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과 등 근육의 질이 좋을수록 심장마비와 사망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근육의 크기보다 근육 내부의 구성과 밀도가 심혈관 건강을 예측하는 데 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진은 스코틀랜드 심장 컴퓨터단층촬영(Scottish Computed Tomography of the Heart)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1722명의 심장 CT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대상자는 평균 연령 58세로, 2010~2014년 흉통을 호소해 관상동맥 CT 혈관조영술(Coronary Computed Tomography Angiography·CCTA)을 받은 환자들이다. 연구진은 이들을 10년간 추적 관찰해 심장마비 발생과 사망 여부를 조사했다. 추적 기간 동안 133명이 사망했고, 106명이 심장마비를 겪었다.
분석 결과, CT에서 측정한 근육의 질이 좋을수록 심장마비와 사망 위험이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CT 영상에서 근육의 밀도와 지방 침윤 정도를 반영하는 지표를 활용해 근육의 질을 평가했는데, 근육 내 지방이 적고 밀도가 높을수록 심혈관 위험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검사에서 분석한 근육은 주로 등 근육과 가슴 근육 일부, 갈비뼈 사이의 늑간근 등 상체 근육이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부위의 근육 상태가 전신 근육의 건강과 신체 활동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며 CT에서 측정한 근육 밀도 지표가 10단위 증가할 때마다 심장마비 위험은 31%, 검사 후 10년 이내 사망 위험은 39%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관성은 연령, 성별, 관상동맥 석회화 정도 등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을 보정한 이후에도 유지됐다.
반면 근육의 크기는 심장마비나 사망 위험과 유의한 관련이 없었다. 몸통과 간에 축적된 지방 역시 심장마비 위험과는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근육량 자체보다 근육의 구성과 질이 더 중요한 지표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자인 미셸 윌리엄스 교수는 “골격근의 질이 심장마비 위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며 “다만 운동이 근육 밀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이것이 심장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는 심장 CT 검사에서 혈관뿐 아니라 근육의 질까지 함께 평가하면 심장마비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통해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해 운동과 생활습관 개선을 권고하거나 스타틴 등 예방 치료를 우선 적용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실제 진료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추가 검증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심장재단(British Heart Foundation)의 최고과학·의료책임자인 브라이언 윌리엄스 교수는 "근육 밀도가 높은 사람들은 신체 활동량이 더 많고 심장 건강도 더 우수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연구는 규칙적인 운동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근육과 혈관, 전반적인 건강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며, 규칙적인 운동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최대 3분의 1까지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상의학(Radiology)》에 ‘Machine Learning Multiorgan Analysis of Coronary CT Angiography Body Composition, Myocardial Infarction, and Mortality in the SCOT-HEART Trial’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비만 막고 근육 키우면 심장도 건강
이번 연구는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육의 질을 높이는 생활습관이 심혈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시사한다. 운동은 근육의 밀도를 높일 뿐 아니라 비만을 예방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만은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결국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
영국심장재단(British Heart Foundation)은 최근 별도 보고서를 통해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향후 10년간 영국에서 매일 45명이 비만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단은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통한 비만 관리가 심혈관질환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심뇌혈관질환예방학회의 '2024 심뇌혈관질환 팩트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약 70%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비만·흡연 등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하나 이상 갖고 있으며, 41%는 두 가지 이상 위험요인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성인 비만율은 34%로 10년 전보다 약 31%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혈관 관리뿐 아니라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근육이 많으면 심장마비 위험이 낮아지나요?
A. 이번 연구에서는 근육의 크기보다 근육의 질이 중요했다. 근육 내 지방이 적고 밀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심장마비와 사망 위험이 낮았으며, 근육량 자체는 위험과 유의한 관련이 없었다.
Q2. 어떤 근육을 분석한 연구인가요?
A. 관상동맥 CT 혈관조영술(CCTA)에 함께 촬영되는 가슴 근육 일부와 등 근육, 갈비뼈 사이의 늑간근 등 상체 근육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근육이 전신 근육 건강과 신체 활동 수준을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Q3.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어떤 운동이 도움이 되나요?
A.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운동은 근육의 질을 유지·개선하는 것은 물론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 등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