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90g 이상 통곡물을 장기간 섭취한 여성은 유방암 위험이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통곡물이라도 어떤 제품을 섭취하느냐에 따라 유방암 위험과의 연관성은 다르게 나타나, 연구진은 모든 통곡물 식품을 동일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방암은 여성에서 가장 흔한 암으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 노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식이섬유가 장에서 에스트로겐의 재흡수를 줄여 혈중 농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것이 유방암 위험 감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통곡물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대표적인 식품이지만, 지금까지 통곡물 섭취와 유방암 위험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들은 일관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나라마다 주로 섭취하는 곡물의 종류가 다르고, 같은 통곡물이라도 생리활성 성분과 항암 성분의 구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됐다.
이번 연구는 2023년 개정된 북유럽 영양 권고지침(NNR2023)이 제시한 하루 통곡물 90g 이상 섭취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유방암 위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또 귀리·밀·호밀 등 개별 통곡물 식품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스웨덴 여성 3만 6000여 명 분석…하루 90g 이상 섭취한 여성, 유방암 위험 22% 낮아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진은 스웨덴 유방촬영술 코호트(Swedish Mammography Cohort)에 참여한 48~83세 여성 3만 6479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의 식습관은 1997년 식품섭취빈도조사를 통해 처음 평가했으며, 2009년 생존자 2만 5259명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다시 실시해 장기간의 통곡물 섭취량을 추정했다.
연구진은 하루 통곡물 섭취량에 따라 참가자들을 △45g 미만 △45g 이상 90g 미만 △90g 이상 등 세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평균 16.5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1979명이 새로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연구진은 연령, 체질량지수(BMI), 흡연, 신체활동, 음주, 식사의 질, 월경 및 출산 이력, 호르몬 치료 여부, 유방암 가족력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을 보정해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90g 이상 통곡물을 장기간 섭취한 여성은 하루 45g 미만으로 섭취한 여성보다 전체 유방암 발생 위험이 2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루 45~90g을 섭취한 그룹에서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위험 감소가 확인되지 않았다.
통곡물 제품별로 연관성 달라
통곡물 식품별로 살펴보면, 특정 제품이 전체 유방암 위험을 일관되게 낮춘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아침 시리얼을 적당히 섭취한 여성에서는 유방암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많이 섭취한 경우에도 위험 감소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분석 모델에 따라 통계적 유의성이 일관되게 유지되지 않아 연구진은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통곡물 크래커인 크리스프브레드(crispbread)를 많이 섭취한 여성은 여러 변수를 보정한 분석에서 호르몬 수용체 음성 유방암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르몬 수용체 음성 유방암은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 수용체가 없어 호르몬 치료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진 유방암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귀리, 밀, 호밀 등 곡물마다 식이섬유와 생리활성 물질의 구성이 다르고, 제품별 가공 방식이나 제조 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는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 같은 오염물질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모든 통곡물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평가하기보다 곡물 종류와 제품 특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식이섬유와 장내 미생물 변화가 영향 미칠 가능성 제기
연구진은 통곡물이 유방암 위험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생물학적 기전도 제시했다. 풍부한 식이섬유는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해 면역 조절 기능을 하는 단쇄지방산 생성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통곡물 섭취는 C-반응성 단백질, 인터루킨-6 등 염증 관련 지표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귀리에 풍부한 베타글루칸은 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돌연변이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반대로 크리스프브레드는 제조 과정에서 아크릴아마이드가 생성될 수 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 발암 추정 물질(Group 2A)로 분류한 물질이다. 연구진은 크리스프브레드가 스웨덴 식단에서 아크릴아마이드의 주요 공급원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호르몬 수용체 음성 유방암과의 연관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아크릴아마이드가 유방암 위험 증가의 원인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인과관계 입증은 어려워…개별 곡물별 연구 필요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강점으로 3만 6000명이 넘는 대규모 코호트와 16년 이상의 장기 추적, 반복적인 식이 조사, 국가 암 등록자료를 활용한 정확한 유방암 사례 확인 등을 꼽았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인 만큼, 통곡물 섭취가 유방암 위험을 직접적으로 낮춘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식이 정보가 참가자의 자가 보고에 의존했다는 점과 유전적 영향 등 측정하지 못한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구진은 향후 통곡물 식품의 지역적 차이를 고려하는 동시에, 통곡물을 하나의 범주로 묶기보다 귀리, 밀, 호밀 등 곡물 종류와 가공 형태를 구분해 암 발생과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유럽영양학회지(European Journal of Nutrition)》에 ‘Long-term wholegrain intake in line with the Nordic Nutrition Recommendations 2023 and risk of breast cancer in a population-based cohort of women’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하루 통곡물을 얼마나 먹어야 유방암 위험 감소와 연관성이 있었나요?
A. 연구에서는 북유럽 영양 권고지침(NNR2023) 기준인 하루 90g 이상의 통곡물을 장기간 섭취한 여성에서 하루 45g 미만을 섭취한 여성보다 전체 유방암 발생 위험이 2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Q2. 모든 통곡물 식품이 유방암 위험을 낮추나요?
A. 그렇지 않다. 특정 통곡물 제품이 전체 유방암 위험을 일관되게 낮춘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아침 시리얼은 위험 감소 경향을 보였고, 크리스프브레드는 호르몬 수용체 음성 유방암과의 연관성이 관찰돼 제품별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Q3. 이번 연구로 통곡물이 유방암을 예방한다고 볼 수 있나요?
A. 아니다.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로 통곡물 섭취와 유방암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것이며, 통곡물이 유방암을 직접 예방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