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8일 (화)

살 빼려고 칼로리부터 계산했다면…35년 비만 의사 “순서가 틀렸다”

[인터뷰]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부 교수 “체중보다 음식의 질·포만감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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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넘게 비만 환자를 치료한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몸무게나 칼로리를 계산하는 것보다 건강한 음식으로 몸을 채우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코메디닷컴 DB

당신은 분명 열심히 식단 관리를 하고 있다. 지방·당 함량이 높은 음식을 최대한 피하고, 끼니별로 칼로리도 엄격하게 제한했다.

매일 체중계와 싸우며 목표 몸무게에 도달했다. 그런데 몇 주 뒤에 보면 달라진 것이 없다. 결국 이번에도 다이어트는 실패다.

35년 넘게 비만 환자를 진료한 전문가에 따르면, 당신이 실패한 것은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목표 설정부터 방법까지,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 알아야 하는 핵심 문제를 지금껏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숫자에 연연하는 다이어트로는 무엇도 바꿀 수가 없어요. 몸무게나 칼로리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본질을 바로 아는 게 중요하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필수 영양소들을 얻을까 고민하는 게 먼저입니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다이어트의 시작이라는 비만 전문가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부 교수를 만났다.

“더 이상 우리의 주식(主食)은 밥이 아닙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박용우 교수는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문장이 현대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탄수화물은 급성 에너지원이다. 몸 안에서 분해되는 즉시 뇌와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과거 농사를 짓으며 육체노동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는 사람에게 탄수화물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최적의 경로다.

시대가 바뀌었다. 직장인의 절대다수는 차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다. 운동도 많아야 1~2시간, 헬스장이나 트랙에서 하는 게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탄수화물로 급성 에너지를 공급하면 에너지 과잉으로 이어진다. 얻은 에너지를 다 쓰기도 전에 다음 끼니가 찾아온다. 이게 반복되면 비만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공급할 수 있는 음식을 주식으로 삼아야죠. 그러면서도 간편식이나 배달 음식, 초가공식품을 멀리하고 하루 한 끼라도 제대로 된 집밥을 먹는 게 중요해요.”

단순하게 일정 기간 탄수화물과 지방을 끊어서 몸무게 숫자를 낮추는 방식은 지속이 어려운 것은 물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바빠서 배달음식 먹는다고? ‘조립식 식단’으로 해결

출퇴근을 반복하는 직장인들에게 건강한 집밥을 해먹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박 교수는 이들에게 조립식 식단이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잘 손질된 재료를 사서 미리 소분해놓는다면, 건강한 집밥을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상이 참 좋아졌죠. 채소를 종류별로 씻어서 배송해줘요. 해산물도 냉동으로 주문하면 싱싱한 상태로 오고, 생선은 뼈도 이미 다 제거해서 판매합니다. 이런 음식들을 미리 소분해두고, 필요할 때 조립하면 10분만 투자해도 훌륭한 집밥을 먹을 수 있죠”

주방에 있는 식재료를 바꾸는 준비도 필요하다. 설탕을 알룰로스로 대체하면 체내 흡수량을 줄이고 혈당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정제 식용유 대신 화학적 가공을 거치지 않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고 체내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아보카도 오일도 좋은 대안이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오메가-9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칼로리 대신 ‘포만감 지수’를 챙기자

박용우 교수는 다이어터들이 끼니별 칼로리를 계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칼로리는 포만감을 고려한 지표가 아니다.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라고 배가 부르다는 법은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포만감 지수’라는 개념이다.

포만감 지수는 같은 열량의 음식을 섭취하고 나서 배고픔을 얼마나 덜 느끼게 하는지를 비교한 수치다. 수치가 높을수록 배부름이 오래가는 식이다. 삶은 감자나 오트밀, 생선, 달걀, 콩류, 통곡물은 포만감 지수가 높은 대표적인 식재료다.

“최근에는 달걀과 올리브유를 함께 먹으면 ‘천연 비만약’ 효과가 난다는 말이 퍼지더군요. 틀린 말은 아니죠. 두 음식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다만 박 교수에 따르면 꼭 달걀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핵심 성분은 단백질과 좋은 지방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닭가슴살도 괜찮고 두부, 연어도 좋아요. 여기에 좋은 기름을 더해주면 금상첨화고요. 개인적으로는 들기름을 좋아합니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유해 콜레스테롤 수치에 도움을 주니까요.”

그는 “조금 더 건강한 조합을 원한다면 여기에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더하라”고 권했다.

식이섬유가 대장까지 내려가면 장내 유익균에 의해서 분해된다. 이 때 ‘낙산(부티르산)’이라고 하는 성분이 만들어진다. 이 성분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에, 식욕 억제에 도움을 준다.

채소에 풍부한 폴리페놀 등 항산화 성분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달걀과 올리브유라는 특정 식재료를 고집하기보다, 샐러드로 각양각색의 채소를 한 번에 섭취하고 다양한 단백질 토핑을 올리는 방식으로 포만감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 몸무게는 그만! 생활습관부터 바꿔보세요.

박 교수의 설명을 종합하면 비만 치료의 핵심은 체중계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다. 건강해지는 것이다.

체중에 집착하는 것은 의외로 다이어트 성공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건강해지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살 빼겠다는 사람들의 목표를 물어보면 대부분 ’10kg 빼겠다’, ‘45kg 만들겠다’ 이런 식이예요. 마운자로나 위고비 등 치료제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비슷하고요. 그 숫자를 달성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주사를 맞거나 안 먹는 겁니다. 그런데 그건 건강한 몸을 얻는 방법은 아니죠.”

비만 환자는 대개 공복 혈당이나 중성지방 수치 등 대사 관련 지표에 이상 소견이 있다. 비만 전문의는 이 지표를 우선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 1차 목표다. 건강한 음식을 먹어 망가진 몸의 대사를 되돌리는 게 당장의 숫자를 줄이는 것보다 급하다.

물론 이미 음식이 주는 만족감에 중독된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제가 도움이 된다. 이들 약은 ‘쾌락을 느끼기 위한 식욕’을 눌러주기 때문이다.

다만 생활습관 개선 없이 약에 의존하는 것은 남용이다. 건강한 식사로 일상의 유해환경을 줄여 나가는 과정이 병행돼야 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밥상을 뒤집으세요. 밥·빵·면이 차지하고 있던 주식의 자리를 채소와 단백질에게 넘겨야 해요. 평소 ‘뭘 먹을까’를 고민하셨다면, 오늘 저녁부터는 ‘무슨 단백질을 어떤 채소와 먹을까’를 고민하세요. 그럼 성공적인 다이어트의 첫 발을 떼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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