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적인 건강식으로 꼽히는 시금치와 아몬드 등에 들어 있는 천연 성분이 장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외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세포 및 분자 위장관·간학》에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시금치·비트·아몬드·코코아 등에 함유된 옥살산(옥살레이트) 성분이 염증성 장질환의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살산은 몸 속에서 칼슘과 결합하면 신장결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다만 장 내 염증과의 연관성이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염증성 장질환자, 옥살산 처리 능력 떨어져
염증성 장질환은 소화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대장 점막에 염증과 궤양이 생기는 ‘궤양성 대장염’,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염증이 생기는 ‘크론병’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질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흔히 장내 미생물에 대한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먼저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환자들의 신체 조직 샘플 440여개를 분석하고, 식사 설문을 통해 옥살산 섭취량을 비교했다.
그 결과 환자들의 옥살산 섭취량은 일반 인구의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체내 조직 샘플에서는 더 많은 옥살산이 검출됐다. 특히 장 내에서 옥살산을 이동시키는 단백질이 모두 뚜렷하게 줄어들어 있었다.
연구팀이 크론병 환자 11명의 대변 샘플을 건강한 대조군 4명의 대변과 비교했을 때도, 크론병 환자들의 대변에서 옥살산이 더 많이 검출됐다. 이에 연구팀은 장 안에 만성 염증이 있는 환자들은 옥살산 처리 능력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물 실험 결과, 염증 뚜렷하게 악화
조직 샘플 분석 결과를 근거로 연구팀은 ‘옥살산을 섭취하는 것이 염증성 장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동물실험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생쥐 40마리를 총 네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은 일반식과 물을 먹도록 했고, 두 번째 그룹은 옥살산 위주의 식단과 물을 먹도록 했다. 세 번째 그룹은 일반식에 ‘강제로 장 점막에 염증을 만드는 약’을 추가로 먹였으며, 네 번째 그룹은 옥살산 위주의 식단에 염증 유발약을 먹였다.
그 결과, 염증이 가장 심했던 그룹은 옥살산 위주 식단에 염증유발약을 먹은 그룹이었다. 다른 그룹에서는 염증에 따른 사망률 차이가 크지 않았던 반면, 옥살산+염증유발 그룹은 사망률이 나머지 세 그룹보다 40%나 높았다.
또 옥살산+염증유발 그룹에선 섭취 3일차부터 체중 감소가 더 빠르게 나타났고, 대장 길이가 더 짧아졌다. 또 이들 생쥐는 회복기에 접어들었을 때도 염증 수치가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됐다.
면역세포만 따로 채취한 실험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옥살산이 대식세포(세균이나 이물질을 잡아먹는 면역세포)를 자극해 염증 반응을 더욱 강하고 빠르게 만들었다.
연구팀은 “옥살산이 직접적으로 장 점막 세포를 죽이는 독성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건강한 사람이 시금치나 아몬드를 끊을 필요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팀은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어떤 음식을 먹는지가 장 속의 염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향후 맞춤형 치료 식단을 제안하기 위해 더 정밀하게 설계된 대규모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