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0일 (목)

숙면 돕는다는 ‘핑크 노이즈’, 밤새 틀면 오히려 방해⋯뇌파 맞춘 ‘0.05초 자극’은 달랐다

MIT 건강한 성인 14명 실험⋯느린 뇌파 정점에 짧게 들려주자 뇌파·뇌척수액 파동 커져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핑크 노이즈는 정확한 타이밍에 사용하면 숙면을 도울 수 있지만, 밤새 틀어놓으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빗소리나 바람소리 등 일정한 소음을 틀어놓는 습관은 흔히 숙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화이트 노이즈(백색소음)’은 낮은 소리부터 높은 소리까지 모든 주파수가 거의 같은 크기로 구성된다. 인간의 청각은 고주파수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화이트 노이즈를 틀어 놓으면 상대적으로 고주파수의 소리가 더 잘 들린다. 따라서 오래 들으면 귀가 피로할 수 있다.

이 부분을 보완한 것이 ‘핑크 노이즈’다.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옥타브당 에너지가 3데시벨씩 감소하는 형태다. 이렇게 소음을 구성하면 상대적으로 저주파 음이 풍부하게 들리고, 청각적으로도 균형 잡힌 안정감 있는 소리로 들린다.

밤새 틀어 놓으면 오히려 방해⋯’이 때’ 사용하는 게 핵심

핑크 노이즈는 특유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소리 덕분에 수면 유도나 심리적 안정을 찾는 데 자주 활용되지만, 실제 임상 시험에서는 핑크 노이즈를 밤새 틀었을 때 오히려 깊은 잠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팀은 핑크 노이즈가 숙면을 돕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소음을 정확한 타이밍에 틀어야 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해당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건강한 성인 14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뇌파 분석 장치를 부착한 뒤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안에 들어가 낮잠을 잤다. 연구팀은 각 참가자가 ‘느린 뇌파(서파, slow wave)’ 상태에 진입했을 때 0.05초 동안만 핑크 노이즈를 재생했다.

느린 뇌파는 깊은 수면 단계에서 뇌파의 주파수가 느리고 진폭이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느린 뇌파가 나오는 깊은 수면 중에는 의식이 거의 없으며, 신체 회복과 면역 작용이 일어난다.

참가자들이 느린 뇌파 상태에 들어갔을 때 핑크 노이즈를 짧게 재생하자, 0.25~0.75초 뒤 느린 뇌파가 강화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 뇌 조직의 대사 노폐물을 씻어내는 뇌척수액이 뇌실 안으로 유입되는 양도 평균 4.3% 증가했다.

다만 느린 뇌파가 꼭대기에 도달한 직후에 핑크 노이즈를 틀었을 때만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다른 시점에 소리를 틀었을 때는 뇌척수액 흐름이나 파동 변화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단순히 잠자는 동안 어떤 소리를 튼다고 숙면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타이밍에 짧게 개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관련 의료기기 출시 계획도

실제로 핑크 노이즈가 숙면을 방해한다는 결론을 내린 다수의 임상 논문은 참가자들에게 밤새 소리를 들려준 뒤 효과를 측정했다. 이때는 전체적인 수면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거나, 오히려 귀마개로 모든 소리를 차단했을 때보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반면 MIT 연구팀은 뇌파를 분석해 이미 뇌가 깊은 수면에 들어간 순간을 포착하고, 매우 짧은 소리를 재생해 깊은 수면 시간을 늘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논문 제1저자인 조슈아 레빗 박사는 “현실적으로 일반인이 뇌파를 분석해 집에서 정확한 타이밍에 필요한 만큼의 핑크 노이즈를 재생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번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웨어러블 뇌파 분석 장치를 개발해 고령자나 불면증 환자가 쓸 수 있는 의료기기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9일(현지시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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