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10~14세 여성 아동과 청소년 자살률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 같은 연령대 남자의 자살률이 훨씬 높았지만 최근 여자의 자살률이 빠르게 오르면서 성별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한국 통계에서도 10대 자살 사망자 중 여성이 남성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달라졌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과 진 트웬지 교수는 지난 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 ‘10~14세의 성별 자살률(Suicide Rates by Gender Among 10- to 14-Year-Olds)’이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해당 나이에 주목한 이유는 최근 나타난 변화 때문이다. 미국에서 자살은 10~14세의 사망 원인 중 두 번째였다. 2007~2021년 이 연령대의 자살률은 크게 올랐다. 특히 2007~2016년 10~19세 여성의 자살률이 남성보다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남녀 격차가 줄기 시작했다.
트웬지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쳐 최근까지 이런 성별 차이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폈다.
연구진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SNS)가 널리 퍼진 시점에 주목했다. 트웬지 교수는 2010년대 스마트폰과 SNS 사용이 급증한 시기와 청소년 정신건강이 나빠진 시기가 겹친다고 설명했다.
특히 SNS가 여자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온라인에서는 다른 사람과 외모나 인기를 끊임없이 비교할 수 있는 데다 ‘좋아요’와 팔로어 숫자로 또래의 관심을 확인하고 성적인 콘텐츠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친구를 직접 만나는 시간과 수면은 줄고 화면을 보는 시간은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뉴욕포스트 등 미국의 현지 언론은 이번 연구만으로 스마트폰이나 SNS가 여아 자살률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미국 청소년의 자살률 변화를 분석한 횡단면 연구인 만큼 SNS 이용과 자살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검증한 연구가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 10대 여성의 자살 문제를 보여주는 정부의 통계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보건사회연구원 전진아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진행한 '2026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올해 상반기 자살사망자 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7.3명(잠정치)으로 29.1명이던 직전해에 비해 감소했다. 눈길을 끈 건 나이였다. 연령대별로는 20~40대 자살률이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들었지만, 10~19세 청소년 자살률은 증가했다.
2023년 1.97명이던 10대 이하 자살률은 2025년 1.89명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가 올 상반기 2.05명으로 다시 늘었다.
특히 미국과 비슷한 변화가 한국에서도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10대 여성 자살률은 2021년 인구 10만명당 6.9명, 2022년 6.7명으로 남성보다 낮았다. 그러나 2023년 8.8명으로 급증하며 남성 7.1명을 처음 웃돌았고, 2024년에도 여성 8.7명, 남성 7.4명으로 역전 현상이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