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환자들도 희망을 갖게 됐다. 그러나 정작 약 투여 과정에서 반드시 병행해야 할 생활습관 교정에 성공한 환자는 전체의 3% 수준으로 조사됐다.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으로 개발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는 뇌 속 독성 단백질이 쌓이지 않도록 돕는 치료제다. 이미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환자를 완치시키는 못하지만,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에게 투여하면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27% 가량 늦출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 하버드대 의대·브리검 여성병원 연구팀은 레켐비를 처방받은 환자들의 생활습관이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살폈다. 비싼 최신 치료방법까지 동원해 치매 치료에 나선 환자라면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습관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운 것이다.
처방 환자 3%만 생활습관 교정 성공
연구팀은 레켐비 처방을 받은 경도인지장애·초기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들 150명을 선정해 총 15가지 생활습관의 실천 여부를 조사했다.
생활습관에는 하루 25분 이상의 운동·규칙적인 식사·충분한 수면·인지활동·사회활동·청력 훈련·시력 훈련·금연·금주·스트레스 조절·삶의 목적 정립·혈압 관리·체지방 관리·콜레스테롤 수치 관리·혈당 관리 등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 15가지 생활습관을 모두 잘 관리하는 사람은 전체 조사대상자 중 3% 미만이었다. 97% 이상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위험요인 관리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참가자들은 평균 약 5개의 생활습관을 교정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수의 환자가 지키지 못한 생활습관은 ‘운동’이었다. 63%의 환자가 치료제 처방 이후 하루 25분 이상의 운동을 하는 데 실패했다. 혈당 관리(59% 실패), 스트레스 조절(56%), 체지방 관리(55%) 역시 절반 이상이 실패를 경험했다.
반면 금연은 상대적으로 잘 지켜지고 있었다. 조사 대상자의 99%는 처방 이후 금연을 실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수천만 원에 이르는 신약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생활습관도 일반 환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진료 환경에서 꾸준한 개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상황 비슷… “의료 보상체계 개편 선행돼야”
물론 해당 연구 결과는 미국에서 소규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라 일반화가 어렵다. 그러나 치매 치료 분야에서 한국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전문의의 분석도 비슷했다.
박기형 대한치매학회 이사장(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은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 레켐비를 처방할 때마다 생활습관 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교육한다. 특히 규칙적인 근력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고령의 환자일수록 근력이 떨어지는 것이 인지기능 악화에 뚜렷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박 이사장은 진료실에서 만나는 모든 환자에게 운동과 생활습관 교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약을 처방받았기에 상태가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혈압과 당뇨, 수면 역시 치매 환자의 상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레켐비 투약과 함께 이같은 요소를 함께 관리해야 예후가 더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박 이사장은 환자들에게 생활습관을 교정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야 한다고 봤다.
그는 “레켐비는 단순히 투약만 하는 것에 더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한 교육이 필요한 치료제”라며 “현재 교육이나 상담에 의료수가가 책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들이 약을 처방받고 알아서 생활습관까지 관리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다. 의료진이 실제 환자의 삶이 바뀌고 있는지 확인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보상체계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