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왼쪽 잇몸과 치아가 부서질 듯 심한 통증을 느낀 52세 남성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충치·치주염 등을 의심해 구강 검사를 받았지만 잇몸 부종이나 농양, 누르면 아픈 압통 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보스턴대 등 연구팀에 의하면 갑작스럽고 극심한 치통을 겪고 있던 이 환자는 이전에 고혈압과 뇌졸중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환자는 안면 마비, 발음 장애, 팔다리 마비, 시야 장애 등 전형적인 뇌졸중 증상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서둘러 뇌 정밀 영상 검사를 했다. 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뇌 자기공명영상(MRI) 중 확산가중영상(DWI) 검사 결과 오른쪽 뇌 부위(두정엽 피질-피질하)에서 뚜렷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병변이 포착됐다. 뇌졸중은 크게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출혈성 뇌졸중(뇌출혈)로 나뉜다.
대뇌 피질은 교차 지배를 하므로 오른쪽 뇌는 왼쪽 몸의 감각을 담당한다. 하지만 뇌의 감각을 맡는 영역의 혈류가 막히면서, 오른쪽 뇌가 실제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 왼쪽 치아에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 것처럼 착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환자는 이차 뇌졸중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중추성 신경병성 통증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프레가발린을 복용했다. 별도의 치과 시술을 받지 않았는데도 환자의 치통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다.
이 사례 연구 결과(A Toothache That Was a Stroke: Acute Right Parietal Infarction Presenting As Isolated Left-Sided Odontogenic-Like Pain)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질병관리청과 대한뇌졸중학회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는 매년 약 11만 명(2023년 기준 10만 8950명)이 뇌졸중을 일으킨다. 인구 10만 명당 뇌졸중 발생률은 약 212명(남자 약 238명, 여자 약 187명)이다. 특히 고혈압·당뇨·흡연·고지혈증 등 심뇌혈관병 위험 인자를 가진 인구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어 비전형적인 뇌졸중 증상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급성 뇌경색 환자는 일반적으로 몸 한쪽의 마비, 언어 장애, 어지럼증, 시야 결손 등 증상을 보인다. 통증 자체가 뇌졸중의 첫 번째이자 유일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사례는 드물다. 치통이나 안면 통증 형태로 나타나는 뇌졸중은 주로 뇌간 부위의 경색 사례에서 보고된다. 하지만 감각 신호를 종합 처리하는 대뇌 피질(두정엽) 경색이 치통으로 나타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뇌의 정수리(두정엽) 부근, 특히 감각을 맡는 부위(후중심회)는 온몸에서 들어오는 통증이나 촉각 신호를 위치별로 지도처럼 파악해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치아나 입안에서 느껴지는 통증 신호도 얼굴 감각 신경(삼차신경)과 뇌 중심부(시상)를 거쳐 이 감각을 통제하는 뇌 부위(체성감각 피질)로 전달된다.
이 부위의 미세한 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이 끊기면 감각 처리 시스템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실제 치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뇌 스스로 '반대쪽 치아에 극심한 통증이 생겼다'고 잘못 판단한다. 이 때문에 환자는 심한 치통을 겪을 수 있다.
많은 환자가 겉으로 드러나는 마비 증상이 없으면 단순한 치과질환이나 신경통으로 오인해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치통이나 안면 통증이 발생할 때, 특히 혈관성 위험 요인을 가진 중장년층의 경우 뇌신경계 문제를 의심해봐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치과 치료를 받아도 치통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무조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하나요?
A1. 아닙니다. 대부분의 치통은 충치, 치주염, 턱관절 장애, 삼차신경통 등 구강 및 안면부 자체의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다만 뚜렷한 치과적 원인이 없는데도 갑작스럽고 극심한 통증이 시작됐고, 고혈압·당뇨병·뇌졸중을 앓은 적이 있다면 신경과에서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2. 뇌 CT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왔다면 뇌졸중이 아닌 게 확실한가요?
A2.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적인(비조영) 뇌 CT 검사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 여부를 빠르게 확인하는 데 유용하지만, 발병 초기나 범위가 작은 급성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은 CT로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초기 뇌경색 병변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확산 가중 영상(DWI)’을 포함한 뇌 MRI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Q3. 뇌졸중으로 인한 치통을 일반 소염진통제로 누그러뜨릴 수 있나요?
A3. 일반적인 소염진통제는 말초 부위의 염증성 통증에 작용합니다. 따라서 뇌 손상으로 인한 중추성 신경병성 통증에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이 사례처럼 뇌 신경 자극 및 감각 전달 통로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통증은 신경통증 조절제 투여와 뇌졸중에 대한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