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1일 (금)

 “롤렉스 차고 잠수를?”⋯잠수부 생사가 ‘시계’에 달린 이유

감압병 위험에 잠수 시간 중요…과거엔 손목시계, 지금은 다이브 컴퓨터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다이버 워치의 익숙한 디자인에는 물속에서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잠수부의 생존법이 담겨 있다. 사진=ChatGPT

지금은 고가의 명품시계로 알려진 롤렉스 ‘서브마리너(Submariner)’. 선뜻 바닷물에 넣기 아까운 시계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초고가 명품이었던 것은 아니다. 1954년 미국에서 판매된 서브마리너의 가격은 150달러였다. 당시 미국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주급이 약 65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2주치 임금에 해당한다.

실제로 서브마리너는 바닷속에서 사용됐다. 1953년 프랑스 리비에라 앞바다에서 수중 사진가이자 탐험가인 디미트리 레비코프는 서브마리너를 손목에 차고 잠수했다. 그가 5개월 동안 반복한 잠수는 무려 132차례. 얕게는 수심 12m, 깊게는 60m까지 내려갔다.

당시 잠수부에게 손목시계는 단순히 현재 시각을 확인하는 물건이 아니었다. 물속에 들어온 지 몇 분이 지났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 수심과 잠수 시간에 따라 안전하게 수면으로 돌아오는 방법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서브마리너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회전식 테두리와 큼직한 눈금, 야광 표시에도 저마다 이유가 있었다. 잠수부들은 이러한 기능을 어떻게 활용해 바닷속 위험에 대비했을까?

시계 테두리 돌려 시간 확인…늦기 전에 수면으로

회전 베젤은 잠수 시간을 놓치지 않도록 돕는 다이버 워치의 대표 기능이다. 사진=ChatGPT

잠수부에게 ‘몇 분’은 안전과 직결됐다. 등에 멘 호흡가스에는 한계가 있고, 얼마나 깊이 내려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에 따라 상승 계획도 달라진다.

너무 빠르게 올라오는 것도 위험하다. 깊은 물속에서는 높은 압력 때문에 질소가 몸속에 더 많이 녹아든다. 이 상태에서 급하게 상승하면 몸속에 녹아 있던 질소가 기포를 만들면서 관절통이나 어지럼증, 감각 이상 등을 일으키는 감압병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신경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잠수부는 수심과 잠수 시간을 함께 확인하며 계획에 맞춰 움직여야 했다. 필요하면 일정 깊이에서 멈춰 감압하고, 호흡가스가 바닥나기 전에 수면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때 물속에서 보낸 시간을 확인하는 데 사용한 것이 다이버 워치의 테두리인 ‘베젤’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물에 들어가기 전 베젤의 삼각형 표시를 분침 위치에 맞춘다. 이후 분침이 움직인 만큼 베젤의 눈금을 읽으면 잠수를 시작한 뒤 몇 분이 흘렀는지 알 수 있다.

오늘날 많은 다이버 워치의 베젤이 한쪽 방향으로만 돌아가는 것도 안전과 관련이 있다. 실수로 베젤을 건드리더라도 실제보다 잠수 시간이 짧게 표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깜깜한 물속에서도 시간 확인…잠수부가 ‘야광’ 필요했던 이유

바닷속에서는 수심이 깊어질수록 붉은빛, 주황빛, 노란빛이 차례로 약해진다. 파란빛은 상대적으로 더 깊은 곳까지 도달한다. 사진=ChatGPT

잠수부는 어두운 물속에서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바닷속은 깊이 내려갈수록 도달하는 햇빛의 양이 줄어 어두워진다. 잠수 시간을 재더라도 정작 시곗바늘과 눈금이 보이지 않으면 소용없는 셈이다.

이에 잠수부들은 어두운 곳에서도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시곗바늘과 눈금에 발광 표시가 적용된 다이버 워치를 사용했다. 시곗바늘과 눈금 역시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크고 단순하게 만들어졌다. 초기 서브마리너 역시 시곗바늘과 눈금에 발광 물질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잠수부는 빛이 부족한 물속에서도 분침과 베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전 베젤로 잠수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확인하고, 발광 표시를 통해 어두운 곳에서도 그 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손목시계는 옛말…달라진 잠수부의 생존법

오늘날 잠수 장비는 훨씬 정교해졌다. 잠수부는 다이브 컴퓨터를 통해 현재 수심과 잠수 시간, 상승 속도 등 안전한 잠수에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손목시계로 확인하던 ‘몇 분’을 이제는 수심과 상승 속도 등 다른 정보와 함께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장비는 달라졌지만 목적은 같다. 물속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확인하고, 계획에 맞춰 무사히 수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과거 잠수부가 이를 위해 사용했던 회전 베젤과 큼직한 눈금, 발광 표시는 오늘날 다이버 워치의 디자인으로 남았다. 지금은 멋으로 보는 그 모습도 처음에는 바닷속에서 살아 돌아오기 위해 필요했던 기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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