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 (금)

“3일 내내 물설사, 하루 10번 이상”… 대변에서 나온 뜻밖의 ‘이것’

의료진 “오래 보관한 음식·습한 환경서 진드기 번식 가능… 설사 원인으로 고려해야”

설사 환자 대변에서 발견된 진드기 성인기 100배율(왼쪽), 난자 단계 400배율(오른쪽) 현미경 사진. 사진=미국 사례보고 저널(American Journal of Case Reports)

하루 10번 넘게 설사를 하던 20대 여성의 대변에서 진드기가 발견된 사례가 보고됐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다르마이스 국립암병원 임상병리검사실 연구진은 젊은 성인 환자의 설사에서 진드기가 확인된 사례 3건을 국제학술지 《미국 사례보고 저널(American Journal of Case Reports)》에 최근 보고했다.

대변 검사서 진드기 확인… “오염된 음식 섭취 가능성”

논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사는 22세 여성은 3일 동안 설사를 하다가 탈수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하루 10번 넘게 설사를 했고, 대변은 짙은 갈색 물 같은 형태였으며 악취가 심했다.

검사 결과 대변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피가 섞여 있는 ‘잠혈’이 확인됐다. 또한 3일 연속 채취한 대변 검체 모두에서 진드기가 발견됐다. 의료진은 진드기의 몸통, 다리 4쌍, 입 구조 등을 확인해 이를 저장진드기류인 ‘티로파구스(Tyrophagus)’ 속 진드기로 판단했다.

저장진드기는 아주 작고, 밀가루, 설탕, 곡물, 한약재, 반려동물 사료처럼 오래 보관하는 식품이나 재료에서 서식한다. 특히 습한 환경에서 잘 번식하고 곰팡이를 먹이로 삼는다. 이렇게 음식에 숨어 있던 저장진드기를 사람이 섭취하고 저장진드기가 장까지 살아남으면 ‘장 진드기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의료진은 “장 진드기증은 진드기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했을 때 발생할 수 있으며, 설사와 복통, 항문 주변의 타는 듯한 느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환자가 진드기에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환자는 설사가 시작되기 전 매운 음식을 먹은 이력이 있었다. 환자의 혈액 검사에서 호산구(백혈구의 한 종류)와 IgE(알레르기 반응과 관련된 면역 물질) 수치는 정상 범위였다. 즉, 의료진은 알레르기 때문에 설사가 생겼다기보다 진드기가 장 안에서 직접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보고에는 이 여성 외에도 설사 평가를 위해 의뢰된 25세 남성과 26세 남성의 대변 검사 결과가 함께 실렸다. 25세 남성의 대변에서도 티로파구스 속 진드기와 진드기 알이 확인됐다. 26세 남성의 대변에서는 진드기로 의심되는 절지동물 조각이 확인됐다. 다만 몸 일부만 보여 정확한 종까지는 확정하지 못했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습한 곳에 둔 식재료 주의… 심한 설사 땐 병원 진료 필요

진드기가 위산과 소화액을 견디고 장 안에서 살아남으면, 입과 다리로 장 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 장 점막이 다치면 염증이 생기고 설사, 복통, 항문 주변 화끈거림, 점액변, 혈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의료진은 “진드기는 입 구조와 다리로 대장 점막을 기계적으로 손상시켜 조직 손상과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런 기전이 대변에서 잠혈이 관찰된 이유”라고 했다.

한편, 장 진드기증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게 보고되는 탓에 덜 알려진 상태다. 문제는 증상이 일반 장염, 아메바증, 만성 대장염 등과 비슷해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의료진은 “설사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진드기도 고려해야 하며, 진단을 확인하려면 기생충학적 대변 검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생충학적 대변 검사는 대변을 현미경으로 살펴 기생충이나 알, 진드기 같은 원인 물질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예방을 위해서는 음식을 오래 열어둔 채 보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밀가루, 곡물, 설탕, 한약재, 반려동물 사료 등은 밀폐 용기에 넣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게 좋다. 오래된 식재료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거나 덩어리짐, 색 변화가 보이면 바로 버리도록 한다. 더불어 설사가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되고 물처럼 나오거나, 피가 섞이거나, 탈수 증상이 생기면 단순 배탈로 넘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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