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9월 21일)은 치매 관리와 극복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치매극복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가 제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기도 하다.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은 흔히 혼용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른 개념이다. 치매는 기억력과 언어능력, 판단력 등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포괄적으로 일컫는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 질환으로, 뇌 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되면서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이 밖에도 뇌혈관질환, 루이소체 질환 등 다양한 원인으로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치매로 진행하기 전 인지기능 저하를 조기에 발견하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노화 과정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게 ‘경도인지장애’다.
경도인지장애는 흔히 ‘치매 전 단계’로 불리지만, 경도인지장애가 곧 치매를 의미하진 않는다. 모든 환자가 치매로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 경도인지장애 자체가 하나의 특정 질병이라기보다 다양한 원인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진 임상적 상태이기 때문이다.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구분하는 핵심은 인지기능 저하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정도다.
강동우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1일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언어·주의집중·판단력 등 인지기능이 이전보다 떨어졌어도 약 복용이나 금전 관리, 대중교통 이용 등 독립적인 일상생활 능력은 대체로 유지되는 상태”라며 “일상생활의 독립성이 뚜렷하게 무너지는 치매와는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치매 진행은 개인차⋯생활습관·만성질환 관리로 위험 낮춰야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은 개인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이탈리아 연구팀이 2025년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발표한 메타분석에서 경도인지장애 환자 3만3115명이 포함된 89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평균 5.2년의 추적 기간 동안 전문 진료기관 환자의 41.5%, 지역사회 대상자의 27%가 치매로 진행했다. 연간 전환율은 각각 10.9%, 5.9%였다. 반면 인지상태를 유지한 사람도 상당수였고 일부는 정상 범위로 회복했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를 진단할 때는 단순히 ‘치매로 진행할 것인가’를 예측하기보다 인지기능이 떨어진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병력과 일상생활 기능을 확인하고 표준화된 인지검사와 혈액검사, 뇌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교정 가능한 위험요인을 관리하고, 알츠하이머병 병리가 확인되면 질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치료를 검토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미국에서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있는 60~79세 21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임상시험 US 포인터(POINTER) 연구에 따르면 운동과 건강한 식사, 인지·사회활동, 심혈관 건강관리를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지원받은 집단이 저강도 자기주도형 중재 집단보다 2년 동안 전반적인 인지기능의 향상 폭이 더 컸다.
강 교수는 “여러 생활 요인을 함께 관리하면 2년 안에도 측정 가능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평소 꾸준히 운동하고 채소·통곡물·콩류·생선·견과류 등을 중심으로 식사하는 한편 금연과 절주, 충분한 수면과 사회적 교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뇌혈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만성질환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2024년 란셋(Lancet) 치매위원회는 낮은 교육 수준, 청력 저하, 고혈압, 흡연, 비만, 우울증, 신체활동 부족, 당뇨병, 과도한 음주, 외상성 뇌손상, 대기오염, 사회적 고립에 높은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과 치료되지 않은 시력 저하를 추가해 총 14개 조절 가능한 치매 위험요인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이들 요인이 전체 치매 사례의 약 45%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개인이 이들 요인을 관리하면 치매 위험이 45% 낮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예방·관리가 가능한 위험요인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알츠하이머병 확인되면 조기 치료로 진행 늦춰야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이 알츠하이머병이 원인으로 확인됐다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의 병리 변화는 증상이 나타나기 10~20년 이상 전부터 시작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밀로이드베타가 뇌에 축적되고 이후 타우 병리가 확산하면서 신경세포 손상과 인지기능 저하로 연결된다.
이미 손상된 신경세포를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최근 치료는 인지기능을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기보다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된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등 항아밀로이드 치료제가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기능의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
다만 경도인지장애라고 해서 모두 이런 약물치료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강 교수는 “(경도인지장애가 있을 경우) 알츠하이머병 병리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하며,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등 부작용 위험을 고려해 전문의의 평가와 치료 전후 MRI 검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인지기능 저하에는 알츠하이머병 병리뿐 아니라 뇌혈관질환, 우울증과 수면장애, 청력·시력 저하, 약물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필요한 치료를 받는 동시에 생활습관과 만성질환 등 교정 가능한 위험요인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