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위를 둘러보면 스마트폰으로 글이나 사진, 영상을 보다가 기억하기 위해 화면을 캡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어떤 이들은 그렇게 저장한 캡처 화면이 스마트폰 앨범에 수백 장 쌓여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화면을 캡처해 이미지를 저장해두면 나중에 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을까.
미국 빙햄튼대 심리학과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기억과 인지(Memory & Cognition)》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사진이나 스크린샷을 찍는 행위가 오히려 해당 정보에 대한 기억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으로 스크린샷을 찍는 행위가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총 7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그중 첫 번째 실험에선 참가자 37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미술 작품 44점을 보면서 절반은 화면으로 보기만 하고, 나머지 절반은 직접 스크린샷을 찍게 했다.
참가자들은 작품을 모두 본 뒤 10분간 만다라 도안에 색칠을 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이후 앞서 본 작품 중 한 점과 이와 시각적 혹은 개념적으로 비슷한 작품 두 점을 함께 보여준 뒤, 세 이미지 가운데 앞서 본 작품을 고르게 하는 기억력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스크린샷을 찍었던 작품보다 화면으로 보기만 한 작품을 더 정확하게 알아봤다. 보기만 한 작품을 정확히 알아본 비율은 평균 72.6%였지만, 스크린샷을 찍었던 작품은 61.9%로 약 10.7%p 낮았다.
스크린샷을 찍어 정보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 그만큼 다른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인지적 여유가 생기는지도 살펴봤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작품을 스크린샷으로 저장하거나 보기만 하게 한 뒤, 계산 문제를 풀게 하거나 새로운 그림을 추가로 학습하게 했다. 그 결과 스크린샷을 찍은 참가자들이 계산 문제를 더 잘 풀거나 이후 제시된 정보를 더 잘 기억하는 일관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단순히 스크린샷을 찍는 과정에서 주의가 분산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기억력 저하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신 촬영 행위가 경험 전반에 대한 주의를 떨어뜨렸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스크린샷을 찍은 작품 자체뿐 아니라 해당 작품을 스크린샷으로 저장했는지 여부에 대한 기억도 상대적으로 부정확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촬영 행위가 대상뿐 아니라 당시의 맥락적 정보까지 기억에 새기는 과정을 방해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캡처한 정보를 나중에 다시 살펴본다면 반복과 복습을 통해 기억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기억 관련 연구에서 효과가 확인된 학습법을 스크린샷 활용에 접목하는 것도 방법이다. 스크린샷을 단순히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화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핵심 내용을 스스로 떠올린 뒤, 일정 시간이 지나 다시 확인하는 식이다. 기억해야 할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기보다 핵심을 추려 자신의 말로 정리하는 것도 정보를 능동적으로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