환자의 목뼈 척수 부분을 조심스레 수술하고 있다. 사진=서울부민병원

목디스크·협착증·후종인대골화증, 경추척수증과 뭐가 다를까?

세 질환은 모두 심해지면 척수 일부를 누를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에 비해 경추척수증은 그런 결과로 척수 기능 자체에 이상이 생긴 '상태'라 할 수 있다.

구분문제의 핵심경추척수증과의 관계
목디스크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압박척수까지 누르면 척수증으로 이어질 수 있음
경추협착증척수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짐협착이 척수 기능장애로 진행하면 척수증
후종인대골화증후종인대가 뼈처럼 굳어 척추관을 좁힘척수 압박의 원인 질환 중 하나
경추척수증척수 자체가 눌려 신경 기능이 떨어짐세 질환이 원인이거나 관련성 높게 나타남

조금씩 차이도 있다.

이 센터장은 “목디스크는 대개 특정 신경뿌리가 눌려 한쪽 팔이나 손을 따라 통증·저림이 나타나는 반면, 경추척수증은 척수 자체가 눌리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더 쉽게 말해 목디스크에서 흔한 신경근 압박이 ‘특정 신경 한 가닥’의 문제라면, 경추척수증은 ‘신경의 큰 본선인 척수’ 자체가 눌리는 문제인 셈이다.

목은 안 아픈데 손과 걸음부터 이상해지는 이유는?

경추척수증을 놓치기 쉬운 이유는 목 통증이 심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대신 젓가락질, 단추 채우기, 글씨 쓰기처럼 손끝을 쓰는 동작이 먼저 서툴러진다. 다리 쪽에서는 걸음이 둔해지거나 계단을 내려갈 때 불안정해지고, 넘어지는 일이 잦아진다.

물론 손 저림은 손목터널증후군이나 말초신경 문제에서도, 보행장애는 뇌·허리·관절 질환에서도 생길 수 있다. 다만 손의 미세동작 저하와 보행 변화가 함께, 그리고 계속 진행한다면 목 척수 이상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MRI 검사에선 척수가 많이 눌렸다는데, 바로 수술해야 할까?

MRI로 찾아낸 검사 결과는 중요하다. 하지만 MRI가 심하다고 무조건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까지는 무조건 기다려도 된다’는 절대 기준도 없다.

결국 MRI 소견과 함께 증상이 실제로 얼마나 진행했는지, 환자의 일상 기능이 얼마나 떨어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척추관이 상당히 좁다고 나와도 막상 증상은 크지 않은 사람이 있는 반면, MRI 소견에 비해 손 기능이나 보행장애가 더 빠르게 진행하는 환자도 있어서다.

다만 이 센터장은 “경추척수증이 확인된 상태에서 균형감각 저하, 손 기능 저하, 보행장애 등 신경 기능이 계속 떨어지고 일상생활까지 힘들어진다면 치료 시기를 지나치게 늦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추척수증에서는 ‘얼마나 아픈가’도 중요하지만, ‘척수 기능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땐 통증 줄이는 시술만 반복하기보다 수술 필요성을 직접 평가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척수가 계속 눌리면 기능 저하가 차츰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악순환(pathologic vicious cycle)이 생기는 만큼 중간 단계를 굳이 거칠 필요가 있을까”하고 되물었다.

수술한다면, 뼈를 붙일까 움직임을 살릴까?

척수 압박을 풀 때, 대표적인 수술법은 목 앞쪽으로 접근해 디스크나 뼈를 제거하고 해당 마디를 고정하는 전방경추유합술(ACDF)이 그 하나다. 일부 환자에서는 제거한 자리에 인공디스크를 넣어 움직임을 유지하는 인공디스크 치환술(ADR)을 고려하기도 한다.

이준호 센터장은 이 두 수술법을 비교한 연구(경추척수증 환자에서 인공디스크 치환술과 전방경추유합술의 임상 효과 비교)의 교신저자였다. 이들의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은 2023년 국제 척추 전문학술지 '뉴로스파인’(Neurospine)에 실렸고, 이후 척추수술과 인공디스크를 다룬 여러 국제 학술논문에 참고문헌으로 널리 인용되었다.

목 척추뼈 유합술(ACDF)과 인공디스크 치환술(ADR)을 비교 분석한 논문. 다른 연구자들이 많이 인용하는 논문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서울부민병원

이와 관련, 그는 “연구팀이 임상연구 6건을 종합한 결과, 2건에서는 인공디스크 치환술이 유합술보다 기능 회복에서 유의하게 좋았고 나머지 4건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결국 두 수술법의 우열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병변 범위, 경추의 퇴행성 변화와 불안정성 정도, 뼈·관절 상태, 척수 압박 원인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젊고 활동량이 많으며 해당 분절의 움직임을 보존할 필요가 큰 환자라면 인공디스크 수술이, 퇴행성 변화나 불안정성이 심한 경우에는 유합술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선 심평원 급여 기준에도 영향을 받는다. 환자의 해부학적 상태와 적응증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FAQ] 경추척수증, 이것도 궁금해요

손이 저리면 경추척수증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 등 다른 원인도 많습니다. 다만 손 저림과 함께 미세동작 저하, 보행 변화가 동반된다면 척수 기능 이상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약이나 물리치료로도 좋아질 수 있나요?

증상이 경미하고 안정적이면 그럴 수 있습니다. 경과 관찰이나 보존적 치료를 고려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미 척수 기능 저하가 진행 중이라면 약물이나 물리치료만으로는 구조적 원인을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수술하면 손놀림과 걸음걸이가 정상으로 돌아오나요?

회복 정도는 환자마다 다릅니다. 증상 기간, 척수 손상 정도, 나이 등에 영향을 받으며, 수술의 목적은 회복뿐 아니라 신경 기능의 추가 악화를 막는 데도 있습니다.

도움말=서울부민병원 경추센터 이준호 센터장(신경외과). 서울대 의대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정교수로 최소침습 척추 치료 전문성을 높였다. 미국 경추척추연구학회(CSRS) 정회원. AO Spine Davos 코스에서는 아·태지역 국제 강사로도 활동했다. 목디스크, 경추척수증, 후종인대골화증 등 까다로운 경추 질환과 고난도 수술을 주로 한다.

이준호 센터장. 사진=서울부민병원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