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 포장에는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이 표시돼 있다. 이 날짜만 확인하면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보관 상태에 따라 신선도가 달라질 수 있다. 유통기한은 제품이 소비자에게 판매될 수 있는 기한이고, 소비기한은 표시된 보관 방법을 지켰을 때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그런데 포장을 뜯었거나 실온에 오래 뒀거나, 장 본 뒤 집까지 오는 시간이 길었다면 날짜가 남아 있어도 식재료 상태가 빨리 나빠질 수 있다.
여름철에는 이런 차이가 더 커진다. 높은 온도와 습도는 식중독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거나, 조리대 위에 오래 두었다가 다시 넣거나, 손과 도마·칼을 통해 오염되면 더 빨리 변질될 수 있다.
보통 음식이 상하면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끈적임, 물러짐 등이 나타난다. 하지만 일부 병원성 세균은 음식의 냄새나 겉모습에 뚜렷한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냄새나 겉모습, 표시된 기한만 보고 안심하기보다 개봉 여부, 보관 시간, 조리 과정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개봉 후엔 상태 확인 먼저…'두부' 표면 미끈거리면 주의
두부는 샐러드, 냉두부, 두부김치 등 불 없이도 간단히 먹을 수 있어 여름철 밥상에 자주 오른다. 하지만 수분 함량이 높고 단백질이 들어 있어 개봉 후 변질이 빠른 편이다. 소비기한이 남아 있더라도 포장을 뜯는 순간부터 공기와 손, 조리도구에 닿기 때문에 보관 조건이 달라진다.
남은 두부는 깨끗한 밀폐용기에 옮겨 담고, 두부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냉장 보관을 하는 것이 좋다. 이때 물은 매일 갈아줘야 한다. 여름철에는 대용량 두부보다 빨리 먹을 수 있는 적은 양을 골라 빨리 소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부 표면이 미끈거리거나 시큼한 냄새가 나고, 물이 뿌옇게 변했다면 먹지 않아야 한다. “찌개에 넣어 끓이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상한 식품을 가열한다고 식중독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갈아서 더 빨리 변질…‘다진 고기’는 1회분 나눠 냉동
다진 고기는 햄버그스테이크, 만두소, 볶음밥, 미트소스 등 여러 요리에 쓰기 편해 자주 손이 가는 재료지만, 여름철에는 특히 보관에 주의해야 한다. 고기를 잘게 갈면 공기와 닿는 면적이 넓어지고, 손질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도 커진다. 그래서 같은 고기라도 다진 고기는 상대적으로 신선도가 빨리 떨어질 수 있다.
다진 고기는 구입 후 바로 사용할 양만 냉장 보관하고, 나머지는 1회분씩 나눠 냉동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에는 짧은 실온 방치도 신선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리대 위에 오래 두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
색이 조금 어두워졌다고 무조건 상한 것은 아니지만, 시큼하거나 역한 냄새가 나고 표면이 끈적거리면 먹지 않아야 한다. 조리할 때도 겉면만 익었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다진 고기는 속까지 열이 고르게 전달되도록 중간중간 잘 풀어가며 익혀야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육류와 가금류를 조리할 때는 75℃ 이상에서 1분 이상 익히고, 음식의 가장 안쪽까지 충분히 가열해야 한다. 특히 고기처럼 속까지 익었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식재료는 붉은 기가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봉지째 두면 금방 쉰내…‘숙주·콩나물’ 먹을 만큼만 조리
숙주와 콩나물은 평소에도 오래 보관하기 어려운 식재료다. 여기에 여름철 높은 온도와 습도가 더해지면 신선도가 더 빨리 떨어진다. 두 식재료는 물기를 머금은 상태로 유통‧보관되는 데다 수분이 많고 조직이 연해 냉장고 안에서도 금방 숨이 죽는다. 그래서 봉지째 오래 두면 내부에 습기가 차고, 비린내나 쉰내가 올라오기 쉽다.
숙주와 콩나물은 구입 후 가능한 빨리 먹어야 한다. 바로 조리하지 않을 때는 냉장고에 넣고, 개봉했다면 물기가 고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씻은 뒤 보관한다면 물기를 충분히 빼고 밀폐용기나 지퍼백에 넣는다.
이미 줄기가 물러졌거나 시큼한 냄새가 나면 국이나 볶음에 넣어 처리하지 말고 버리는 것이 좋다. 나물무침처럼 조리 후 다시 가열하지 않는 음식은 더 주의해야 한다. 데친 뒤 양념한 콩나물무침, 숙주나물은 상온에 두면 금방 상하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먹을 만큼만 무쳐 바로 먹는 것이 낫다.

이동 시간도 중요…‘생선·어패류’는 장보기 마지막에
생선과 어패류는 여름철 식중독 위험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른다. 특히 생선은 단백질과 수분이 많고, 조개류나 갑각류 역시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그래서 손질 생선, 회, 조개류는 구입 후 집까지 오는 시간도 보관 시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장을 볼 때는 채소나 가공식품을 먼저 고르고, 생선과 어패류는 마지막에 담는 편이 좋다. 아이스팩이나 보냉백을 활용하면 이동 중 온도 상승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구매 후에는 가능한 빨리 냉장고에 넣고, 바로 먹을 것이 아니라면 소분해 얼리는 것도 방법이다.
생선에서 비린내를 넘어 암모니아처럼 톡 쏘는 냄새가 나거나, 표면이 지나치게 미끈거리고 살이 무르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조개류는 껍데기가 깨졌거나 가열 후에도 입을 벌리지 않다면 먹지 않는 것이 낫다.
어패류는 85℃ 이상의 온도에서 1분 이상, 음식의 맨 안쪽까지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식중독 예방에 도움이 된다. 여름철에 조개류나 굴처럼 날것으로 먹는 경우는 보관 시간을 더 엄격하게 봐야 한다. 어린이나 고령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가급적 익혀 먹는 편이 안전하다.
껍데기 멀쩡해도 방심 금물…‘달걀’ 잡은 손‧도구 오염 주의
달걀은 비교적 오래 두고 먹는 식재료로 생각하기 쉽다. 포장에 날짜도 표시돼 있어 기한만 확인하면 된다고 여기지만, 여름철에는 취급 과정이 더 중요하다. 금이 간 달걀, 실온에 오래 둔 달걀, 조리 후 상온에 방치한 달걀요리는 식중독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달걀 자체보다 달걀을 만진 손과 조리도구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날달걀을 깬 뒤 같은 손으로 채소나 김밥 재료를 만지면 오염이 옮겨갈 수 있다. 달걀물을 담았던 그릇, 젓가락, 도마도 다른 식재료와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날달걀을 만진 뒤에는 손을 씻고, 조리도구도 바로 세척해야 한다.
삶은 달걀이나 달걀지단도 마찬가지다. 달걀지단이 들어간 김밥, 달걀 샌드위치, 삶은 달걀을 넣은 샐러드를 여름철 실온에 오래 두면 안 된다. 조리 후에는 가능한 빨리 먹고, 도시락이나 나들이 음식으로 준비한다면 보냉에 신경 써야 한다. 겉으로 멀쩡해 보인다고 “하루쯤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하면 식중독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